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쌍용차 노조 46억여 원 배상 판결, "파업하면 죽는다"는 선언

너의길을가라 2013. 12. 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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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에서 발췌 - 



'잔인하다'


더 이상 적당한 표현을 찾기가 힘들다.


29일, 수원지법 평택지원 민사 1부(재판장 이인형)는 쌍용자동차와 경찰이 2009년 파업(회사의 정리해고에 맞서 77일 동안 공장을 점거)과 관련해서 노조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4,681,400,000원(46억 8천 140만 원)을 배상하라


"목적 및 수단에서 위법하고, 파업에 폭력적인 방법으로 가담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


- <한겨레>에서 발췌 - 



전국금속노조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 간부와 쌍용차 노조원, 사회단체 간부 등은 무려 4,681,400,000원을 배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1인 당 3,254만여 원을 갹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는 사유로 무려 100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은혜를 베풀어' 33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경찰관 부상과 장비 파손'을 사유로 14억 7천여만 원을 청구했고, 이 금액은 대부분은 인정돼 결국 13억 7,000만 원이 확정됐다. 


법원의 이러한 판결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정말 노동 3권이 보장된 나라일까? 어쩌면 그 최후의 보루인 법원마저도 '노동 3권'을 부인한 것은 아닐까? 성공회대의 김동춘 교수는 지난 2월, <한겨레>에 기고한 글(「죽음을 부르는 손해배상 청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월급이 수백만 원도 안 되는 노동자들에게 수백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사쪽의 태도도 문제라고 보지만, 그 엄청난 벌과금을 노동자들에게 그대로 부과하는 한국 법관들의 정신 구조가 의심스럽다. 한국 노동부는 이미 1990년부터 노조의 쟁의에 대해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통제하라고 권유하기 시작했는데, 오늘 한국의 노동 관료나 판사들은 1900년대 영국, 1920년대 일본의 관료나 판사들보다 더 보수적이고 친자본적이다. 나는 그들에게 한국이 노동 3권이 보장된 나라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5년 가까이 직장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노동자들에게 수천만원씩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은 이들의 삶을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넣는 것"이라는 금속노조의 양형근 조직실장 말처럼 법원의 이와 같은 배상 판결은 결국 노동자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니, 이는 대한민국 사회에 다음과 같이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파업은 곧 죽음이다"


<한겨레>가 취재한 법조계 인사는 "이번 판결이 선고됨에 따라 쌍용차와 경찰이 배상금을 받으려고 이미 가압류한 노동자들의 재산(임금과 퇴직금) 28억9000만원 등에 대해 즉시 가집행을 진행하면 쌍용차 노동자는 또다시 벼랑으로 내몰리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그보다 항소와 항소에서 패소한다면 상고까지, 그 기나긴 싸움을 또 다시 계속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죽음'과도 같은 고통일 것이다.



- <뉴시스>에서 발췌 -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부당한 해고로 생목숨을 빼앗긴 24명의 목숨 값은 얼마인가. 해고를 철회하라고 외치며 4년이 넘는 세월 피눈물을 흘린 노동자와 가족들의 억울함은 몇 원인가"라며 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민주당의 은수미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의 개입이 불가피함을 역설하면서 회사와 정부의 소송취하를 촉구하는 한편 이제라도 사측이 해고자들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 보험회사가 제기한 1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남아있다고 한다. 1심 판결을 지켜본 보험회사 측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를 선별해 구상권 청구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김동춘 교수의 말처럼,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회사나 보험회사가 이익을 탐하는 것(혹은 노조에 대한 압박)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적 가치를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를 지키고 보호해야 할 법원이 그 책임을 내팽개치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이것은 단지 '쌍용자동차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이 판결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노동자들을 향한 것이고, 결국 '나'를 향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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