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서재

고종석, 『해피 패밀리』

너의길을가라 2013. 3. 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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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지만 저마다 혼자인 사람들의 이야기!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언어학자 등 여러 방면에서 글쓰기에 매진해온 소설가 고종석의 소설 『해피 패밀리』. 2011년 7월부터 9월까지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서 연재되었고, 2012년 9월부터 10월까지 EBS 라디오 연재소설에서 낭독된 작품이다. 일상적으로 가장 친근하고 가깝다고 여기는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를 날카롭고 서늘하게 풀어냈다. 가족이라는 익숙한 이름으로 그려낸 가장 외로운 서사가 펼쳐진다. 


이 소설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비극적인 역사를 지나온 한 가족을 통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핏줄에 대한 애정과 연대의식이 얼마나 허망하고 위선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야기는 출판사 편집장으로 근무하는 한민형의 목소리에서 시작된다. 아들이 일하는 출판사의 사장인 아버지 한진규, 고등학교 역사교사인 어머니 민경화, 한민형의 아내이자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서현주, 한민형의 동생인 한영미와 한민주, 대학 후배 이정석, 장모 강희숙, 딸 한지현, 세상을 떠난 한민형의 누나 한민희까지 모두 화자로 나서 각자의 사연과 감정을 토로한다.




『해피 패밀리』는 절필 선언을 한 고종석의 활자로 된 마지막 글입니다. 물론 그가 훗날 자신의 뜻을 꺾고 다시 글을 쓸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마지막'입니다. 아쉽지만 그런만큼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는 책인 셈이죠. 


'해피 패밀리'는 그 제목에서부터, 그것이 반어적인 의미라는 것이 느껴지시죠? 서술 방식은 일전에 소개해드렸던 '미나토 가나에'의 것과 비슷합니다. 일본 소설을 자주 접했던 분들에게는 그다지 색다른 방식은 아니죠. 작품 소개에서 언급된 것처럼, 여러 명의 화자가 순서대로 '그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역시 한 사람의 이야기만으로는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다들 조각난 진실만을 인식하고 있을 뿐이죠. 독자들은 여러 명의 화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제의 '그 사건'에 조금씩 접근해가게 됩니다. 그렇게 한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뚜렷한 형체를 드러내게 되죠.


고종석은 스스로 자신에게 소설가로서의 재능이 없다고 줄곧 말해왔는데요. 글쎄요, 역시 탁월한 문장가답게 표현적인 측면에서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입니다. 다만, '대화'보다는 주로 '묘사'나 '독백'으로 일관하는 것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비중이 현격히 차이가 납니다. 어쩌면 소설가 고종석은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에 그와 같은 서술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흔히 '막장 드라마'라고 일컬어지는 드라마들이 '사랑'하는 소재가 바로  '출생의 비밀'이죠. 작가로서의 능력과 자신감이 부족한 이들이 보여주는 일관된 특징이 아닐까 싶은데요. 소설에서는 '근친상간'이 그와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거의 대부분의) 막장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을 소재로 삼지만, 출생의 비밀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모두 막장 드라마는 아니겠죠. 결국 작가로서의 고민과 능력이 개입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고종석의 경우는 어떨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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