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2013년을 회고하며 다시 한 번 되뇌이다.. 너의 길을 가라!

너의길을가라 2013. 11.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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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다른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 두어라. 


- 단테, 『신곡』- 






- 프리드리히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94.8 x 74.8cm, 캔버스에 유채, 1818년경, 함부르크 미술관 - 




회고(回顧) 

1. 뒤를 돌아다봄.

2.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봉준호 감독이 회고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역시 봉 감독 정도는 돼야 '회고전'이라는 것을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다음 VEIW'의 수많은 블로거들이 함께 참여하는 '회고전'이라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one of them'의 느긋한 마음가짐이라고나 할까요?


여러분은 2013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올해도 어김없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였겠죠?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놀랄 만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고, 그 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침체된 경제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수치 상으로는 더 살기 좋아진 것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참혹'한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까요? 이런 희망을 품는 것이 오히려 미련하게 느껴지기만 하네요.




- 브뢰헬, 바벨탑, 1563, 목판 유화, 114 x 154, 빈 미술사 박물관 -



꿉꿉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블로거 '너의길을가라'로서 (아직 한 달이나 남았지만) 2013년 한 해를 차분히 돌아본다면.. 


우와.. 이것저것 통계를 내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 글을 포함해서 497개의 글을 포스팅했고, 1년 동안 (11월 28일 현재) 348,613명이 이 공간을 찾아주셨습니다.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제가 이런 걸 좋아합니다) 1.496개의 글을 썼고, 약 1,050명이 찾아주신 셈입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던 무렵 200~300명 정도의 분들이 찾는, 작고 아담한 공간이 되길 바랐던 것에 비하면 사이즈가 꽤 커진 것이죠. 그리고 19개의 글이 베스트(지금의 PICK)로 선정됐고, 26개의 글이 'PICK' 되었습니다. 과분하게도 10월에는 시사 부문 베스트 블로거로 선정돼 황금펜을 선물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수치로 살펴보니까 꽤나 '묵직'하네요. ^^*




- 구스타브 쿠르베, 파이프를 물고 있는 남자(자화상), 1846, 캔버스 유채, 45 x 37cm, 몽펠리에 파부르 미술관 -



설명을 드렸던가요? '너의길을가라'라는 필명은 단테의 『희곡』에서 따온 것입니다. 처음 이 문장을 발견하고, 온몸이 저릿한 느낌을 받았었죠. 재빨리 발췌노트에 옮겨적고, 틈 날 때마다 되뇌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한겨레>에서 블로그라는 것을 처음 시작할 때, '필명'으로 주저없이 '너의길을가라'를 선택했었죠.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티스토리(TISTORY)로 이사를 오게 됐을 때도 망설임 없이 '너의길을가라'를 적어넣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너의 길을 가라'는 말이 그저 멋지게만 느껴졌었지만, 갈수록 이 말의 무게를 실감하곤 합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갈 때도, 한 명의 블로거로서 글을 쓸 때도 수없이 되묻곤 합니다. '너의 길을 가고 있니?' 라고 말이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을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 질문 앞에 한 없이 작아지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블로거 (blogger)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가졌던 글은 '이 시각 언론! (이 시각 언론은?)' 이라는 타이틀로 썼던 글(들)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각 언론사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에 올라온 기사들을 확인하며, 언론사들의 '속내'를 훔쳐보려고 애썼던 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비록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또 다시 쓸 수 있는 기회가 있겠죠? 


주로 정치와 관련된 글을 많이 썼기 때문에 '정치 블로그'로 굳어지긴 했지만, 능력이 닿는 한 최대한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사회 관련 글은 꽤 썼고, 연예계나 스포츠, 그림에 관한 글도 '가끔(부끄부끄)' 썼었죠. 독서한 책들 중의 일부는 (아주 부족했지만) 소개를 해드리기도 했고요. 다양한 분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마음이 제대로 전달이 됐을지 모르겠네요. 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기사를 링크해두고 출처를 밝혔습니다. 제 글을 읽고 누군가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할 경우, 혹시나 곤란을 겪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1942, 84 x 152cm, 캔버스에 유채, 시카고 미술연구소 -



'블로그'가 각광받던 시절은 한참 전에 지나갔고, '블로거'의 위상(이라면 우습지만)이 퇴색된 지도 오래인 듯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을 둘러보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많은 블로그가 존재하고, 한 때의 흐름이나 분위기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훌륭한 블로거들이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엄청나게 많은 언론사의 기사들이 쏟아지지만, 대부분 단편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죠. '빨리, 누구보다도 빨리' 소식을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기사들은 조악하고 때로는 부정확하기도 합니다. 날카로운 시선과 풍부한 사고가 없는 무기력한 글이죠.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블로거들의 역할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블로거들 중에 '너의길을가라'가 끼어있다는 사실이 괜시리 뿌듯해지는 밤입니다. 좋은 글을 썼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한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글을 쓰는 것이 즐거운 이상, '블로깅'을 언제까지고 계속할 거라는 '약속'과 함께 회고를 마칩니다.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고, 2014년에도 '함께'하길 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외칠까요? '너의 길을 가라!', '나의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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