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 초원을 가로지르는 동물들의 대이동을 보는 듯하다. 유튜브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스타들의 행보에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다. 초창기부터 유튜브에 터를 잡았던 김나영, 강민경, 홍진경 등을 비롯해 그 뒤를 따랐던 유재석, 신동엽, 박명수, 정재형 등은 이미 엄청난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최화정, 이영자, 고현정 등도 유튜브에 뿌리를 내렸다.
연예인들의 '유튜버 삼매경'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본업 외에 '부업'이라는 인식도 있고,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화자(話者)이고, 이야기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매번 섭외를 당하는 객체로서 주어진 역할과 대사로만 대중과 소통할 수밖에 없었던 갈증을 자신의 채널에서 마음껏 풀며 일종의 해방감을 느낄 테니 말이다.
최근 새롭게 유튜브로 합류해 각광받는 스타를 꼽으라면 우선 강주은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 지난 1994년 배우 최민수와 결혼한 그는 MBN '속풀이쇼 동치미', SBS '동상이몽2' 등에 출연하며 특유의 우아한 말투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비상금과 관련한 대화에서 나온 "네 돈도 내 돈, 내 돈도 내 돈."이라는 말은 수많은 밈을 양산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최민수를 다룰 수 있는 사람' 강주은은 쇼호스트 활동으로 연 매출 600억 원을 달성하며 '홈쇼핑의 여왕'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깡주은'에 영상을 올리며 "몇 년 전부터 늘 고민한 숙제를 드디어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주은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공개하거나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명품이나 제품 등을 소개한다.
이를테면 '코스트코에서 무조건 사야하는 찐 애정템' 편은 조회 수 188만 회, '마미랑 성수동 데이트 편'은 102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깡주은'의 매력 포인트는 역시 강주은이라는 사람의 품격에서 기인한다. 한국어가 조금 서툰 그의 예상밖의 표현들이 웃음을 자아내고, 세심하고 진심이 가득한 화법에 시청자들도 호감을 느끼게 된다. 구독자 수는 16만 명을 넘어섰다.
강주은이 편한 '언니' 캐릭터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추성훈은 '아조씨(아저씨의 추성훈식 발음)' 캐릭터로 유튜브 기강 잡기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강주은과 비슷한 시기에 개설한 유튜브 채널 'ChooSungHoon'의 구독자 수는 벌써 94만 명을 넘어서 골드 버튼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유튜버로서 추성훈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도와 격투기 선수 출신인 추성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 100'에 출연했을 만큼 강인한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 평생동안 거친 삶을 살아왔다. 외모도 터프하고 인상도 강하다. 그렇지만 유튜브에서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스스로 '아조씨'를 자처할 만큼 소탈하고 친근하다. 말이나 행동에 겉치레가 없고, 언제나 솔직하고 가감없이 촬영에 임한다.
인간적인 구수함과 진지함도 보여준다. 편의점에서 크림빵을 사먹을 때도 성의가 느껴지고, 두바이에서 여행을 하는 모습조차도 진심이 전해진다. 특유의 귀여움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야노시호 집에 셋방살이하는 추성훈' 편은 772만, '온가족 총출동한 일본 편의점 투어' 편은 558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자아냈다. 현재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채널은 단연 추성훈이다.
강주은과 추성훈은 둘다 조금 서툰 한국어를 구사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된 케이스이다. 뻔하지 않은 표현들이 웃음 포인트가 되고, 상황적 재미를 배가시킨다. 또, 인간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누구보다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튜브를 통해 그들에 대해 좀더 알아갈 수 있어서 시청자 입장에서 즐겁기만 하다.
다만, 처음에는 이름값으로 이슈몰이를 할 수 있지만, 유튜브의 특성상 결국 콘텐츠의 경쟁력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에게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정답은 강주은만의, 추성훈만의 캐릭터를 계속 보여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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