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개는 훌륭하다' 톺아보기

"피하고 싶은 이웃" 강형욱이 답답해 했던 까닭은?

너의길을가라 2023. 10. 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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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 훈련사는 "'개는 훌륭하다'를 3년 해도 소용이 없"다고 탄식한 적이 있다.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이 반려견 문화 성숙에 큰 기여를 한 건 사실이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지금껏 등장했던 고민견들의 문제는 큰 결에서는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믿기 힘들겠지만, 그 중 90% 가량은 '목줄 통제'와 '바디 블로킹'만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했다.

물론 문제의 본질은 '보호자와 반려견의 관계'인데, 보호자들에게 필요한 건 '리더십'과 '책임감'이다. 또, 과도한 예뻐하기를 멈추고 명확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3년째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현실은 과연 얼마나 바뀌었을까. 16일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믹스견 설이(암컷, 9살)였다. 녀석은 전원마을 속 너른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었다.

엄마 보호자는 동네 커뮤니티에서 설이의 구조 소식을 우연히 접하고, 보호소로 보내면 안락사될 수 있다는 얘기에 입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보호자는 그만큼 설이에게 많은 사랑을 쏟아부었다. 화목해 보이는 집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 보호자들은 설이의 몸무게가 12kg이나 된다며 비만이라 엄살을 부렸지만, 이는 본인들이 사료 양을 절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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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바로 공격성이었다. 마당에서 보호자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던 설이는 갑자기 달려나갔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달려든 것이다. 엄마 보호자는 설이가 외부인만 보면 맹수로 돌변한다고 우려했다. 강형욱이 나서지 않아도 '개훌륭' 시청자라면 일차적인 해결책은 쉽게 제시할 수 있으리라. 외부로 뚫려 있는 시야를 막아서 경계심이 발동될 여지를 줄여주면 될 일이다.

어찌됐든 설이는 이빨까지 드러내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는데, 자칫 물림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했다. 또, 지나가다 들른 이웃과 반려견에게도 달려들었다. 몸이 울타리 밖으로 나갈 정도였다. 설이의 두 얼굴에 박세리와 강형욱도 흠칫 놀랐다. 이쯤되면 보호자가 적극적으로 나서 제지를 해야 하는데, 영상 속에서는 그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짖는 형태를 보면 오지 말라고 짓는 거 같네요." (강형욱)


당연히 산책도 쉽지 않았다. 설이는 성인 남자와 초등학교 남학생에게 유독 공격적이었고, 산책하는 다른 반려견에게도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그런데도 보호자는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하네스로만 통제를 했다.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산책 중에 만난 또 다른 반려견에게 공격을 하다가 혀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분에 못 이겨 자기 혀를 문 것이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지만) 입질 사고도 여러 차례 있었다. 설이는 산책 나갈 준비를 하는 할아버지 보호자의 손을 물고, 펫시터도 두 번이나 문 전력이 있었다. 지인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보호자가 손님을 초대하면 워낙 공격적으로 짖어대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 때문에 가족들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손님들도 설이가 무서워 좀처럼 편안히 방문할 수 없었다.  

그런데 위험성에 있음에도 보호자들은 어째서 목줄을 사용하지 않는 걸까. 아빠 보호자는 설이가 6, 7살쯤 목에서 6.8cm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설이가 목줄을 한 상태에서 짖어서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을깨 싶다며 안쓰러워했다. 그런 생각이 들어 목줄 착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설이를 더 애지중지하게 됐으리라.

"이런 환경에서 안 짖는 개가 있을까 싶거든요?" (강형욱)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먼저 환경에 대해 지적했다. 전원주택에 살 때 반려견은 소유 공격성이 높아지기 마련인데, 현재 보호자의 앞마당은 외부 자극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또, 설이의 몸이 통과할 만큼 넓은 울타리도 문제였다. 지금의 환경은 설이에게 불안감을 키워줄 뿐이었다. 이를 해결해기 위해서는 울타리를 빈틈없이 촘촘하게 만들어 시선을 차단해야 했다.

또, 설이는 새로운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손님이 방문할 때마다 방에 따로 격리하면 될 일이었다. 엄마 보호자는 분리하면 설이가 너무 짖어서 그럴 수 없었다고 앓는 소리를 했는데, 강형욱은 혼자 있는 훈련이 충분히 가능하다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설이와의 분리가 힘든 건 보호자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설이는 자신이 짖으면 보호자가 와줄 것을 학습한 상태였다.

"사실 우리 보호자들은 피하고 싶은 이웃이죠." (강형욱)


목줄에 대한 상담도 이어졌다. 종양과 목줄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보호자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채우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형욱은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내 반려견이 목이 아프다는 핑계로 통제하지 않는 건 문제라고 단호히 지적했다. 역지사지를 해서 사연이 있지만 공격적인 다른 반려견을 만난다면 그걸 이해해 줄 수 있을까. 보호자들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강형욱은 '설이와 잘 사는 것'을 목표로 훈련에 임할 것을 요구했고, 보호자는 약 4년 만에 설이에게 목줄을 착용시켰다. 마당으로 나간 설이는 갑자기 허공에 뒷발을 차기 시작했다. 자신의 힘이나 영역을 과시하는 행위였다. 강형욱은 이를 감지하고 엄마 보호자에게 목줄을 단단히 잡고 있으라고 지시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설이는 곧장 강형욱을 향해 위력을 과시했다.

강형욱은 엄마 보호자에게 끌려가지 말고 버틴다는 느낌으로 걷도록 지시했다. 제작진을 발견한 설이는 곧장 달려들었다. 엄마 보호자는 강형욱에게 배운대로 버티기를 시전했다. 다음 단계는 바디 블로킹이었는데, 처음에는 어색해 했던 엄마 보호자는 조금씩 훈련에 익숙해져갔다. 설이 역시 엄마 보호자의 태도가 낯설었지만, 조금씩 안정감을 찾으며 ‘앉아’까지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사람들하고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다니셨나 봐요." (강형욱)


내친 김에 산책 훈련까지 진행했다. 강형욱은 산책의 속도는 보호자가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자가 앞장서고 설이가 따라가는 방식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설이가 강형욱에게 다가가는데도 엄마 보호자는 아무런 제지도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강형욱은 위험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보호자의 늦은 대처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보호자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반려견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격성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반려견의 공격성을 감소시키려면 안전하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그러려면 보호자의 예측 행동이 필수였다. 엄마 보호자는 다음 3단계의 훈련을 반복적으로 익혔다. ①'앉아' 시키기 ②외부인과 설이 사이에 끼어들기 ③인사를 나누며 외부인이 안전한 존재임을 인식시키기

주도적인 산책이 익숙했던 설이와 그대로 따라줬떤 엄마 보호자는 강형욱과의 산책 훈련으로 180도 달라졌다. 설이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켄넬 훈련까지 마무리한 보호자들은 많은 것을 깨달았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첫발을 내딛었으니, 앞으로 꾸준히 훈련에 임하는 일만 남았다. 그들이 형욱이 제시했던 목표, '설이와 잘 사는 것'을 이뤄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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