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변서은의 과유불급, 개념발언과 막말 사이..

너의길을가라 2013. 12. 1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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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약(一躍) 스타가 되기 위한 방법엔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개념 발언을 하든가, 막말을 하든가. 물론 그 둘을 가르는 기준은 때로 모호하고 자의적일 때가 많다. 변서은의 경우가 그런 것 같다.




그는 '개념 발언'을 한 것일까, '막말'을 한 것일까? 우선, 그가 페이스북에 썼다는 글의 내용부터 파악해보자. (위에 사진으로 싣었지만, 다시 한번 글로 옮겨보자.)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냐? 

고딩때만 해도 정치 진짜 관심없었는데 


웬만하면 이런 발언 삼갈라 그랬는데. 


페북 보니 별 개소리가 많아... 

민영화 해도 지하철비 똑같으니까 타라고? 

어이없는 소리. 

'나 대통령인데 너네 집 좀 팔거야. 너네 차 좀 팔거야.' 하는거랑 똑같은거야

지금. 

다 우리 부모님들 조부모님들 우리네 주머니에서 나간 세금으로 만들어

진거야. 그래서 우리 모두의 것인거라고. 

그걸 지금 개인에게 팔겠다고 하는거쟎아? 

그렇게 팔고 싶으면 걍 언니 돈으로 만들어서 팔라고ㅡㅡ 

국민세금으로 만든 걸 왜 팔어ㅡㅡ 

그렇게 팔고 싶으면 몸이나 팔어...



변서은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것. 우리는 그 선의를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우리'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만약 '마지막 문장(그렇게 팔고 싶으면 몸이나 팔어...)'을 쓰지 않았다면, 그 '우리'의 폭은 훨씬 넓어졌을 것이다.


물론 변서은을 탓하고 싶진 않다. 그는 페이스북이라고 하는 트위터보다는 훨씬 더 사적인 공간에 글을 썼다. 그의 해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주위 친구들 보라고' 그 글을 남겼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연예인에게 '사적 공간' 따위가 어디 있겠는가? 뭔가 이슈가 될 것 같으면 퍼다 나르는 것이 이 사회의 속성 아니던가? 


당연히 이슈가 됐고, 기사에 굶주린 기자들은 기사를 쏟아냈다. 자극적인 소재가 없을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기자들에게 변서은은 아주 '맛있는' 먹잇감이 됐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마지막 문장이다. 만약 마지막 문장이 없었다면, 변서은의 발언은 '묻혔'거나 '변서은, 철도 파업과 관련 개념 발언' 정도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마지막 문장 때문에 기자는 이런 제목의 기사를 써냈다. 


변서은, 박대통령에 막말 논란 "팔고싶으면 몸이나 팔어" <마이데일리>


결국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변서은의 목소리는 '막말'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변서은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이렇게 회자될 것이다. 


"변서은인가, 뭔가.. 걔가 박근혜(대통령)한테 몸이나 팔라고 그랬다며? ……"


말줄임표를 넣은 까닭은 받아들이는 주체에 따라 전혀 다른 표현이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속 시원하더라" 정도와 "미친 거 아냐?" 그런데 이런 생각은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어느 쪽이 더 많을까?' 당연한 대답이지만, 후자 쪽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필자는 변서은을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가 정치인도 아닐 뿐더러, 이 발언을 '기획'하고 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우리의 공동의 재산을 대통령 마음대로 팔아버리겠다고 한다면, 그 정도의 화가 나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 다만, 마지막 문장은 뺏어도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가질 뿐이다. 그랬다면 '철도 민영화'에 대해 좀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묻혔을 가능성이 높지만) 또, 변서은도 '직장'을 잃지 않았어도 됐을 테니까.



- <마이데일리>에서 발췌 - 



오히려 문제는 변서은을 사유하는 사람들에게 있다. 변서은의 마지막 문장을 그저 통쾌하게만 소화하는 사람들 말이다. 변서은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를 무작정 옹호하고자 하는 태도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상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에도 '절대적'인 기준점은 있게 마련이다. 최소한의 선은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참 애매하게 됐다. 사적 공간의 발언이 공적인 것이 되어 버릴 때, 우리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방송인의 SNS가 100% 사적 공간이라고 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는 변서은의 경우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결국 우리는 좀더 '우아'하게 싸워야 하고, 보다 '유쾌'하게 싸워야 한다. 저들과 똑같은 '짓'을 하며 싸워선 곤란하다. 변서은을 옹호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저들과 같은 존재로 전락시키지는 말자. 변서은의 발언을 두고, 저들과 싸우는 건 불리한 전장에서 싸우는 것과 같다. 철도 민영화 저지든, 선거에서의 승리든.. 결국 '다수'의 자리를 점하는 싸움 아닌가? 우리끼리의 통쾌함의 위험성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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