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꼰대들이 외친다, 니들이 겪어봤어? 혹시 당신도 꼰대인가요?

너의길을가라 2013. 12. 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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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에서 발췌 -

 

꼰대들이 외친다.

 

"니들이 전쟁을 겪어봤어?"

 

 

- <연합뉴스>에서 발췌 -

 

 

또 다른 꼰대들이 외친다.

 

"니들이 민주화 운동을 해봤어?"

 

 

 

경험은 소중하다.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는 그만큼 힘이 있다. 필자는 그러한 경험들을 존중한다. 하지만 경험은 때론 독선적이다. 내가 겪어봤기 때문에 나는 그것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 내가 겪어봤기 때문에 내 말은 옳다는 생각은 '경험'에 함몰된 사람들이 쉽게 범하는 오류다.

 

경험에 함몰된 또 다른 케이스는 '나의 경험'만 강조하는 경우다. 나의 경험이 중요한다면 타인의 경험도 중요하다. 가령, 민주화 운동의 경험이 중요하다면 그에 못지 않게 전쟁 세대의 경험도 중요하다. 전쟁 세대의 '꼰대성', 다시 말해서 시대착오적인 사고에 대해서 비난하면서도 자신들의 '꼰대성'에 대해선 한없이 너그러운 것은 자가당착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경험'이 모든 것의 척도라면, 군대 문제에 대해선 군대에 다녀온 성인 남성만 발언권이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출산의 경험을 절대 할 수 없는 남성들은 여성의 문제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것일까? 국회의원이 되지 않은 사람들은 국회에 대해 논하지 말라고 주장하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 <이데일리>에서 발췌 -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을 직접 탄 사람은 그 울렁거림(혹은 즐거움)에 대해 훨씬 더 생동감 있고 풍부한 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킹을 탄 사람이 그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더 적확하게 알고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몇 명이 탑승했는지, 누가 어디에 앉았는지, 바이킹이 몇 번이나 왕복했는지, 몇 명이 즐거워했고 몇 명이 괴로워했는지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건 그 상황을 한걸음 뒤에서 지켜본 제3자일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하지만, 경험은 소중하다. 그 경험은 좋은 예시가 되어야 하고, 더 다양한 논의를 채우는 풍성한 액세서리가 되어야 한다. 경험'만' 강조하는 것, 경험에'만' 의지해서 타인의 입을 봉쇄하는 것은 상당히 폭력적인 태도다. 논의를 불가능하게 만들 뿐더러, 스스로를 '꼰대'로 각인시키는 것이다.

 

당신은 '꼰대'인가? 나의 경험을 무기 삼아 타인의 입을 막아버리진 않는가? 나의 경험을 방패 삼아 그 뒤에 숨어 있진 않는가? 문득 겁이 난다. 나도 '꼰대'가 되어 버리면 어떡하지? 아니, 이미 '꼰대'가 돼버린 건 아닐까?

 

 

지금 네 눈에는 경멸의 대상일지도 몰라. 하지만 몇십 년이 지나 네가 저 사람들처럼 되었다면, 그때 너는 지금의 사고방식을 자연히 잊어버리겠지. 자기를 경멸하는 어린애를 미숙하다고 우습게 여기겠지. 지금 느낀 망설임은 흔적조차 없을 거야. 가치관이라는 건 그런 거야.


- 츠지무라 미즈키, 『물밑 페스티벌』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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