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서재

『정치의 즐거움』, 박원순이 묻고 시민이 답하다

너의길을가라 2013. 8. 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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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래 기획은 '오연호가 묻고 박원순이 답하다'입니다만, 굳이 위와 같은 제목을 정한 까닭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쓴 서문에 나와있습니다. 


'오연호가 묻고 박원순이 답했지만 사실은 제가 묻고 천만 서울 시민 여러분이 답해주신 것입니다. 시민사회에서 일할 때도, 정치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도 저는 시민 여러분에게 묻고 시민여러분의 말씀대로 살아왔으니까요.' (p.7)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 15개의 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1부 위기를 기회로

2부 즐거움을 혁신으로 

3부 야심을 행복으로 


1부는 '인간' 박원순을 조명합니다. 그의 어린시절부터 학창시절까지의 이야기가 실려있고, '정치적 인간 박원순'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인 고 조영래 변호사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또, 정치를 결심하게 된 과정도 다루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을 걸으며 쏟아지는 비와 함께 하루 종일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일화죠?





"정말 비가 하루 종일 왔고, 저도 하루 종일 울었어요. 그날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만둔다고 말하기 전이었고, 당연히 구체적으로 제가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할 때가 아니었는데 그래도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작심한 거죠. 정말 몸이 부르르 떨렸어요. 그러니까 사실상 저의 정치참여 결정은 이날 하루 종일 울면서 이뤄졌다고 봐야죠. 그때의 고민들, 절절했던 심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p.86)


2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서울 시장' 박원순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몇 가지 간단하게 짚어볼까요? '반대하는 사람을 먼저 만났다'는 꼭지에서 박 시장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언젠가 서울시 장애인 정책을 담당하는 간부와 함께 구청에 간 적이 있어요. 장애인들이 아주 거칠게 시위를 하고 있었죠. 그 간부는 저를 경호하려고 시위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어요. 하지만 제가 일부러 그들에게 다가가서 플래카드와 유인물을 읽고, 가장 큰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물으면서 이야기를 나눴죠. 그랬더니 수행하던 간부가 놀라더군요. 지금까지 그런 시장은 없었다는 거예요. … 제가 시위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 통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서울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시장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시민을 피해 돔아간다면 무엇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p.96) 


시민과 함께 하고, 항상 시민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 박원순 서울 시장 고유의 스타일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껏 이런 정치인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모습이죠. 어쩌면 박 시장의 모습이 행정가나 정치인의 당연한 모습인데도,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이 전개되다보니 '놀라운 일'이 되어버린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보도블록 혁신을 위한 10계명' 꼭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박 시장이 취임 초기부터 SNS를 통해 '겨울에는 보도블록 공사를 하지 않겠다' 고 밝혀 화제가 됐었죠. 책을 읽기 전에는 '예산 낭비를 막는 알뜰한 정책이다'라고 생각하는 정도였지만, 책을 통해 '보도블록 혁신'에도 시민들을 위한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선 '보도블록 10계명'부터 알아볼까요?


1계명. 보도공사 실명제

2계명.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3계명. 보행자를 안전하게

4계명. 보도공사 클로징 11

5계명. 보도 파손자 원상복구

6계명. 거리 모니터링단 운영

7계명. 이렇게 신고하세요

8계명. 보도를 보행자 품으로

9계명. 보도블록 은행

10계명. 함께 합니다


"보도블록, 사실 작은 일이죠. 그래서 어떤 사람은 서울시장이 뭘 그렇게 좀스럽고 쫀쫀하냐고 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달라요. 작은 것도 안 되는데 어떻게 큰 것이 되겠습니까? 시민들이 누구나 이용하는 보도블록조차 관리하지 못하는데, 다른 것은 제대로 감독하고 있을까요? 작은 것을 무시하고 대충 넘어가는 문화 때문에 아파트 부실공사도 많은 것 아닙니까? 저는 어떤 일이든지 중요하게 여기고 꼼꼼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시민의 혈세가 쓰이는, 시민을 위하 ㄴ공사인데 정말 철저하게 빈틈없이 해야죠." (P.118)


오연호는 '쫀쫀한 것이 큰 것이다. 정밀행정이 미래행정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정말이지 박 시장의 꼼꼼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모든 정책들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요구하는 것도 놀라운 점이었습니다. 이처럼 작은 것부터 철저하게 지키고자 하는 박 시장의 행정 철학이 서울시와 서울 시민을 넘어 대한민국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보도블록 1계명인 보도공사 실명제는 이미 부산시와 울산시에서도 벤치마킹했다고 하죠? 수 조원의 토목공사를 통해 전시행정을 하기에 바빴던 전임시장들과 정말 비교되지 않나요? 



- <뉴시스>에서 발췌 -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도 박 시장이 만들어낸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2012년 5월, 1차로 비정규직 113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서울시는 2013년 안에 6231명을 전환한다는 계획을 추가로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그날이 2012년 5월 1일 노동절이었는데, 정규직 전환을 기념하는 자리였어요. 노동자 한 분의 가슴에 '공무직'이라는 명찰을 달아드렸더니 눈물을 글썽거리시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니 뭉클해지고, '가족들도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더군요." (p.195)


"본인이 원해서 하는 자발적 비정규직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은 비정규직은 비인간적인 제도예요. 내일모레 잘릴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자기 인생의 일정과 계획을 설계할 수 있겠어요? 그런 상황에서는 열정을 갖거나 꿈을 꿀 수가 없어요. 당연히 형식적으로 하게 되죠." (p.196~197)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예산이 많이 들 것이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 텐데요. 이에 대하서 박 시장의 말을 들어볼까요? 


"청소노동자 개개인의 임금은 16% 정도 올랐지만, 서울시가 직접고용을 함으로써 용역회사에 주는 이윤과 관리비 등 경비가 39퍼센트나 줄었기 때문에 연간 53억 원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p.197)


이처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용역회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히려 예산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예산 때문에 비정규직을 고용한다는 다른 지자체들의 변명은 한마디로 '거짓말'인 셈이죠. 하루빨리 다른 지자체들도 서울시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벤치마킹해서 비정규직을 줄이는 일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 많은 내용을 다루고 싶지만, 지면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인상깊었던 부분만 발췌해봤습니다. 그 외에도 정보공개 3.0, 뉴타운 문제 해결, 협동조합 이야기, 일자리 창출 등 많은 정책 등 소개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아서 아쉽기만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책을 읽어보시면 되겠죠? 


'서울시장을 아주 잘해서 뉴욕시장이나 런던시장이 공무원들과 함께 전세를 타고 직접 배우러 올 정도로 우리 서울을 좋은 도시로 멋지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런 '야심(野心)'을 위해 그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저는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지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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