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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15마리와 지내는 임시 보호자, 강형욱이 정색한 까닭은?

너의길을가라 2023. 9. 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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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의 개를 키우는 것도 충분히 어려운데 여러 마리의 개를 책임진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일까. 분명 보통 사람이라면 하기 힘든 선택이다. 다견 가정의 보호자에게 '애정'이 많다는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명제이다. 개에 대한 엄청난 사랑 없이는 결코 다견 가정을 꾸릴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리더십'이 없는 애정은 많은 문제의 근원이 되곤 한다.

4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무려 15마리의 유기견을 보호하고 있는 부부 보호자가 출연했다. 우선, 환경은 합격점이었다. 넓은 정원이 딸린 커다란 이층집은 다견 가정에 적합했다. 또, 건강하고 활동적인 보호견들의 방과 소극적인 성향의 보호견들을 위한 방, 몸이 아픈 보호견과 노견 케어를 위한 방을 분리해 성향대로 모여 살게 한 점도 좋았다.

어떻게 15마리나 되는 개를 보호하게 된 걸까. 엄마 보호자는 "처음 키우던 개가 세상을 떠나고 인터넷에서 찾은 보호소에서 봉사하던 중 입양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후로 열악한 상황에 처한 유기견들을 구조하는 활동을 하며, 지금까지 약 200마리의 개들에게 새 가족을 찾아주었다. 부부 보호자는 현재 13마리를 임시 보호 중이었고, 2마리는 입양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곳에도 고민견이 있기 마련, 촬영 시작 8초 만에 물림 사고가 발생했다. 범견(?)은 시추 루이(수컷, 3살 추정)였다. 임시 보호 중인 루이는 외부인을 보면 입질을 했다. 제작진을 향해 맹렬히 달려간 루이는 울타리 앞에서 멈춰설 수밖에 없었는데, 흥분한 상태라 울타리를 씹기까지 했다. 다른 개들은 평온한 상황에서 루이 혼자만 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격한 상태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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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츄가 사납기가 진짜 쉽지 않아요.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인데.." (강형욱)

루이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봉사자에게도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 결국 점프를 해서 펜스 밖에 서 있는 봉사자의 손을 물어버렸다. 가볍게 무는 것도 아니라서 상처가 제법 깊었디. 격리를 해도 여전히 경계했다. 부부 보호자는 목줄도 통제도 하고, 블로킹 훈련도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루이가 쉬지도 않고 계속 짖어대는 통에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한편, 흥미로운 장면이 포착됐다. 닥스훈트 콩콩이(암컷, 12개월)가 루이를 밀착마크하는 게 아닌가. 쫓아가듯 다가가서 툭툭쳤고, 지속적으로 따라붙었다. 강형욱은 이를 '숄다 차지'라고 설명했다. 루이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루이는 사람들 앞에서는 폭군이지만, 콩콩이 앞에서는 꼼짝도 못했다. 콩콩이는 왜 루이만 집요하게 괴롭히는 걸까.

"루이한테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박세리)
"나대니까." (이경규)
"사실이에요. 그럴 수 있죠. 불안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강형욱)


엄마 보호자는 루이를 데려왔을 때 8개월 동안 산책을 나가지 못했다며, 사회화 교육이 잘 되지 않은 탓이라고 추측했다. 루이는 콩콩이의 견제 때문에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듯 지냈는데, 결국 점점 더 격해진 콩콩이가 루이의 목을 물고 말았다. 사고가 벌어지고 엄마 보호자가 말려봤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처음에는 루이가 콩콩이를 괴롭혔다는데, 그에 대한 복수를 하는 걸까.

