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장미란의 이름이 들어간 탄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너의길을가라 2013. 12. 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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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에서 발췌 -

 

장미란까지, '여대생 청부살해범' 남편 선처 호소.. 탄원서 제출에 인터넷 술렁 <국민일보>

 

장미란 씨 등 역도인들(약 300여 명)이 '여대생 청부살해범' 윤길자 씨의 남편인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에 대한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장미란 선수가 유명한 까닭에 기사 제목에 그 이름이 실렸고, 그에 따라 모든 욕을 혼자 다 짊어지고 있는 듯 하다. 운동할 때보다 살도 많이 빠졌던데, 그 무게를 다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장미란 씨를 변호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가 조금 신중해질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장미란 씨가 정말 자신의 이름을 '빌려'줬는지 확인이 되지 않았고, 빌려줬다고 하더라도 세세한 내막을 잘 모를 가능성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영남제분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혹은 워낙 심성이 곱기 때문에(그렇다고 믿고 싶다) 어쩔 수 없이 이름을 갖다 써도 좋다고 허락했을 수도 있다. 물론 후자들의 경우라면 장미란 씨의 책임이 맞다. 이름을 빌려준다는 건, 그만큼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안철수 의원(당시 안철수연구소 대표)이 최태원 회장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한 것도 논란이 됐고, 그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던가? (실제로는 탄원서에 안 대표의 이름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이 됐다.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할까?)

 

 

- <뉴스1>에서 발췌 -

 

장미란 씨와 역도인들이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그 이유로 제시한 것은 '류원기 회장이 역도인을 위해 애써왔다'는 것이다. 도대체 역도인들을 위해 애쓴 것과 류 회장이 아내인 윤길자 씨의 특혜성 형집행정지를 도운 혐의(배임중재)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피고인 측의 입장에서는 재판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고 싶을 것이다. 탄원서가 재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양형에 참작사유가 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일종의 재판 과정에서의 당연한 요식(要式) 행위라고나 할까? 물론 피고인 측에서 요구한 탄원서인지, 역도 연맹에서 자진해서 탄원서를 쓴 것인지도 확인해봐야 할 대목이다.

 

탄원서를 제출하고자 하는 피고인을 타박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에 대해선 이야기가 다르다. 물론 인간적인 문제들이 엮여 있으면 거절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그런 갈등들에 휘말리지 않던가? 간절히 부탁해오는 상대방에게 '이 일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일이고, 그 아내가 청부살인을 했고, 불법적인 일을 하셨기 때문에 저는 탄원서에 서명하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무려 300여 명의 역도인들이 서명을 했다고 하니, 어쩌면 실질적으로는 '협박'에 의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야, 장미란! 너 이럴 거야?! 우리 다 하는데, 너만 빠지겠다고?" 혹은 "미란아, 좀 도와줘라. 내 면 좀 세워줘라. 응?"

 

참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판단해야 한다. 인간적인 정에 이끌려 그릇된 행위에 몸을 싣을 것인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통해 정(情)에 휩쓸리지 않고 균형을 잡을 것인지를 말이다. 쉽지는 않다. 고민 끝에 결정했다면, 그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한다. 장미란 씨가 어떠한 이유 때문에 탄원서에 서명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그의 결정이었다면 지금 쏟아지고 있는 비판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또, 우리가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은 그 탄원서에 서명한 사람은 장미란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도인 300여 명이 장미란의 뒤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차라리 비난이 향해야 할 대상은 탄원서를 기획한 사람(서명을 받으러 다닌 사람)이 아니겠는가? 그를 위해 쓸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다. 


P.S. 그는 이 상황에 매우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참 곤혹스러울 것이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침묵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자신이 안고 가려고 하지 않을까? 이것이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접근이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비판하는 것 좋다. 다만, 그 비판은 그의 행동에 대한 것에 국한하는 성숙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테러에 가까운 인격적 모독은 비판의 본질을 퇴색시킬 뿐더러 우리 스스로를 되려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P.S. '총수 구명 탄원서'에 사인도 안해놓고 사과한 안철수 <조선일보>


이 부분은 글의 전체 내용과는 관련이 없지만, 제가 부정확하게 알고 있는 부분이라 바로잡습니다. 저도 어떤 분의 제보에 의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실제로는 탄원서에 안철수 대표의 이름은 없었다고 하네요. 그런데도 사과를 한 것은 착각을 했거나 착오가 있었던 것이겠죠. 어쨌든 당시에 개인적 소신을 이유로 서명에 불참했던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니, 사과를 한 것은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히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 쯤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죠.


P.S. '탄원서 파문' 장미란 "내용 몰랐다, 저의 불찰" 사과 <국민일보>


"은퇴 후 지난 10월 인천전국체전 당시 후배들 격려차 오랜만에 경기장에 방문하게 됐다. 그 당시 역도연맹 관계자가 회장님이 어려운 여건에 있는데, 연맹 일이 어렵다고 하시며 우리가 도움을 드려야 되지 않느냐라고 경기장에서 말씀하시기에 서명을 하게 됐다. 서명 당시 탄원서에 대한 내용은 없어서 확인하지 못하고, 서명 명단을 봤을 때 연맹 임원들의 서명이 있어서, 사실 역도인으로 연맹을 위해 해야 하는 일로 알았다. 그런데 마치 제가 주도해 탄원서가 제출된 것 같이 기사가 나간 것에 대해서는 저도 많이 당혹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연맹의 일로만 생각하고,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일 인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다. 이런 일로 심려를 끼쳐 드려서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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