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맛집

전문가의 손길 느껴지는 후암동 '준참치', 황인숙 시인이 왜 찾는지 알겠다

너의길을가라 2024. 5. 3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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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 당신이 직접 /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황인숙, <강> 중에서)


얼마 전, 신문을 읽다가 황인숙 시인의 '도락(道樂)
'을 소개한 꼭지를 읽게 됐다. 그건 "가끔 친구들을 동네로 불러 점심을 함께 먹는 것"인데, 김도언 소설가는 황인숙 시인의 초대를 받아 후암동 종점에 있는 '준참치'를 찾았던 일을 소개했다. (동아일보, '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어린 시절 황인숙 시인의 시들을 워낙 심취했던 터라 그의 맛집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황인숙 시인은 지인들과 어떤 식당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까?' 오롯이 팬심에서 우러나온 궁금증이었다. 그날 저녁, 당장 후암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준참치
주소 :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79
영업시간 : 11:00-22:00(브레이크 14:00-17:00)
휴무 : 일요일

네이버 평점 : 4.51
카카오맵 평점 : 4.3
구글맵 평점 : 4.6


'준참치'는 후암동 용산고등학교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대로변에 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버스 종점 인근이라 버스로 이동하면 나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겠으나, 인근에 유료주차장이 있어 그곳에 주차를 하고 도보로 이동해도 된다.

열 평도 되지 않는 홀에서 '노포'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이미 식사 중이라 바에 자리잡았다. 저녁이라 (신문에서 소개된) '준참치정식'은 먹을 수 없었다. 고민끝에 모듬(1인)과 모밀소바 정식+초밥(4pcs)을 주문했다.

처음에는 바에 앉은 게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사장님과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회를 떠서 접시 위에 올려주는 방식이 마치 일본에 온 듯한 기분을 들게 해 오히려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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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반전인 건, 사장님과의 대화가 쏠쏠한 재미를 줬다. 40대 중후반의 체구가 좋은 사장님은 참치의 부위별 설명과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일일이 친절하게 알려줬다. "젊어서 일식집에서 일을 배"운 후 "15년 전 이곳에 자기 식당을 차"린 내공이 느껴졌다.

'준참치'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단어는 아마도 '내공'이다. 내공은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테면 '태도'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자신감'일 것이다. '준참치'의 사장님에게서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장님과 몇 마디 나눠본 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참치에 대한 해박함은 물론이고, 공부하느라 너무 많이 먹어서 이젠 참치를 먹지를 못한다는 말에서 그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주 오지 마세요."


손님들이 먹는 속도에 맞춰 사장님은 끊임없이 회를 떠 접시로 옮겼다. 신선한 참치 회를 배 터지도록 먹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사장님은 일부러 회를 넉넉하게 제공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손님의 만족도, 그것이 본인의 직업 정신인 듯했다. 이 또한 감동 포인트였다.

참치는 본래 기름지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금세 질릴 수 있는데, 그럴 때는 메밀 소바로 입가심을 하면 좋다. 물론 사장님은 동의하지 않으실지도 모르겠다. 참치의 맛을 있는 그대로 느껴야 한다고 하실지도. 어찌됐든 촉촉하고 땡떙한 면발의 메밀소바도 맛이 좋았다.

작은 그릇에 소면도 조금 제공됐다. 소면소바(?)는 처음이라 갸우뚱했는데, 사장님이 본인은 메밀면보다 소면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며 먹어보라고 권해 맛보니 어떤 얘기인지 이해가 됐다. 면이 얇으니 훨씬 더 간이 잘 배기도 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후루룩 넘기는 맛이 좋았다.

'준참치'의 특징 중 하나는 요일별로 할인 이벤트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준참치' 정식이 13,000원에 제공되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사장님 얘기로는 손님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 요일별로 이벤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이벤트를 하는 게 아니라 지난 15년 동안 가게를 찾아준 손님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라고 하니 또 한번 감동이다. 뽈살, 가마살, 뱃살 등 선도가 훌륭한 회를 충분히 즐기고 있노라면 참치무조림도 나오는데 그 맛도 준수하다.

업종을 불문하고 '전문가'를 찾았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안정감과 만족감을 준다. '준참치'는 그런 곳이다. 오늘, 부드러운 식감의 참치회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준참치'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호사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

아마, 준참치가 얼마나 맛있는지 '토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럴 때는 이렇게, 직접 말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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