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서재

『위대한 패배자』, 죽어서 승리자가 된 체 게바라

너의길을가라 2013. 8. 1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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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가장 완벽한 인간


장 폴 사르트르는 체 게바라를 그렇게 불렀다. 한 인간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극찬이 아닌가? 볼프 슈나이더는 "지금껏 지구상에서 그렇게 철저히 강탈당한 것에 그렇게 엄청난 열정과 의지력을 쏟아부은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잔인했음에도 그렇게 많은 동정을 받은 인물도 없었다"(『위대한 패배자』, p.68)고 평가했다. 


체 게바라가 잔인했던 건 사실이다. 바티스타의 압제로부터 쿠바를 해방시키기 위해 혁명군을 모집했던 그는 노선 이탈자, 밀고자 등을 조직에 해가 되는 자들을 가차없이 처형했다. 그것도 직접 총살을 집행했다. 이러한 면모를 잔인했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집단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결단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혁명에서는 모든 것이 용납된다"는 그의 말에서도 이러한 단호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결국 체 게바라는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에서 혁명을 완수하고 2인자의 위치까지 오른다. 혁명에 있어서는 성공을 이끈 그였지만, 모든 면에서 다재다능했던 것은 아니었다. 중앙은행장과 산업부장관 시절에는 쿠바의 경제가 급격히 추락하는 것을 속수무책 지켜봐야만 했다. 그는 1964년 영국의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쿠바의 산업화를 너무 급속히 추진했다는 것을 시인했고, 그 과정에서 인민의 욕구를 무시했다는 것도 인정했다. 요즘 말로 '쿨~'한 자기반성이다. 




체 게바라는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했고 꿈을 향해 나아갔다. 콩고공화국으로 건너가 콩고 인민해방군을 지원하기도 했고(여기서는 실패했다), 다시 볼리비아로 이동해 게릴라 작전을 펼쳤다. 적은 수의 게릴라 부대와 함께 열심히 싸웠지만, 애석하게도 볼리비아 특공대에게 생포되고 만다. 체 게바라는 재판정에서 미제국주의와 쿠바의 '새로운 인간'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마지막 희망을 꿈꾸었지만 이를 눈치챈 볼리비아 정부와 CIA는 그를 비밀리에 처형한다. 


그렇게 체 게바라는 죽음을 맞이 했지만, 그의 인기는 사후에 오히려 더 높아졌다. 68혁명 당시 체 게바라는 대학생들의 상징 인물으로 추앙받았다. 그의 삶은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고, 수많은 전기와 평전이 쏟아졌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는 '체 게바라학'이라는 과목이 개설되기도 했다고 한다. 




볼프 슈나이더는 체 게바라의 인기 요인을 몇 가지로 분석했다. 영웅이 되는 요소에는 '실패와 요절'이 있는데, 체 게바라는 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는 것이다. 또, 체 게바라를 '밀림의 로빈후드'라고 칭하면서, '한번 목표를 정하면 무모할 정도로 돌진하고, 파멸에 이를 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검소한 생활 태도와 무엇에도 매수되지 않는 강직함을 지닌 용감한 전사'였다고 평가했다. (『위대한 패배자』, p.80~81) 


체 게바라가 사랑받는 이유에 있어 그의 내면적인 모습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순교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섹스어필하는 사람'(『위대한 패배자』, p.81)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사진을 통해 그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개인적으로 체 게바라라는 인물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가 머릿속부터 발끝까지 '섹시'한 사람이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끝없이 되뇌었을 구호와 그의 일기에 기록되어 있던 말을 옮기면서 글을 마친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서는 불가능한 꿈을 꾸자."


"나는 삶을 떨쳐버릴 수 없는 습관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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