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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를 보도하는 언론의 폭력성, 이 기사들이 나쁜 이유

너의길을가라 2025. 1. 1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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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속에서 눈치가 보였던 걸까. 새해 열애설 단독 보도를 쉬었던 '디스패치'의 기사가 또 한번 불을 질렀다. 홍상수 감독과 8년째 공개 열애를 이어오고 있는 배우 김민희의 임신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 김민희는 임신 6개월차라고 한다. 그와 함께 '디스패치'는 맛집 데이트를 즐기는 두 사람의 일상, 산부인과 검진도 함께 다녀왔다는 사실도 알렸다.

세간에 알려져 있다시피 홍상수는 유부남이다. 따라서 홍상수와 김민희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얼마나 날이 서있고 차가운지 굳이 부연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지난 2015년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만남을 시작한 두 사람은 2017년 불륜을 인정했다. 그리고 9년째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들이 사실상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디스패치'의 기사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여러 언론사들은 같은 내용의 기사를 '복붙'하거나 더 자극적인 내용들로 확대재생산했다. 실제로 17일 하루동안 '김민희'라는 이름이 들어간 기사의 수가 무려 221건에 달한다. 18일과 19일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조회수를 높이기위해 말초적인 제목과 불필요한 내용들을 덧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18일 '스포츠서울'의 '홍상수, 김민희와 산부인과 동행…두 딸 유학비는 끊었다'라는 기사는 굳이 홍상수 감독의 아내가 2017년 MBC '리얼스토리 눈'과 했던 과거 인터뷰를 인용해서 "생활비도 끊었다. 생활비는 내가 벌고 있고 딸 유학비도 나와 친정에서 보태고 있다"고 썼다. 자극적일 뿐더러 그 의도가 뻔히 보여 민망할 지경이다.

또, 19일 '엑스포츠뉴스'는 '"곱게 키운 딸" 김민희 母, '불륜' 홍상수 사위 인정? "하남 거주"'이라는 기사에서 굳이 2016년 김민희 어머니와 홍상수 감독 아내가 나눈 카톡 대화 일부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김민희와 홍상수가 김민희 어머니가 시는 경기도 하남에 거주 중인데, "김민희 어머니와 가까이에 살며 친근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뇌피셜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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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이슈를 자극적으로 소화하기로 유명한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 이진호'에는 17일 '김민희 충격적 임신.. 남편 믿었던 홍상수 아내 실제 반응'이라는 영상이 게재됐다. 방송에서 이진호는 홍상수의 아내와의 통화 내용("제가 드릴 말씀은 없고요, 전화 끊겠다")을 공개했다. '스포츠조선'은 '김민희 임신에 홍상수 아내 큰 충격..“전혀 몰라. 드릴 말씀 없어"'라는 기사에서 이를 받아적었다.

김민희의 임신은 지극히 사적인 일이다. 물론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보니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는 건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을 전하는 것을 넘어서 그밖의 자극적인 사생활을 나열하듯 보도하고, 과거의 발언들을 끊임없이 소환하고, 아무 상관이 없는 가족까지 들먹거리는 행태는 끔찍하다. 모두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악의적 기사들일 뿐이다.

이런 기사들이 나쁜 이유는 대중을 자꾸만 화나게 한다는 점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들로 원초적 감정을 건드리고, 저들이 좌표를 찍은 대상을 향해 맹목적인 분노를 터뜨리게 한다. 언론의 이런 행태는 실로 폭력적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 몇 가지를 조합해 만들어진 진실은 조악할 수밖에 없다. 그 엉성한 칼을 흔들며 누군가를 베려 하는 저들의 칼춤에 놀아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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