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개는 훌륭하다' 톺아보기

"보호자가 너무 무서워요" 강형욱이 유독 까칠해졌던 까닭

너의길을가라 2023. 9. 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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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반려인 수가 무려 1,262만 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그들 중 리더십을 갖춘 '보호자'라고 할 만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솔직히 회의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개를 예뻐하는 사람은 많은데,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무분별하게 짖고,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공격성을 보여도 통제하지 않는다. 분명히 이웃에 피해를 주는데도 내 개의 불편만 생각한다. 이것이 과연 사랑일까.

베들링턴 테리어 쌩크(암컷, 10살), 담이(수컷, 8살)

18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는 지난 주에 이어 경기도 파주의 한 빌라에서 솔루션을 이어갔다. 반려동물이 있어야만 입주 가능한 주거 공간인 만큼 그곳의 입주민들이 동물에 대한 애정이 넘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측됐다. 세 번째 가정은 베들링턴 테리어 모자(母子)를 키우고 있었다. 성격이 좋은 담이는 낯선 사람을 봐도 짖지 않고 애교를 부렸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보호자는 집에서는 문제가 없는 담이가 밖에만 나가면 완전히 달라진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니까 문제는 바로 산책이었다. 질주 본능으로 가득한 쌩크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뛰쳐나갔다. 강형욱 훈련사는 "견종명에 '테리어'가 들어가면 활동성이 높다는 거예요."라며 오소리, 여우 등을 사냥했던 핏줄 테리어, 잭 러셀 테리어 등 테리어 종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달리면 되는 쌩크의 산책은 그나마 편한 편이었다. 담이는 냄새도 거의 맡지 않고 배변 활동도 하지 않았다. 이웃 반려견을 보자마자 공격성을 보였다. 극도의 흥분 상태를 유지했다. 이미 입질 사고를 경험한 보호자는 또 사고가 날까 두려워 목줄을 짧게 당긴 채 걸었다. 보호자는 담이가 다른 반려견들과 편하게 노는 걸 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강형욱은 강도 높은 운동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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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견 축복이(수컷, 6살), 빛나리(암컷, 5살 추정), 시츄 콩이(수컷, 19살), 몰티즈 쭈쭈(암컷, 15살 추정)

4번째 가정은 다견 가정이었다. 양쪽 눈을 모두 실명한 노견들도 눈에 띠었다. 보호자는 좋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던 축복이와 유기견인 빛나리가 안쓰러워 모두 입양했다고 밝혔다. 이 사실만 봐도 보호자가 얼마나 동물을 아끼고 애정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책임감 있는 리더의 역할은 하지 못하는 보호자였다.

보호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순하디 순한 축복이는 다른 동물을 보면 야수로 돌변했다. 실제로 손님이 반려견과 함께 방문하자 축복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보호자는 입마개를 채운 후 “집에서는 괜찮을 수도 있어.”라고 안심시켰다. 과연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 보호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축복이는 달려들었다. 아무런 통제 없이 자유롭게 상대견을 따라다니고 주변을 맴돌았다.

"사람은 안 물 거야, 아마." (보호자)
"굉장히 무서운 표현이거든요. 내 개를 너무 많이 믿으시네요." (강형욱)

이미 물림 사고를 낸 적이 있음에도, 개부터 사람까지 여러 번의 물림사고가 있었음에도 보호자는 여전히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강형욱과 달리 보호자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렇다면 산책은 어떨까.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이라고 다를까. 보호자는 축복이를 전혀 통제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급기야 테라스에 있는 상대견을 보고 벽까지 탈 정도로 축복이는 흥분 상태였다. 결국 입마개까지 벗겨지고 말았다. 또, 자동 리드 줄이 너무 길어 통제가 되지 않았다.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보호자는 “목줄이 짧으면 답답할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다. 강형욱은 할 말을 잃은 듯했다. ”3년을 해도 소용 없다.“는 지난 주 그의 푸념이 뇌리에 떠올랐다.

"저는 보호자님이 너무 무서워요. 위험을 보고도 아름답게 보고 싶어 해요." (강형욱)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위험 의식이 없고 책임감 없는 보호자의 태도를 꼬집었다. 예뻐만 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데, 보호자는 그 선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물림 사고에 대해 얘기할 때도 ‘꿰맬 정도의 상처’를 ‘대형사고가 아니다’라고 표현하는 등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강형욱이 상대견의 입장에서 설명하니 그제서야 이해하는 듯했다.

강형욱은 작정한 듯 보호자의 인식을 바꾸려 했다. 보호자는 어떤 개가 축복이를 놀라게 하는 바람에 공격성이 발현됐다고 주장했는데, 강형욱은 그런 식이라면 축복이는 얼마나 많은 개들이 공격성을 발현시켰겠냐며 다른 개 때문이 아니라 축복이와 보호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솔루션은 명확했다. ①핀치칼라 사용 ②입마개 착용 ③짧은 목줄 착용 ④한 마리씩 산책 ⑤달려 나갈 때 목줄 당기기

그런데 보호자는 핀치칼라를 사용하는 게 마음이 아프다며 주저했다. 강형욱은 동물보호법이 약해서 축복이가 살아 있는 거라며 경각심을 불어넣었다. 다른 동물을 죽이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강형욱은 축복이가 아니라 피해견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개의 평온한 일상을 빼앗은 사실이 더 중요하니, 평생 미안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훈련은 의외로 간단히 진행됐다. 핀치칼라를 사용하니, 축복이는 헬퍼견을 봐도 별다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좋은 타이밍이라 여겼는지 강형욱은 자신이 목줄을 잡고 통제에 나섰다. 놀라서 손으로 입을 막은 보호자에게, 강형욱은 과속하면 벌금내는 게 당연하 듯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제지하는 게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훈련을 통해 축복이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한편, 세 번째 가정의 담이도 핀치칼라를 사용해 훈련에 나섰다. 강형욱의 압박에도 담이는 계속 짖어대며 포식성에 의한 공격성을 내비쳤다. 강형욱은 과한 흥분을 넘어 흥분 중독일 수 있다며 우려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담이가 짖다가도 보호자를 따라간다는 것이었다. 포식성보다 보호자와 함께 있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한 것이다. 희망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강형욱은 무작정 압박하기보다 지켜보며 수위를 조절하자고 조언했다. 또,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좀 필요하겠으나 보호자가 단호히 훈련에 나선다면 담이의 공격성도 고쳐질 것이다. 반려동물 최적화 건물에 거주할 정도로 보호자들은 자신의 반려견을 아끼고 예뻐했다. 그건 반론이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반려견을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묵인하고 무조건 예뻐만 하는 보호자. 반려견이 공격성을 보여도 통제는커녕 '내 개는 착해. 사람은 안 물어.'라고 말하는 보호자. 과연 그들을 신뢰할 수 있을까. 역시 '개훌륭' 3년으로는 부족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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