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잘못을 저지른 자들의 우는 소리, 거기에도 적정선이 있는 법!

너의길을가라 2013. 12. 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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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소리

엄살을 부리며 곤란한 사정을 늘어놓는 말.



잘못을 저질러도 할 말은 있는 법(?)인 것일까? 뻔히 불법을 저지르거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선처'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면 그 후안무치(厚顔無恥)함에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론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무래도 (시쳇말로) '케바케(case by case)'가 아닌가 싶다. 물론 최대한 선의로 해석을 하더라도 그것이 '나쁜' 우는 소리라는 것이 확연히 눈에 띄는 경우도 있다. 소위 '우는 소리'를 늘어놓는 케이스 3개를 모아봤다. 우선, 가장 정도가 덜한 경우부터 살펴보자. 



- <마이데일리>에서 발췌 -



이수근 선처 호소.."아들 뇌성마비·아내 큰수술" <머니투데이>


상습도박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개그맨 이수근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받았다. 만인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이수근이지만 그도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자.


"이수근은 2003년에 데뷔했으나 오랜 무명 시절을 견뎠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개그맨은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감정 노동자다. 그러나 사실 이수근은 불우한 가정 환경 등으로 힘들게 지내왔다. 아내는 큰 수술을 받았고 둘째 아이는 뇌성마비를 겪고 있다. 현재 이수근은 스스로 도박을 끊은 상태다. 지금 연예인에게는 사망 선고와 같은 방송 중지 상태다. 팬들의 사랑, 주변의 비난 등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선처 부탁드린다"


애잔하다. 이렇게 상황이 어려운데 왜 불법도박을 했냐고 타박하고 싶진 않다. 원래 인간은 연약한 존재가 아니던가? 힘들고 버거울 때 '악마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법이다. 또, 최대한 우울하고 어려운 상황을 강조하면서 판사에게 어필하는 것은 재판의 ABC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강조하며 선처를 구하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인지상정 아닌가?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 <이데일리>에서 발췌 -



"파면 억울하다"..해병대 캠프 사고 교장 소청심사 제기 '논란' <노컷뉴스>


이번에는 좀 화가 난다. 지난 7월,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발생한 '해병태 캠프 사고'를 기억하는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이었다. 그 사건으로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이 5명이나 희생됐다. 사건 당시 캠프 교관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벗고 물에 들어가도록 했다. 사고가 발생한 해역은 수영이 금지된 곳이었다. 


사고 발생 이후에 밝혀진 사실들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 캠프는 해병대를 사칭한 사설 캠프였고, 교관 32명 중 인명구조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5명에 불과했다. 수련 과정을 모두 교관에게 맡기라고 지시한 공주사대부고의 교장은 파면됐고, 나머지 교사들도 징계위에 의해 징계를 받았다. 사고가 발생하던 시각, 회식 중이었던 교사들도 각각 정직과 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다.




- <한국일보>에서 발췌 -



"유족들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던 공주사대부고 교장은 파면 이후 말을 바꿨다. 11월 12일, 교장은 '억울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제기했다. 뭐, "그럴만한(소청심사) 사안이 된다고 생각해서 변호사와 상의해 소청심사를 제기한 것이다. 학교와의 일이고 유족들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나? 나참..! 당연히 유족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유족 대표 이후식 씨는 "우리 아이들 5명이 죽은 것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 학생 관리를 맡았던 교장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양심도 없는 사람이다. 사고 이후 아이들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한 사람이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억울하다'며 자신이 받은 징계를 다시 논해달라고 하고 있다. 파면보다 더 큰 벌을 받아야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건 전면 재수사하라" <한국일보>


실제로 '해병대 캠프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 현재 유족들은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유족 대표 이후식 씨는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의 책임이 있는 교장이 '억울하다'며 소청심사를 제기했으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 <이데일리>에서 발췌 -



남재준 "여야 합의대로라면 국정원 아무것도 못해" <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두고 '후안무치'라고 하는 것이리라. 연일 북한 관련 소식들을 터뜨리며 '국정원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자 애쓰고 있는 남재준 국정원장도 '우는 소리'를 내고 있다.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6일,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서 "여야 합의대로라면 국정원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앓는 소리를 했다. 또, "이번 기회에 (국정원이) 선거개입과 정치개입을 하지 못하게 국회에서 안을 잘 만들어 달라고 건의드린다그러나 남북 대치 상황에서 대공수사와 심리전은 확실히 보장해달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말이 참 재미있다. 여야의 합의라는 것이 국정원이 선거과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를 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지금껏 국정원이 그런 짓만 해왔다고 자인하는 꼴이 아닌가? 명백한 대선 개입과 정치 개입에 대해서도 '심리전'이라며 둘러대기 바쁜 국정원이 '심리전'은 보장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습기만 하다. 


'우는 소리'도 적당한 선이 있다. 그리고 '우는 소리'를 해도 선의로 해석하고 넘겨줄 최소한의 '자격'이라는 것도 있다. 개그맨 이수근이야 개인적 차원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지만, 공주사대부고의 교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은 무슨 낯으로 '우는 소리'를 늘어놓는지 모르겠다. 기본적인 예의도 없고,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사람들.. 그들의 '우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 우리들은 정말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아, 그걸 계속 듣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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