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사유하는 시민의 본격적 등장을 의미

너의길을가라 2013. 12. 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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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에서 발췌 -

 

"안녕들하십니까" 일상의 질문에 청년세대 움직였다 <한겨레>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물음은 애초부터 다의적(多義的)이며, 그 질문을 마주한 이들에게 중의적(重義的)으로 다가온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당신은 괜찮나요?'라는 걱정에서부터 '우리가 괜찮은 척하며 지내는 게 정상인가요?'라는 회의적(懷疑的) 물음, '이대로는 안 되는 것 아닌가요?'라는 반성과 모색까지 그 층위는 매우 다양하다. 혹은 누군가에겐 '비아냥'처럼 들릴 수도 있으리라.

 

고려대 경영학과의 주현우 씨의 '손글씨 대자보'가 만들어낸 사회적 반향은 매우 뜨겁다. 페이스북을 통해 전파되기 시작한 '안녕하들십니까'라는 질문은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관심을 넘어 참여까지 이끌어냈다. 그의 대자보 옆으로 손으로 꾹꾹 눌러쓴 대자보가 하나 둘씩 붙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고려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이어졌다. 현재까지 고려대 50건, 서울대 22건, 중앙대 5건 성균관대 3건 등 총 100건이 넘는 손글씨 대자보가 붙었다고 한다.

 

 

- <한겨레>에서 발췌 -

<한겨레>는 존재감이 사라졌던 대자보 하나가 거대한 신드롬으로 확산된 이유를 '일상적 언어'가 공감을 불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타당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노회찬 전 의원이 일상의 언어로 정치를 풀어냈던 것이 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불러온 것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고교생도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동참 <연합뉴스>

 

가히 열풍이라고 할 만큼 '안녕들하십니까' 패러디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다루고 있는 사안도 다양하다. 철도파업, 밀양 송전탑 갈등, 국정원 사태 등의 굵직한 정치 현안뿐만 아니라 '샤이니'의 종현이 지지 메시지를 보냈던 성소수자의 목소리도 담겨져 있었다. 광주 북구 일곡동의 한 버스정류장에는 의료민영화와 관련해 의견을 개진한 고등학생의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내용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참여 연령층의 다양화도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일보>에서 발췌 -

 

첫 등장한 '안녕들' 반박 대자보.. 경북대생 "당신들은 틀렸다" <국민일보>

하태경 "팩트 왜곡 대자보" VS 장하나 "본질을 보라" <노컷뉴스>

 

물론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에 마뜩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당연한 일이다. 경북대학교에서는 "철도노조파업을 반대하고, 밀양 송전탑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면 깨어있지 못한 대학생 취급을 받는다. 사회문제 충분히 관심 많다. 그런데 그것이 옳지 못한데도 지지하고 응원해야 합니까"라며 이른바 '반박대자보'가 게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하태경 의원은 "사실 관계를. 그래서 그것이 기본이 되어야 되는데 이 대자보를 보면서 요즘 대학생들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가 기본 자세가 안 되어 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첫 문장이 팩트 왜곡"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철도 노동자에 대한 직위 해제를 일자리를 잃었다고 표현한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물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비판은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비판이 학생들이 대자보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 그 본질을 놓치는 치명적인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더구나 그 대자보를 쓴 것은 전문적인 직업 정치인도 아닌 학생들이 아닌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면, 대자보에 적힌 문장, 단어 등을 꼬치꼬치 따져가며 그것이 사실관계에 부합하는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왜 이런 대자보를 쓰게 됐는지 학생들이 진정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닐까?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뤄지면 될 일이다. 그것이 경북대생의 대자보로 나타난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일베 회원들이 대자보를 훼손하고 인증 사진을 찍는 등 '찌질이'의 전형적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대자보'에 '대자보'로 응수하는 보수적 입장을 갖고 있는 학생의 등장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하겠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슬라보예 지젝은 끊임없이 '사유하라'고 강조한다.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경희대 이택광 교수는 '필요한 것이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이데올로기의 작동방식에 대한 생각이다. 모든 것은 이데올로기이다. 심지어 이데올로기의 종언이라는 것도 이데올로기인 셈이다. 끊임없는 의심의 사유가 바로 이런 생각의 핵심이다. 지젝이 말하고자 하는 실천지침은 쉴 새 없이 의심하고 사유하라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사유하기'의 본격적 등장이라는 의미에서 매우 소중한 가치를 가진다. 지금 우리 사회에 대해서,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대해서 '사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유'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사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사유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또 다른 사유의 토대가 마련되도록 돕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사유는 시작됐다. 캄캄하게만 느껴졌던 대한민국의 2013년, 그 마지막 달에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2014년은 훨씬 더 밝고 따스할 것이라고 감히 예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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