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
'내란죄 우두머리(수괴) 혐의'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 구속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영장당직 부장판사는 19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경호처의 뒤에 숨지 않고 처음부터 당당하게 수사를 받았다면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새벽 3시 무렵, 이 소식을 전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했다. 이들은 법원 청사 1층 창문과 문을 깨트리고, 민원인 상담 창구 안에 들어가 발로 밟고 집기를 집어던졌다.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무법지대로 변했다. 그들은 결의에 차서 "다 같이 윤석열 대통령!" , "서부지법 안에 애국 국민들이 다 들어와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이 과정은 유튜브 라이브 중계로 실시간 전해졌다. 경찰은 초유의 법원 습격사태에 16개 기동대 1400여 명을 긴급 투입했고,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는 한편 건조물 침입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46명을 체포했다. (전날 법원 담장을 넘은 40명도 체포된 상황이다.) 마치 4년 전인 2021년 1월 6일, 미국에서 일어난 국회의사당 폭동을 떠오르게 하는 참담한 장면이었다.
"신이 활시위를 당기면, 우리는 날아가야지요! 화살촉! 화살촉! 화살초오오옥!!"
법원을 습격하는 초유의 사태를 접하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떠올랐다. '지옥'은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 속에서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화살촉'이라는 집단이 등장한다. 새진리회와 이 단체의 수괴인 정진수(시즌1 유아인/시즌2 김성철) 의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무리이다.
특정인에 대한 맹신에 사로잡힌 화살촉은 집단 광기로 가득차서 혐오와 폭력을 일삼는다. 현실을 진짜 지옥으로 만드는 이들이다. 화살촉은 온라인 실시간 방송을 통해 소통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기 BJ, 유튜버와 같은 방식이다. 화살촉의 리더는 개인 방송에서 가짜 뉴스, 욕설, 독설 등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며 군중들을 현혹시키고 움직한다. '사이버 렉카'이다.
'동아일보' 17일 보도에 따르면, "슈퍼챗 수익 상위 10개 유튜브 채널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익을 벌어들인 채널은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이고, "이들 채널이 일주일간 벌어들인 수익은 총 1억67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서 극우 유튜버는 '지옥' 속 화살촉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부정선거 등 정치적 음모론과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선동에 여념이 없다.
실제로 유튜브에는 '윤 대통령 체포 세력과 맞서 싸워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되는 순간 제2의 천안문 사태 난다' 등 극우 세력들의 막무가내식 주장이 판을 치고 있다. 이는 수익으로 환원되어 극우 유튜버들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법원 습격 사건 후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극우 유튜버에 대해서도) 폭력 사태와 관련이 있다면 충분하게 수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윤석열, 1월 1일 관저 앞 지지자들에 전한 편지)
극우 유튜버의 준동도 우려할 문제이지만, 진짜 선동의 주체가 누구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내란죄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수 차례 편지를 보내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거리로 나와 나라를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관저에 숨어 있다가 체포된 후 서울구치소에서도 흥분한 지지자들을 자중시키는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울구치소로 들어가서 강제로라도, 왜 국민 저항권이 최고의 권리니까.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에서 모셔 나와야 되는 것입니다." (전광훈)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16일 '수도권 자유마을 대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1000만명을 동원해"야 한다며 "사람들을 모집해 오는 교인들에 인당 5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겠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또, 전 목사는 "서울구치소로 들어가서 강제로라도 (...) 대통령을 모셔 나와야"한다고 법원 습격을 선동했다.
"17명의 젊은이가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해서 (경찰) 관계자와 얘기했고 아마 곧 훈방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애국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윤상현 의원)
법원 습격이 발생하기 전인 18일 밤, '전조'라고 할 사건이 있었다. 극우 시위대 일부가 서부지법의 담을 넘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서부지법 앞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17명의 젊은이들이 담장을 넘다 유치장에 있다 해서 관계자와 이야기했고 훈방이 될 것"이라 발언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의원의 발언이 극렬 지지자들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제 현장은 폭력의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찰의 과잉대응 폭력 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충분하게 진상을 규명"하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폭력은 안 된다고 강력히 호소"한다고 전제하고 있지만, 시위대의 편을 드는 듯한 발언으로 초유의 법원 습격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셈이다.
'지옥' 속 화살촉을 연상케하는 극우 유튜버는 극렬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흥분한 지지자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 그뿐인가. 극우 유투버를 준동하고, 그들에게 근거를 제공하는 진짜 화살촉이 존재한다. 전광훈 목사, 윤상현 의원, 권성동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이 그 중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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