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올해 최고의 유행어는 단언컨대 개인적 일탈!

너의길을가라 2013. 12. 23.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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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 해동안 가장 '히트(hit)'를 쳤던 유행어는 무엇일가? 물론 KBS <개그콘서트>에서 수많은 유행어가 쏟아져 나왔고, 그 중에서 '뿜 엔터테인먼트'라는 코너에서 김지민이 선보인 '느낌 아니까'가 눈에 띄지만, 정치를 포함한 사회 전반으로 눈을 돌리면 '개인적 일탈'이 단연 돋보인다. '안녕들 하십니까?'의 깜짝 등장으로 그 독보적 위치가 살짝 흔들리긴 했지만, 일년 내내 이어져 온 GH 정부의 '개인적 일탈' 쇼를 간과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 <스포츠동아>에서 발췌 - 


윤창중 성추행, 세계 8대 굴욕사건 선정 "국위선양?" <헤럴드경제>


저 유명한 '개인적 일탈'의 문을 처음 연 것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었다. 지난 5월, GH의 방미 일정을 함께 했던 윤 전 대변인은 현지 공관의 인턴 여직원을 호텔 바와 객실에서 성추행했다. 망신스럽게도 중국의 신화통신은 세계 8대 굴욕사건에 '윤창중 성추행 사건'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윤창중 성추행, 세계8대 굴욕사건에 꼽혀. 국위선양 했군요. 대한민국 청와대, 이 부문에선 국제경쟁력을 갖췄습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청와대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을 '개인적 일탈'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상부에서 성추행을 지시한 것도 아니고, 집단적으로 성추행을 저지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개인적 일탈' 해명 시리즈 중에서 그나마 가장 제대로 된 것이라고 하겠다. 




- <경향신문>에서 발췌 -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청와대는 '윤창중 성추행 사건'에 대한 설명에 자아도취(自我陶醉)를 느낀 탓인지, 그 이후부터 줄곧 '개인적 일탈' 이라는 해명으로 일관한다. 그 일관된 뚝심은 인정할 만 하지만, 그 꼴사나움을 계속해서 들어야 하는 국민들의 속은 얼마나 타들어가겠는가?


청와대는 국정원 직원의 정치 댓글과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 및 군무원의 댓글이 상부의 명령에 의해 이뤄졌고, 집단적 · 체계적으로 행해졌음에도 '개인적 일탈'이라고 꼬리를 자르려 시도했다. 우스꽝스럽게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채 모군의 정보를 캐내려 했던 조 모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서도 '개인 일탈행위였다'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추측과는 달리,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지난 5일, JTBC <9시뉴스>에 여론조사 결과 조사 대상의 약 60%가 정부의 개인적 일탈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이번에도 '개인적 일탈'..'혹시나?' 했던 셀프수사 '역시나' <노컷뉴스>

계속되는 '개인적 일탈', 대통령이 위험하다 <오마이뉴스>

"심리단장의 '과욕'이 빚은 개인적 일탈" 납득 못할 결론 <세계일보>


오마이뉴스의 이희동 기자는 청와대의 거듭된 '개인적 일탈' 해명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재미있는 부분이라 일부 인용하다.)


생각해보자.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은 어떤 이들인가? 비록 많은 이들이 꿈의 직장으로 공무원을 선호하지만, 그게 꼭 공무원에 대한 신뢰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들의 '철밥통'만이 선망의 대상일 뿐이다. 오히려 공무원은 우리 사회에서 복지부동의 대명사이며, 심지어는 영혼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듣는다. 그들은 위의 지시가 없으면 잘 움직이지 않으며, 자신에게 피해가 오는 행위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공무원이 개인적인 일탈을 벌였다고? 그것도 한창 들어갈 돈이 많은 오십대 고위 공무원이? 공무원들 끼리 아무리 충성 경쟁이 심해도, 불법 행위를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그것은 어쨌든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청와대의 의지가 국정 전반을 장악하는 서슬 퍼런 정권 1년 차다. 과연 누가 자신만의 의지로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꾸민단 말인가.




- <머니투데이>에서 발췌 - 



소위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공무원이, 위의 지시가 없으면 잘 움직이지도 않고, 자신에게 피해가 오는 행위는 거의 하지 않으려고 하는 공무원이 '개인적 일탈'을 저지른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범죄가 발생하게 되면 수사하는 측에서 용의자를 추려나가는데,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동기(動機)다. 그런데, 동기가 없는 공무원의 개인적 일탈?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 70∼80여명 '정치글' 작성" <연합뉴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심리전단 요원 100여 명 가운데 70~80여 명이 '정치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정치관여죄를 적용할 수 있는 위법성 있는 글을 올리지 않은 요원'이 20∼30명 정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개인적 일탈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100명 중의 20~30명이라면, 이것을 개인적 일탈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아, 이번 군의 자체 수사 결과에 따르면, 최고 '윗선'으로 밝혀진 사이버심리전 이모 단장(부이사관·3급)의 지시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하니, '정치적 표현도 주저마라'는 이 단장의 명령을 어기고 개인적 일탈을 저지른 사람이 20~30명이 되는 것일까? 


지긋지긋한 '꼬리 자르기'는 언제쯤 끝이 나는 것일까? 끔찍한 사실은 아직 임기가 4년이나 남았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개인적 이탈'을 보게 될 것인가? 아,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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