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윤석열과 권은희..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너의길을가라 2014. 1. 1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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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수사' 윤석열 좌천..권은희 승진누락 직후 <노컷뉴스>


(국정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 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성 인사.

(부팀장이었던)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성 인사.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 총경 승진 탈락.


예상됐던 결과이긴 했지만, 일련의 상황들을 지켜보는 것이 참 씁쓸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문득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선에 출마하던 당시에 했던 연설이 떠올랐다.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好不好)와 지지 여부를 떠나서, 그 연설은 가히 명문이었다. 또한, 대한민국의 진정한 보수로서의 사자후(獅子吼)였다.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지만, 적어도 아래의 연설만큼은 보수란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완벽한 설명서라고 할 수 있다.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자손들까지도 멸문지화를 당하고 패가망신을 했습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 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어요.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가 남겨주셨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면서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 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 <오마이뉴스>에서 발췌 - 


세상에서 저질러지는 부정(不正)과 불의(不義)를 더 이상 지켜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삼성 비자금을 세상에 알렸던 김용철 전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은 '내부 고발자'라는 비아냥을 받아야 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을 '공익제보'했던 장진수 전 주무관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끝내 공직에 복귀하지 못하게 됐다. 


권은희 수사과장은 어떠한가.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과정에서 경찰 수사 외압 의혹을 당당하게 밝혔던 그는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다. 경찰 내부의 차가운 시선뿐만 아니라 국정 조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모욕에 가까운 말도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총경 승진에도 제외됐다. 물론 경찰에서는 애초부터 총경 승진 유력 대상자가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긴 했지만 석연치 않다.


역시 국정원 대선 개입 혐의를 수사하던 윤석열 지청장은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렸다가 '항명'으로 몰려 직위해제 됐고 말았다. 이후 그는 법무부로부터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결국 좌천성 인사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여기자 성추행 추문으로 감찰본부로부터 조사까지 받았던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가 대구 서부지청장이 된 것을 보면 검찰의 인사 기준이 놀랍기만 하다.


공교롭다고 말해야 할까? 정해진 수순이라고 말하는 게 옳을까? 부정(不正)과 불의(不義) 앞에 머리 숙이지 않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은 '권력'에 의해 철저하게 짓밟히고 있다. 그야말로 '모난 돌'로 규정되고, '정 맞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도대체 누가 '바른 말'을 하려고 하겠는가? 어느 누가 '정의'를 말하겠는가?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그나마 이 정도라도 유지되고 있는 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이들이 '너무 늦지 않게' 나타나줬기 때문이다. 그 어떤 말로 고마움을 표시해도 부족할 것이다. 이들이 개인의 안락함과 평탄한 인생을 좇고자 했다면, 결코 '모난 돌'이 되고자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을 움직인 것은 끝내 버릴 수 없는 '양심'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대한민국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 <노컷뉴스>에서 발췌 - 


참 미안하고 부끄럽다. 우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하고, 나쁜 짓을 일삼는 '권력'에 부딪쳤던 저들에게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을 떠올리게 해준 것은 아닐까? 혹시 지금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지난 600년 동안 들려줬던 그 비겁한 교훈을 다시 들려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거 봐라.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게 상책이야. 모른 척 해'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도 이 지겹고 비루한 반복을 계속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더욱 많은 '모난 돌'이 나와야 한다. 마음껏 '모난 돌'이 되어도 삶에 아무런 지장이 없어야 한다. 손해보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박수받아야 한다. 상을 받아야 마땅하다. 거꾸로 돼도 참 엄청 거꾸로 된 세상이다. 정말 제대로 된 사회라면 부정과 불의에 맞서는 사람이 '모난 돌'로 규정되는 사회가 아니라, 바로 부정과 불의가 '모난 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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