다견 가정의 세 번째 문제는 구찌가 복댕이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다견 가정의 특성상 보호자의 애정을 온전히 받을 수 없는 구찌는 질투심에 유독 복댕이를 밀어내고 괴롭혔다. 견제하는 형태가 콩콩이의 그것과 굉장히 닮아 있었다. 보호견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스스로 약속했으나 마음과는 정반대가 되어버린 상황에 엄마 보호자는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강형욱 훈련사는 16마리가 함께 지냈던 제주도 짱순이네(176회)를 상기시켰다. 외부인을 향한 입질과 반려견들 내 괴롭힘이 있었으나, 보호자들은 통제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고민 가정이었다. 루이네도 비슷한 문제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강형욱은 엄마 보호자의 리더십 부족을 지적했다. 게다가 공평하지도 못했다. 최대한 공평하려면 예뻐해 주는 삶이 되면 안 된다고 못박았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루이와 맞닥뜨렸다. 루이는 여전히 화를 참지 못하고 카메라를 물어뜯었다. 난장판이 되었음에도 보호자는 어떤 제지도 없었다. 짖는 소리에 대화가 힘든 상황에도 방치했다. 강형욱은 개들을 각자의 방에 집어 넣은 후 루이에게 접근했다. 둘의 기싸움을 제법 팽팽했다. 루이는 강형욱을 향해 달려들었고, 강형욱은 블로킹으로 맞섰다.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했는지 루이는 아빠 보호자의 종아리를 물었다. 쇠뿔도 당김에 빼라고 했던가. 강형욱은 멈추지 않고 계속 압박을 가했고, 루이는 젖음을 멈추고 도망가기 바빴다. 훈련이 제대로 각인됐을까. 루이는 이경규가 나타나도 바닥에 앉을 뿐 짖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도 마찬가지였다. 1시간 전만 해도 카메라를 물어뜯고 난리를 쳤던 루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어느 정도 두수가 넘어간 보호소는요. 개를 사랑하고 싶어 만든 리더가 사랑하는 역할을 멈춰야 해요." (강형욱)


그렇다면 구찌가 복댕이를 괴롭히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구찌가 복댕이를 압박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엄마 보호자의 사랑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공평하지 못한 사랑에 질투를 느꼈던 것이다. 강형욱은 ‘보호자의 몫’과 ‘운영자의 몫’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는 보호자가 아닌 단호한 리더가 될 것을, 옳고 그름을 판단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을 당부했다.

콩콩이가 루이를 공격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다. 보호자와 자신이 속한 집단을 사랑하는 콩콩이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루이를 격리하려 했던 것이다. 이어서 강형욱은 임시 보호를 할 때 주의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개들끼리 어울림을 극단적으로 줄이라고 조언했다. 보호견이 계속해서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적당한 결핍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독 관리를 할 것을 당부했다.

철장 속에 갇혀 있던 보호견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엄마 보호자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강형욱의 관점은 조금 달랐다. 그는 ”급박했던 환경에서 살던 친구들이 자유로워지는 순간 그 자유를 누리면서 행복감을 느끼기보다 내 자유를 뺏길까 봐 두려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때 필요한 게 바로 명확한 규칙이다. 내 몫이 명확할 때 행복감을 느끼기 떄문이다.

"봉사는 진짜 힘든 일이잖아요. 이 봉사가 진정 누굴 위한 것인지 계속 관찰하셔야 중심을 잃지 않거든요. 근데 지금 또 한 마리를 데리고 오고 싶은 건 보호견을 위한 거예요, 내 마음을 위한 거예요?" (강형욱)


개를 사랑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 엄마 보호자는 15마리의 보호견을 책임지기에 벅차 보였다. 그런데도 한 마리를 더 데려올 예정이라고 밝히자 강형욱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쓴소리를 했다. 생각지 못한 질문에 엄마 보호자는 깊은 고미에 빠졌다. 스스로 개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깨는 행위를 했던 그는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형욱이 말하고 싶었던 건 '감정이 앞선 보호가 무조건적인 답은 아니다'는 것이리라. 열악한 환경 속에 놓여 있던 개들을 구해서 보호하고 싶은 그 숭고한 뜻을 모르지 않지만, 그리해서 정작 이미 보호하고 있는 개들의 삶이 불행해진다면 과연 그 행위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조금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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