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비흡연자와 흡연자가 싸우지 않도록 해주세요!

너의길을가라 2014. 1. 13.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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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나쁜' 권력의 통치 수단이자 습성이다. 권력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통치해야 하는 대상들을 쪼개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치고박고 싸우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면서, 가끔씩 양 쪽을 따로 만나 중재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기름을 붓는다. 그렇게 힘을 빼는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정부가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조장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훨씬 더 수월하고 부드럽게 풀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말 흡연권과 비흡연권은 공존할 수 없는 권리일까? 이 세상에서 흡연자와 비흡연자는 조화롭게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 SBS 에서 발췌 - 


실제로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비흡연자들은 '혐연권(嫌煙權)'을 내세우며, 흡연자들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비흡연자의 입장에서는 담배와 관련된 모든 것이 끔찍하기만 하다. 흡연 시에 발생하는 담배 연기와 냄새뿐만 아니라, 손이나 몸 그리고 의복에 묻어 있는 퀴퀴한 냄새 역시 짜증이 난다. 반면, 흡연자들은 '흡연권'을 주장하며, 제대로 된 '흡연 구역'을 만들어놓지도 않고서 흡연자들을 사냥하듯 몰아세우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니냐고 반발한다. 


필자는 양 쪽의 의견이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정부는 담배로부터 세금을 거두고 있다. 담배가 많이 팔리면 그만큼 세수가 늘어난다. 한편, 정부는 금연을 장려하고 있다. 담배가 많이 팔리면, 다시 말해서 흡연자가 많아질수록 세금 수입은 늘어나지만 금연을 장려함으로써 세금 수입을 줄이려는 아이러니한 정책도 함께 펼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척을 하면서도 세금은 계속 거두고 싶은 정부의 양다리 전술이라고 봐야 할까? 정부의 속마음은 '비밀'로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담배 판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인다면 그 돈은 어디에 써야 하는 것일까? 당연히 흡연자에게 우선적으로 쓰여져야 한다. 그들의 금연을 돕는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든지, 혹은 흡연자를 위한 흡연 시설을 설치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흡연자들은 열심히 담배를 피우면서 세금을 내고 있지만, 그 돈들이 흡연자들의 기대만큼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담배연기에 갇힌 피자가게..서울역 흡연실 논란 <연합뉴스>


안타까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피자 매장의 유리에 '매장 앞 흡연금지! 흡연실 이용하세요"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지만, 매장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아, 이럴 수가! 매장 앞 배수구엔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 있었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흡연실이 버젓이 있는데도! 


지난해 9월에 코레일 측은 부랴부랴 흡연실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흡연실이 20~30명의 사람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를 감당할 수가 없었고, 결국 흡연실의 출입문은 활짝 열어 놓은 상태로 운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급기야 흡연자들은 흡연실을 벗어나기 시작했고, 다시 피자 매장 앞은 흡연자들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로 가득찼다. 


비난의 화살은 흡연자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단순히 흡연자만 탓할 수 있는 문제일까? 흡연실의 규모와 위치 등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흡연이라는 것도 흡연자들에겐 '행복을 추구'하는 일일 텐데, 감옥 같은 공간에 수십 명을 몰아넣고 담배를 피우게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비인간적이다. (물론 이를 통해 흡연자들도 비흡연자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면 좋은 일이긴 하겠지만)




- <뉴시스>에서 발췌 -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 간의 갈등과 대립이 심각한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서로 타협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우선, 비흡연자들이 가장 강력히 요구하는 것은 길거리에 돌아다니며 소위 '길빵'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과 가급적 '흡연실'을 이용해달라는 것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의 흡연 문제도 심각하긴 하다) 물론 몸에 배어 있는 담배 냄새도 역하긴 하지만, 흡연 중에 직접적으로 연기와 냄새가 전해지지 않는다면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진한 땀 냄새가 역하긴 하지만, 이를 두고 타박하진 않지 않는가? 


일반적인 흡연자들도 '길빵'을 하는 몰지각한 흡연자들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흡연자들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흡연 구역의 보장, 즉 흡연실의 확충이다. 마음껏 피울 수 있는 공간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흡연자들이 내는 담배 세금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간단히 해결된다. 


필자가 애초에 정부가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역의 흡연실을 보라. 코레일은 분명 흡연실을 지었지만, 결국 흡연자들에게도 불만을 샀고 비흡연자들로부터도 질타를 받았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꼼꼼하게 따져본 다음에 '돈'을 써야 하지 않을까? 흡연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그들을 수용하려면 어느 정도 크기의 흡연실을 지어야 하는지, 어느 곳에 지어야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지를 고민했다면 저런 실책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흡연자와 흡연자는 굳이 싸울 이유가 없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 서로는 공존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은 적절한 선에서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하며 '공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비흡연자와 흡연자가 추구하고자 하는 '행복'을 만족시켜 줄 의무가 있다. 간단하다. 우선, 흡연실을 확충하면 된다. 물론 무조건 지어선 안 된다. 흡연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흡연자들을 위한 시설을 지으면 된다. 더불어 금연을 위한 캠페인과 각종 프로그램도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서로의 권리에 대해서 조금씩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에겐 싸울 이유가 (그다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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