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서재

[읽다만 책] 2.『(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

너의길을가라 2013. 8. 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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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읽다만 책이긴 하지만, 지금 봐도 참 구미가 당기는 제목의 책이다. 최근 토마스 프랭크는 대한민국에서 상당히 각광받고 있는 저자가 아닌가 싶다. 작년 5월에 출간된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를 필두로 올해 초에는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가 번역되어 출간됐고, 지난 6월에는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이 출판됐다. 그만큼 '토마스 프랭크'의 글이 통찰력이 있고, 시대를 잘 드러내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추천사는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썼다. 현재 대한민국 우파의 수준은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지만 경계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조선의 노론들은 끝내 중국의 그것을 능가하지 않았던가?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대한민국 우파가 미국 우파의 수준을 뛰어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진보 진영의 많은 사람들은 보수 진영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지적 우월감이라고 할까? 그런 태도가 만연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선거에서 이기는 건 대부분 '보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전두환은 결국 자신의 후계자(노태우)에게 대통령의 자리를 물려줬고, 그 다음 바통은 김영삼이 이어받았다. 물론 두 번의 승리가 있었지만, 김대중의 승리는 보수와의 연합을 통해 반쪽짜리 승리였다. 제대로(아주 가까스로 이겼지만) 이긴 건, 노무현의 승리 딱 한 번뿐이었다. 그 이후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오고 있는지는 굳이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토마스 프랭크는 비즈니스 우파의 5대 법칙을 간단하고 명확하게 정리했다. 책의 뒷표지에 잘 나와있다. 


1. 정부에 들어가 정부를 파괴할 것

2. 빚을 늘려서 재정을 파탄시킬 것

3. 국민의 것을 자본에게 넘겨줄 것

4. 전투적인 우파청년조직을 키울 것

5. 국가예산을 내 재산으로 만들 것


섬뜩하지 않은가? 위에서 언급된 5가지 중에 한 두가지는 이미 대한민국에서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나머지 것들도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로 보인다. 재정이 파탄날 지경에 이르진 않았지만, 대한민국 역시 엄청난 빚더미에 앉아 있다. 공공기관의 민영화는 MB시절에 급물살을 타며 진행됐다. 전투적인 우파청년조직? 최근 엄청난 화제가 됐던, '그들'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렇게 흥미로운 책을 나는 왜 읽다 말았는가? 핵심을 뒷표지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은 아닐까? 너무 결정적인 해답들을 이미 찾아버렸기 때문에..? 사실 지나치게(내 입장에서는) 지엽적인 부분까지 서술이 되어 있었던 탓에 오히려 책에 집중할 수 없었던 측면도 있다. 언론인 출신 작가답게 아주 치밀하게 서술이 되어 있었던 것이 내겐 독이 된 셈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미국 비즈니스 우파의 5대 법칙을 파헤친 아주 훌륭하고 고마운 책이다. 문제는 이것을 대한민국의 우파들도 본받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이 20년을 집권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흘러 나온다. '그들'은 국가기관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어버리고 철저히 능욕하고 있다. 우습게만 볼 일이 아니다. '비웃음'을 당했던 '그들'은 대부분의 선거를 이겨왔다. 괴로운 일이지만 '그들'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고, '그들'에 맞서 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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