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몬트리>에서 발췌 -
"나는 영화를 감상할 때, 20분 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자리를 뜬다. 세상에 영화는 엄청나게 많다."
유명한 영화감독의 말이다. 실명을 밝히지 못한 것에서 짐작했겠지만 그 감독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검색으로도 찾아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확한 워딩도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억의 범위 내에서 각색을 하긴 했지만, '맥락'은 흩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한다. 무엇보다 '세상에 영화는 엄청나게 많다'는 말이 와닿았다. 그래, 굳이 재미없는 걸 가지고 씨름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영화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책도 마찬가지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그 엄청난 양의 서적에 심리적으로 압도당하곤 한다. 출판계가 불황이라고는 하지만(출판계가 불황이 아닌 시절이 있긴 했던가?), 신간들은 매일 쉬지도 않고 쏟아진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다. 물론 내일도 그럴 것이다. 하루에 한 권을 읽어도 365권이고, 그렇게 10년을 읽어도 3650권밖에 되지 않는구나. 아, 참으로 보잘 것 없구나. 아무리 기를 쓰고 책을 읽어도 세상에 출간된 책의 일부의 일부의 일부의 일부의 일부의 일부의 일부의 일부의 일부도 읽지 못하고 죽는구나.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편이다. 열심히 빌리고 열심히 뒤적이고 열심히 반납한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는 행운은 그리 흔치 않다. 물론 경력(?)이 쌓일수록 실패의 가능성은 낮아지긴 한다. 그래도 여전히 성공보다는 실패가 훨씬 많다. 부끄럽지만 사실이 그렇다. 물론 그것이 '책'의 잘못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나'와 그 책이 인연이 아닐 뿐이다. 언제, 어떤 계기로 다시 만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블로그를 통해 책을 소개하곤 해왔는데, 지금까지는 '다 읽은' 책만을 대상으로 해왔다. 물론 읽었던 모든 책을 다 소개한 건 아니다. 어제와 오늘 읽었던 정혜신의 『당신으로 충분하다』는 발췌까지 해가며 읽었지만 소개를 하진 않았다. '소개'를 하는 것도 '인연'이 필요한 모양이다. 뭐, 이런 식의 소개도 소개라면 소개일까?
어쨌거나 앞으로는 '읽다만 책'들도 소개를 하려고 한다. '실패'의 경험들을 남겨두는 것도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읽다 말았다는 건, 나와 잘 맞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들 때문인지, 그러한 것들을 밝혀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에겐 단점이었던 부분들이 다른 사람들에겐 장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책을 많이 소개할 수 있어서 좋고, 정리를 해둘 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인트로'는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아, 정혜신의 『당신으로 충분하다』는 정말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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