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한국 영화의 新황금기, 올해 어떤 영화를 보셨나요?

너의길을가라 2013. 12. 2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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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인 평균 영화관람횟수 세계 1위" <연합뉴스>

2억 관객 시대 견인한 '한국영화' <연합뉴스>


한국 영화의 황금기가 다시 도래한 것일까요? 각종 지표들을 보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집계에 따르면, 올해 영화 누적 관객 수가 2억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한국 영화 관객 1억 명 달성과 동시에 외화를 포함해 전체 관객 수 2억 명을 넘어선 것이죠. 이는 인도, 미국, 중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5번 째 기록이라고 합니다.



- <뉴시스>에서 발췌 - 



- <노컷뉴스>에서 발췌 - 


전체 관객 수에서는 세계에서 5번 째이지만, 1인 당 평균 영화 관람 횟수를 따지면 대한민국이 평균 4.12편으로 세계 1위라고 합니다. 2위는 3.88편의 미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고 하네요. 이는 관객의 연령층이 과거에 비해 보다 다양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여전히 20대(25~29세 19.1%, 20~24세 16.2%)와 30대(18.1%)가 주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40대 관객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있습니다. 50대 관객도 과거에 비하면 현저히 늘어났는데요. 이는 장년층의 동아리 문화의 확대, 가족 관객의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겠죠. 맥스무비 영화연구소의 김형호 소장은 "영화관람은 특정 연령층과 관람행태 중심의 문화 생활에서 불특정 다수의 소비 생활로 확산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영화 관람이 하나의 소비 문화로 정착이 되고, 연령층이 다양화 된 것은 역시 그만큼 한국 영화의 질적 성장이 뒷받침 됐기 때문입니다. 또, 특정 장르나 특정 연령층만을 겨냥한 영화 제작이 아니라 다양하고 풍성한 영화가 제작된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 영화진흥위원회(http://www.kobis.or.kr)에서 발췌 - 



2013년 최고의 흥행작은 '7번방의 선물(1,281만 명)'이었습니다. 그 뒤로 설국열차(934만 명)와 관상(913만 명), 아이언맨 3(900만 명)가 각각 9백 만 명 이상을 넘으며 흥행 작품으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비록 1천 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작년(3편)에 비해 줄어들긴 했지만흥미로운 것은 10위 권 내에 한국 영화가 무려 8편이나 이름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한국 영화의 강세가 돋보였던 한 해였죠. 


여러분들은 올 한 해 동안 어떤 영화를 보셨나요? 몇 편의 영화를 보셨나요? 한 해를 정리하면서, 제가 봤던 영화의 목록을 확인해 봤는데요. 제목만 간단히 나열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라이브 오브 파이

2. 베를린

3. 7번방의 선물

4. 신세계

5. 스토커

6. 파파로티

7. 웜 바디스

8. 위대한 개츠비

9. 감시자들

10. 레드 : 더 레전드

11. 설국열차

12. 더 테러 라이브

13. 명탐정 코난 : 수평선상의 음모

14. 숨바꼭질

15. 관상

16. 히든카드

17. 소원

18. 화이

19. 그래비티

20. 공범

21. 토르 : 다크 월드

22. 집으로 가는 길

23. 변호인


'라이브 오브 파이'에서부터 '변호인'까지, 제가 2013년 한 해동안 영화관에서 감상한 영화는 총 23편입니다. 그 중에 한국 영화가 총 15편이고 외화가 8편인 것을 보면, 역시 한국 영화의 강세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특별히 한국 영화를 편애한다거나, 영화를 고르는 선택 기준의 1순위가 영화의 국적이 아닌 만큼 자연스러운 흐름에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봐야겠죠. 



- <연합뉴스>에서 발췌 -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지표들은 분명히 한국 영화의 중흥기라고 부를 만 하지만, 역시 명암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지금까지 밝은 부분을 살펴봤으니, 균형을 위해 어두운 지점도 좀 들여다 보기로 할까요? 


2013년에도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계속됐습니다. 국내에는 약 2,500여 개의 스크린이 있지만, 특정 영화에 지나치게 스크린이 몰리는 현상들이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어맨3'의 경우 1,389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1,341개, '관상'은 1,240개, '설국열차'는 1,210개나 되는 스크린을 독점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영화들이 '대박'이 터질 것 같다는 기대감을 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CJ와 롯데 등 몇 개의 배급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또, 영화 스태프와 보조출연자에 대한 처우 개선도 여전히 답보 상태입니다. <마이데일리>의 보도에 따르면, 영화 스태프 중 후반작업분야를 제외한 팀장(퍼스트)급 이하의 연 평균소득은 916만 원에 그쳤고, 세컨드급 이하의 경우에는 631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또, 보조 출연자들의 총소득은 1,000만 원 미만인 비율이 전체의 88.71%였다고 합니다. 최저임금의 년 단위환산액이 약 1,148만인 것과 비교하면, 그 열악함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에 가입된 스태프의 비율도 고작 32.6%에 불과했고, 최근 5년간 '영화인 신문고'에 신고된 임금체불은 56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 <뉴스토마토>에서 발췌 - 


외형적으로 볼 때, 한국 영화는 관객 2억 명을 돌파하는 등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도 한국 영화의 흥행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 평론가인 전찬일 씨의 "양질의 영화가 양산되고 관객층도 넓어지는 등 공급과 수요의 지속적인 성장세가 엿보인다. 내년에도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올 예정이어서 당분간 이 같은 상승세는 유지될 것이다"는 말을 빌리지 않고도 한국 영화의 단기적 미래가 밝다는 것은 누구가 짐작할 수 있는 바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미래가 밝은지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대형 배급사의 스크린 독점과 스태프를 비롯한 보조출연자의 열악환 처우 등을 개선하지 않으면 동력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겠죠. 좋은 영화 한 두 편이 개봉해서 관객 몰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가장 기본은 기반을 착실하게 다지는 것입니다. 독립영화나 작은 예산의 영화들도 스크린을 확보하고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들을 마련하는 등의 자구책이 필요합니다. 관객 2억 명 돌파는 분명 축하할 일입니다.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의 입장으로서도 뿌듯한 일이죠. 하지만 지금은 마냥 샴페인을 터트릴 시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명(明)이 짙어질수록 암(暗)의 그림자도 점차 커진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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