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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 시사교양

구상나무의 경고, 지구온난화는 제주도를 어떻게 바꿔 놓았나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1. 9. 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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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에도 살아남았던 구상나무가 절멸 위기에 처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는 수백 만 그루가 잘려나갔다. 재앙의 쓰나미는 농작물에도 어김없이 몰려왔다. 양배추는 뿌리혹병과 무름병에 걸려 수확이 어려워졌다. 16일 방송된 KBS1 <다큐 인사이트> 기후위기 특별기획 '붉은 지구' 3부 '구상나무의 경고' 편은 지구온난화를 맞닥뜨린 제주도의 위기를 조명했다.

"지금 이곳은 구상나무의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구상나무가 죽은 지역입니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고정군 박사)


해발 1,700미터 일대 한라산 동쪽사면의 군락을 형성했던 구상나무가 집단 고사했다. 살아 있는 구상나무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번 시작된 구상나무의 죽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구상나무는 환경 보전의 지표가 되는 깃대종이다. 깃대종의 죽음은 기후 환경의 적신호가 커졌다는 명확한 신호이다. 특정 수종만 고사하는 건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자생종인 고상나무의 고사는 무엇 때문일까. 한라산은 기온이 1도 상승했을 때 수직으로 식생대가 해발 148~150미터 이동한다. 최근 제주도의 평균 기온이 2도 가까이 오르면서 구상나무는 해발 1000m에서도 살기 어려워졌다. 그 때문에 구상나무는 서늘한 곳을 찾아 북상했다. 그러다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막다른 지점에서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고정군 박사 연구팀은 지난 30여년간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 원인을 추적해 왔다. 연구는 이상 기후의 영향에 포커스를 맞춰 진행됐다. 실제로 구상나무의 성장 폭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시기와 태풍이 왔던 시기가 맞아떨어졌다. 강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태풍은 지구 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동안 구상나무는 얼마나 고사했을까. 지금까지 한라산에서 고사한 구상나무는 총 20만 그루로 추정된다. 2006년과 2015년을 비교하면 구상나무 총 면적이 15.2%나 줄어들었다. 게다가 그 속도가 더욱 빨라져 결국 멸종위기종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라산의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와 가파르게 상승한 기온 변화 때문에 구상나무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에 만 년에 1도 오르는 천천히 올라가는 비율이었다면 지금은 백 년에 1도가 올라가는 수준이라 (...) 이렇게 온난화가 가속화되면 어느 순간 임계점을 지나서 완전 다른 세계로 돌입한다." (국립기상과학원 미래기반연구부 변영화 기상연구관)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기온 상상으로 한반도에 태풍, 폭우, 가뭄 등 기상 변화가 눈에 띠게 잦아졌다. 또, 겨울이 확연히 짧아졌다. 제주 자생종인 왕벚나무의 개화시기는 지난 81년간 평균 15일 빨라졌다. 한라산 1400m에 피는 산철쭉은 최근 10년간 개화 시기가 평균 10일 이상 빨라졌다. 봄꽃을 빨리 볼 수 있어 좋지만, 꽃의 이른 개화는 생태계의 교란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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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화 시기가 빨라지면 냉해에 의한 피해를 입게 되고, 불시개화로 인해 적절한 수분 매개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 결과 꽃에 꿀이 나지 않는다. 2020년 전국 꿀 생산량은 전년 대비 1/10 수준으로 급감했다. 기후 변화가 결정적 원인이다. 최근 30년과 과거 30년의 기후를 비교해 보면 결빙과 한랭은 각각 7.7일, 16.4일 줄었다. 강수일수는 21.2일 줄었지만, 여름 강수량과 집중 호우는 증가했다.

한편, 제주도 해안가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무인도 섶섬, 그곳의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바로 소나무재선충 때문이다. 소나무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하는데,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 속에 유충을 낳을 때 함께 옮겨가서 수분과 양분의 통로를 막아 고사시킨다.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교 김동순 교수는 "기후가 따뜻하면 솔수염하늘소는 번식력이 아주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제주 해안이 소나무는 이미 초토화된 상황이다. 인근 섬까지 번지는 건 예고된 수순이었다. 결국 기온 상승이 제주도 소나무를 위기에 빠뜨린 셈이다. 지난 8년간 제주도에서 베어낸 소나무만 230만 그루에 달한다. 문제는 한라산 고지대에 사는 소나무까지 위협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위쪽이 따뜻하면 매개충이 위로 따라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따뜻해진 날씨는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주도의 겨울 양배추는 전국 생산량의 70%에 이른다. 굉장히 중요한 생산지이다. 그런데 곳곳에 자라다만 양배추가 보인다. 뿌리혹병에 걸려 시들어 죽어 버린 것이다. 또, 무름병도 급증했다. 이유는 따뜻해진 겨울 날씨와 늘어난 강수량 때문이다. 이제 지구 온난화를 피할 곳은 없어 보인다. 낮은 곳도 높은 곳도 마찬가지다.

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문명옥 박사는 한라산 영실 1600m 지대를 매년 찾는다. 그는 10년 전 바위 틈에서 풀고사리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원래 풀고사리는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필리핀에 주로 분포하는 식물이다. 열대식물이란 고산의 서늘한 기후와 맞지 않는다. 그런데 한라산 1600m 지대에서 개체를 확산하며 자리잡고 살고 있다니 무시할 수 없는 변화이다.

"이 한라솜다리가 혹시 이 종의 마지막 촬영이 아닐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왔을 정도로 개체군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거든요. 이 종이 만약에 여기서 없어진다면 이것은 전 세계적인 멸종이거든요. (...) 동물은 아주 시급한 보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데 식물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문명옥 박사)


한라산은 170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는 식생의 보고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했던 식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건 희귀 식물의 보고인 백록담 일대이다. 한라솜다리는 한라산 정상에만 자생하는 한국 고유 식물인데, 2012년 멸종위기종에 지정됐다. 집중 호우가 반복되다보니 한라솜다리가 자랄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이 파괴된 탓이다.

몇 시간을 찾아 헤맨 끝에 겨우 한라솜다리 어린 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라지고 있는 건 한라솜다리뿐만 아니다. 한라송이풀도 이미 자취를 감췄다. 다음에는 또 무엇이 사라질까. 현실이 이렇다보니 자조섞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유산본부는 멸종 위기의 구상나무를 되살리고자 양모장을 조성했다. 세계적으로 전례없는 도전이기에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구상나무와 연관된 식물이 550여종에 이르고, 구상나무가 사라지면 운명을 같이할 식물이 100여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생각하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이 촉발시킨 지구 온난화, 그로 인한 급격한 기후 변화는 재앙이 돼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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