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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같은 반려견? 강형욱의 문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너의길을가라 2023. 8. 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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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반려견을 '자식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다. 그말은 곧 자신을 반려견의 '부모'라고 여긴다는 뜻이다. 그 비유가 어떤 맥락인지 모르지 않지만, 그 의미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반려견을 자식이라고 할 때, 부모라는 말의 무게를 온전히 체감하는 보호자가 얼마나 될까. 보호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대답은 조금 회의적이다.

“희망 가득 차라고 '희망이'로 지었습니다. 이제는 절망이가 됐어요." (아빠 보호자)


21일 방송된 KBS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닥스훈트 희망이(수컷, 5살)였다. 가족들은 희망이를 보기 위해 주 보호자인 누나 보호자의 방으로 모여 들었다. 그런데 아빠 보호자가 손을 대자 희망이는 입질을 시도했다.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데, 결국 아빠 보호자의 손를 물고 말았다. 강형욱 훈련사는 "쟤는 입마개를 하는 게 좋겠는데요."라며 우려했다.

잠시 후 피해자가 또 생겼다. 형 보호자가 코를 물린 것이다. 상처가 제법 깊었다. 얼굴을 다친 형 보호자의 치료를 위해 촬영이 중단됐다. 지금껏 희망이에게 물린 사람만 6~7명이나 됐다. 오빠 보호자의 여자친구는 얼굴을 물려 세 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이젠 손님이 오면 희망이를 아예 다른 방에 격리시켰는데, 그때마다 문을 열어달라고 문을 긁고 난리를 쳤다.

"근데 저는 어느 정도 느낌은 와요. 저 친구는 장난치듯 공격하는 거예요. 어렸을 때 한두 번의 장난이나 실수로 입질했는데 그때 미처 보호자들이 적당한 대처를 못했을 거예요." (강형욱)


산책은 어떨까. 희망이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달려들고 점프까지 시도했다. 다른 반려견을 만났을 때도 공격성을 발휘했다. 강형욱은 "왜 절망이라고 했는지 알겠네요."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가족의 지인은 누나 보호자가 훈육을 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누나 보호자는 "단호하게 혼낸 적도 있는데 효과가 그다지 없는 것 같았"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훈육 태도가 맞는 걸까.

강형욱은 어떻게 봤을까. 그는 누나 보호자의 양육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영상 속에서 누나 보호자는 희망이가 가족에게 짖을 때 간식을 주고, 입질을 해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밖에서 공격성을 보여도 조용히 안아주기만 했다. 박세리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먼저 희망이를 만나 본 이경규도 이경규는 예뻐만 하고 훈육을 안 한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을 보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목줄 착용부터 강조했다. 누나 보호자는 목줄을 착용하면 체형이 변한다는 얘기에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물론 이는 낭설(浪說)일 뿐이다. 강형욱은 목줄 하나로 체형이 변화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후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됐다. 강형욱은 희망이의 입질 전력을 언급하며 "음주운전 8번 한 사람을 믿습니까?"라고 물었다. 가족들은 고개를 숙였다.

안전의 개념은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안전에 민감하지 않은 보호자들에게 교육할 의미가 있을까. 다른 가족들과 달리 희망이의 문제점에 대해 한마디 말도 없는 누나 보호자는 강형욱이 직접 질문해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강형욱의 고민이 깊어졌다. 반려견을 예뻐하기만 해서는 안전하게 돌보거나 건강하게 가르치고 키우는 것까지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희망이는 어떤 존재예요?"
"제 자식 같은 존재예요."
"자식을 낳아 본 적이 없어서 그런 말 하는 거예요. 자식이 나중에 학교 가서 애들 때리고 다니면 어떨 것 같아요?"
"가슴 아프죠."
"왜 가슴 아파요?"
"..."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클까 봐 그래요."


강형욱은 '진짜 부모가 되어서 키워라'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말은 쉽지만, 부모가 되어보지 않은 누나 보호자가 부모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강형욱은 누나 보호자와 문답을 나누며, 부모의 마음을 이해시키려 했다. 또, 자식을 키울 때 마냥 예뻐할 수 없는 부모의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부모이기에 훈육도 하고 제재(강형욱 훈련사는 체벌이라 말했지만)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누나 보호자는 보호자의 무게를 느꼈을까. 본격적인 훈련이 진행됐다. 강형욱은 공격성 제어를 위해 주 생활 공간(누나 보호자의 방)에서 통제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희망이는 침대 위에서 누나 보호자가 숨긴 개껌을 찾으며 놀았는데, 이때 가족들이 들어가면 공격성을 보였다. 강형욱은 누나 보호자에게 이불로 희망이를 덮어버리게 했다. 또, 바닥으로 내려보내게 했다.

이렇듯 훈련의 1단계는 희망이의 행동 반경인 침대 위 출입 통제였다. 희망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2단계는 침대뿐 아니라 방의 출입까지 통제하는 것이었다. 누나 보호자는 열심히 블로킹을 하며 희망이를 밖으로 밀어내려 했지만, 어색한 제지 때문인지 희망이도 좀처럼 따르지 않았다. 강형욱은 이 싸움이 지겹고 힘들어도 해야 한다며, 느리겠지만 많은 변화가 생길 거라고 격려했다.

강형욱은 누나 보호자의 힘듦을 눈치채고 훈련을 잠시 끊어갔다. 그는 누나 보호자의 편치 않은 마음을 희망이가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위로했다. 다만, 아끼니까 꾸짖고 사랑하니까 화내는 마음을 이해시키려 애썼다. 누나 보호자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동안 잘못된 행동에 대한 후회 때문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부모라는 단어의 무게감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꼈으리라.

훈련의 3단계는 상황에 따라 방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었고, 4단계는 누나 보호자와 분리 수면, 5단계는 당분간 과한 애정 표현과 케어를 자제하기였다. 당연히 소파에 올라가는 것도 금지됐다. 강형욱은 지금은 짖지도 않고 얌전하게 방황 중인 희망이가 곧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다시 접근해 올 거라 예측하며, 그래도 흔들림 없이 훈련을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발바닥이 까질 때까지 산책을 하세요." (강형욱)


야외 통제 훈련도 이어졌다. 강형욱은 '나란히 걷기'를 강조했다. 반려견의 주도적 움직임은 흥분을 높이고 사고 확률도 커지므로 나란히 걷는 훈련을 통해 사고 방지 및 효율적 대처가 가능하다. 또, 보호자의 사회성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다른 보호자를 만났을 때 상냥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반려견의 공격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의 사회성이 곧 반려견의 사회성인 셈이다.

훈련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동안 겁이 많고 경험이 부족했던 희망이에게 짖음만이 불안감을 해소할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엄마 보호자는 하루아침에 너무 순둥이가 돼 오히려 의심스럽다고 말했는데, 강형욱은 오늘 훈련은 방향성만 보여준 것이기에 아직 변한 건 아니라고 평가했다. 결국 꾸준한 훈련이 필요한데, 그 몫은 '부모'인 누나 보호자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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