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파업은 끝났지만, 아직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너의길을가라 2013. 12. 3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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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에서 발췌 - 


국회 중재로 '파국열차'는 막았다 <한겨레>


파업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심지어 뒤통수를 맞았다고 화를 내거나 극도의 허탈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지난 28일 민노총의 총파업에 주최 측 추산으로 10만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그 열기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던 것이 많은 사람들이 바람이었을 것이다. 


극적합의는 밤에 이뤄졌다..'철도협상' 전말 <연합뉴스>

철도산업발전소위 여야 위원 확정..내일 첫 회의 <연합뉴스> 


하지만 그 열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철도 파업은 조금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오랜만에 제 역할을 했고, 타협점을 제시하며 중재에 성공했다. 철도노조는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에 동의했고, 22일 동안 계속된 최장기 파업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합의사항 


여야는 철도 산업발전 등 현안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1. 여야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산업발전 등 현안을 다룰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설치한다. 소위원회 구성은 여야 동수로 하며 소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맡는다. 


2. 동 소위원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여·야 국토교통부, 철도공사, 철도노조,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정책자문협의체를 구성한다. 


3. 철도노조는 국회에서 철도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는 즉시 파업을 철회하고 현업에 복귀한다. 


2013년 12월 30일 


새누리당 국토위원 김무성 민주당 국토위원 박기춘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김명환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비판적인 입장을 이해하지만, 우리는 철도노조에게 퇴로가 없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철도 노조는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지만,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민노총 본부에까지 공권력을 투입한 정부 아니었던가? 조계종에 피신했고, 종교계의 중재를 바랐지만 이조차도 신통찮았다. 그 와중에 정부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림 면허까지 기습 발급하면서 노조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많은 시민들이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 될수록 노조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으로서도 힘겨웠을 것이다. 노조원들을 불구덩이로 몰고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헤럴드경제>에서 발췌 -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사실상 모든 것은 민주당의 역량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민주당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탓도 있지만, 애초부터 이는 지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우선, 소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맡게 됐다. 주도권은 새누리당에 넘어간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한겨레>에 따르면, '당장 민주당은 철도 민영화 방지법안과 파업 참가자 징계 철회 문제도 소위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은 "합의문에 그런 말은 전혀 없다"(김무성 의원)며 선을 긋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민영화 문제를 다룰 생각 자체가 없어 보인다. 정부의 뜻을 거스를 뜻이 없다는 뜻이다. 이 사안을 놓고, 여야 간의 그어질 평행선이 눈에 선하다. 게다가 파업 참가자의 징계 문제도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두 가지 문제가 타협의 조건으로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 <뉴시스>에서 발췌 -


파업은 그 자체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엄동설한에 거리로 나온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데, 더구나 직장을 잃을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놓여 있는 것 아닌가? 그 불안감과 공포를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왜 더 싸우지 않았어?'라고 타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죽기로 싸워야지'라고 몰아세울 수는 없는 일이다. 



파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복귀'다. 노조로서는 얼마나 많은 것은 얻은 채 복귀하느냐, 사측으로서는 얼마나 덜 양보한 채 복귀시키느냐를 두고 대화와 협상, 그리고 타협이 진행된다. 그런 의미에서 비상구조차 마련되지 않았던 철도 노조의 파업이 종료된 것, 그들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철도발전소위원회를 통해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도 얻은 것도 긍정적인 일이다. 다만, 얻은 것이 '여기까지'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노조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국회가 중재를 이뤄낸 만큼 이젠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물론 전혀 미덥지 않다. 현안에 대한 해결은 하나도 만들어 내지 못한 상황에서, 파업을 종료시킨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저리도 활짝 웃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해냈어'라고 말하는 듯한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위의 사진이야말로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명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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