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이봉원의 오지랖, 올바른 훈계와 꼴사나운 추태 사이..

너의길을가라 2013. 12. 19. 19:12
반응형

연예인의 발언들을 글의 소재로 삼아야 하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다. 왜냐하면 필자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상당하 호의적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란 대중에게 이미지를 '파는' 존재들이다. '딴따라'이고, '광대'이다. 그들이 무슨 대단한 '스타'도 아니고, 우러러봐야 하는 위인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 그들에게 조금의 '흠'이 있다거나 '실수'를 한다고 해서 과도한 비판을 가하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생각한다. 


변서은 씨가 페이스북에 쓴 글이 화제가 되자, 이에 대해 이봉원 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긴 모양이다. '페이스북엔 페이스북으로 대응한다'는 태도는 바람직한 것 같다. 만약 이봉원 씨가 변서은 씨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함부로' 전화를 걸었다면 이는 무례를 넘어 행패겠지만,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의사를 밝힌 것이 뭐가 그리 문제이겠는가?




우선,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방송에서 이야기되는 이봉원 씨는 거의 술과 함께 사는 수준이라고 한다. 본인의 입으로도 그렇게 말하고 다녔으니, 그것이 나만의 오해는 아니리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만 묻겠다. 저 글을 쓸 당시 '맨정신'이었는가? 만약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쓴 글이라면 굳이 필자가 나서서 코멘트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확인을 하고 넘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고, 맨정신에 쓴 글이라면 간단한 수준에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맨정신'에서 쓴 글이라고 가정하고, 진도를 조금 나가보자. 나중에 술 마시고 쓴 글이라고 밝힌다면 이 글도 조용히 지우도록 하겠다.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ㅠㅠ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을까? 연예계에 있다보면 그보다 훨씬 심한 일들을 겪지 않던가? 이봉원 씨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변서은 씨의 발언의 강도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변 모 꼬라지라는 보도듣도 못한 철딱서니 없는 인간이 현직 여성 대통령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말을 지껄였다.. 


이봉원 씨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놀란 까닭은 "그렇게 팔고싶으면 몸이나 팔어.."라는 말 자체 때문인가, 아니면 그것이 대통령에게 향한 것이기 때문인가? 맥락으로 보건대, 그가 까무라칠 정도로 놀란 까닭은 변서은 씨의 발언이 대통령을 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불경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만약 변서은 씨가 '현직 여성 대통령'가 아닌 다른 여성에게 그런 말을 했어도, 이봉원 씨가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ㅠㅠ'라며 탄식했을까? 이를 통해 이봉원 씨의 사고방식과 그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왕조 국가에나 어울릴 법한 것이다. 적어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불경죄'를 들이댈 때는 훨씬 지나지 않았나?


또 한 가지 이봉원 씨의 문제점은, 변서은 씨에 대한 모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렀다는 점이다. 그는 변서은 씨를 지칭해서 '변 모 꼬라지라는 보도듣도 못한 철딱서니 없는 인간'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한 명의 신인 여성 방송인에게 엄청난 무례 아닌가? 아마도 이봉원 씨가 변서은 씨를 '무시'한 까닭은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한' 신인 여성 방송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변서은 씨가 유명한 방송인이었다면 '감히' 이봉원 씨가 함부로 말할 수 있었을까? 또, 굳이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이봉원 씨가 누군가의 '철딱서니'를 거론할 만큼 '철딱서니'가 있어보이진 않는다. 반론을 제기하고 싶으면, 당신이 출연했던 방송들을 모니터링해보길 바란다. 




- <한국경제>에서 발췌 - 


이봉원 씨는 방송계의 '어른'의 위치에 있다. 방송계의 선배로서 '훈계'를 하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사고방식에 입각한 훈계를 해주길 바란다. 안타깝게도 당신의 훈계는 그저 '불경죄'를 논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떻게 감히 대통령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의 유치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쯤되면 '훈계'가 아니라 '추태'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변서은 씨는 '철도 민영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이봉원 씨가 '어른'이라면, 변서은 씨의 발언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거나 혹은 도를 넘는 발언이 있었다면 선배로서 이를 감싸주고 부드럽게 타일렀어야 하는 게 아닐까? '불경죄'를 떠올리게 할 만큼의 과도한 '액션'을 취하며 상대를 '모욕'하는 게 아니라! 변서은 씨의 발언을 사유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 조금은 비판적인 글을 썼던 필자로서도 지켜보기에 참으로 민망한 수준이기에 글 한 편을 보태지 않을 수 없었음을 이해하주길 바란다. 


'말과 물은 뱉고 쏟아지면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이봉원 씨에게 한 가지 더 부탁하고 싶다. 글을 지우지 마시라. 지워봤자 소용 없다는 건 본인이 설파한 말 중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던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