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은 나의 정체성이다."
2024년 가장 화제를 모았던 예능을 꼽으라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 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일 것이다. 100명의 요리사가 오직 맛 하나로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인다는 콘셉트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셰프들이 모두 유명세를 탔고, 각종 방송과 광고 등에 출연해 상한가를 올렸다. 또, 그들이 운영하는 식당 리스트가 공유되는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방송의 수혜를 입은 셰프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에드워드 리(Edward Lee, 한국 이름 : 이균)가 아닐까. '2010 아이언 셰프' 우승자이자 미국 백악관 한국 대통령 국빈만찬 초청 셰프로 소개된 그는 애당초 다른 레벨로 평가받았다. 경연이 진행되는 내내 '한국 음식은 나의 정체성'을 키워드로 제시한 에드워드 리의 요리는 말 그대로 '넘사벽'이었다.
요리에 임하는 에드워드 리의 태도는 치열했고, 냉철했다.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백종원 대표와 안성재 셰프가 인정했듯, 맛은 물론 요리의 개성과 철학이 돋보였다. 게다가 매 라운드마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는 도전 정신까지 보여줬다. 한 분야에서 30년의 경력을 지닌 전문가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한다는 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다.
"저는 주방에서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대신 다지고, 썰고, 볶는 소리를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요. 그런 소리들이 제겐 음악 같아서.."
지난 2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에드워드 리는 최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근황과 함께 요리연구가로서 자신의 철학에 대해 얘기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랐던 에드워드 리는 "한국인임을 느낄 수 있었던 건 한국 음식을 먹고, 요리하고, 한식에 대해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인생을 한국 문화와 연결해준 건 음식이었던 셈이다.
에드워드 리에게도 요리할 때 꼭 지키는 규칙이나 루틴이 있을까. 그의 대답은 조금 의외였는데, 주방에서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슨 이유일까. 에드워드 리는 재료를 다지고, 썰고, 볶는 소리를 듣는 것을 더 좋아하고, 그런 소리들이 마치 음악처럼 느껴진다고 대답했다. 그가 주방에서 요리에 임할 때 얼마나 집중하고 행복해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저희 식당에서는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모두 전기를 사용하며 쓰레기와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D.C에서 한식 파인다이닝을 오픈한 그는 사업가로서의 철학도 드러냈다. 안혜경 앵커가 '친환경과 비영리를 지향하는 식당'이라고 언급했던 것처럼, 플라스틱과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쓰레기와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더 많은 식당들이 플라스틱을 덜 쓰고 쓰레기도 줄이는 등 더 친환경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에드워드 리는 30년 동안의 요리 인생을 '모험'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항상 제 자신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에드워드 리의 모험은 2025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의 첫 번째 요리책 '스모크 & 피클스'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됐고, '맘스터치'를 통해 자신이 개발한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담은 '에드워드 리 셰프 컬렉션' 3종을 선보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도 에드워드 리의 활약이 예고되고 있다. 그는 22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2회에서 '흑백 요리사'에서 함께 경쟁했던 최현석 셰프와 요리 대결을 펼치며 예열을 마쳤다. 15분을 요리하기 위해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15시간이나 이동하는 강행군을 한 탓에 피곤해 하는 그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2월 14일에는 국내 최초 푸드 리얼리티 쇼인 '에드워드 리의 컨츄리쿡(10부작)'이 방송될 예정이다. 할머니의 손맛을 찾아 전국을 방랑하며 겨울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콘셉트의 요리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할머니 요리에 대한 추억이 많다고 밝힌 그에게 뜻깊은 시간이 됐으리라. 방송에는 에드워드 리의 딸 아덴과 변요한, 고아성, 신시아가 함께 출연할 예정이다.
특정 분야에 경력을 쌓은 전문가는 많지만, 자신만의 철학을 토대로 일정한 경지에 이른 장인은 드물다. 에드워드 리의 요리를 보면 그가 후자의 단계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든다. 앞으로도 에드워드 리가 요리라는 '아름다운 여정'을 오래 이어나가기를 바란다. 그만큼 2025년 에드워드 리의 이름은 우리에게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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