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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아내" 남편만 보면 짖는 개들, 강형욱의 반전 솔루션

너의길을가라 2022. 2. 2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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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등장한 고민견은 단골 견종인 '푸들'이었다. 푸들이라는 이름은 '물에서 첨벙거린다'는 뜻의 독일어 '푸델(Pudeln)에서 유래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애견협회는 푸들 때문에 한바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스탠더드 푸들의 고향 독일과 토이 푸들을 만든 프랑스 애견협회가 서로 자신의 나라가 푸들의 원산지라 주장했기 때문이다.

뚱(암컷, 14살)
원(암컷, 11살)
씽(수컷, 11살)
산(수컷, 9살)

애견샵을 운영하고 있는 아내 보호자는 4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었다. '뚱'은 아내 보호자가 사고로 반려견을 잃고 힘들어 할 때 입양했고, '원'과 '산'은 뚱의 자식이다. '씽'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새끼를 낳았는데 다리가 이상해서 엄마가 쓰레기장에 버렸다'는 글을 읽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데려왔다고 한다. 그만큼 아내 보호자는 누구보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반면, 남편 보호자는 '개=가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개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 "사랑해", "오래오래 살아"라고 말하는 아내 보호자가 이상하게 생각되는 건 당연했다. 남편 보호자는 아내 보호자가 애견샵을 운영하고 있어 개를 거기에만 둘 줄 알았기 때문에 동거하며 살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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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의 다견 가정은 일견 평온한 듯 보였다. 아내 보호자는 거실 소파에 개들과 함께 누워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집단 흥분 사태가 발생했다. 남편 보호자가 방에서 나오자 개들이 짖기 시작한 것이다. 개들이 쫓아오며 짖으니 남편 보호자는 도망치느라 바빴다. 개들에게 남편 보호자는 가족이 아니라 남과 같은 존재였다. 무관심했던 남편 보호자도 슬슬 짜증이 났다.

"그러니까 나처럼 잘해줘야지." 아내 보호자는 남편 보호자에게 핀잔을 줬다. 물론 남편 보호자는 '내가 왜?'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개를 좋아해도 4마리를 모두 케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장 산책조차도 만만치 않았다. 남편 보호자의 도움이 있다면 훨씬 수월할 테지만 그럴 의지가 전혀 없었다. 4마리와 동시에 산책하는 건 말 그대로 꿈 같은 일이었다.

지금껏 아내 보호자는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 모든 걸 감수하고자 했다. 그는 개들을 직장에 데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그 밖의 이유로 케어하기 힘들 때도 있는데, 남편 보호자가 전혀 관심이 없어 난감해했다. 남편 보호자는 개를 키우는 건 아내 보호자가 좋아하는 일이라 어려움이 있다는 걸 몰랐다. 그리고 모르는 건 죄가 아니라며 알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소통이 단절된 상태였다.

한편, 개들 사이에도 문제가 있었다. 원이 뚱을 질투해서 시시때때로 공격을 했다. 뚱은 두려운지 알아서 피해 다녔다. 노견인 뚱은 눈동자 색까지 흐릿해져 사실상 실망 상태였는데, 원에게 물리기까지 했다. 유혈 사태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원은 뚱을 예뻐하지 말라고 아내 보호자의 손에 입질을 했다. 씽과 산의 사이도 나빴다. 갑자기 공격했고 시도때도 없이 싸웠다.

"남편 보호자만 있을 때 (개들끼리) 싸움 난 적 있나요? 보호자가 말하는 두 가지 문제가 다른 문제라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볼 때는 똑같은 문제예요." (강형욱)



이들의 일상은 회복될 수 있을까? 강형욱 훈련사는 보호자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본격적인 상담에 들어갔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문제는 두가지였다. 1. 남편 보호자와 개들의 관계 개선, 2. 서로 싸우는 개들의 관계 개선. 강형욱은 남편 보호자와 개들이 있을 때 싸움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두 가지 문제는 모습은 다르지만 결국 뿌리는 같았다. 강형욱이 볼 때는 똑같은 문제였다.

개들이 남편 보호자만 움직이면 짖는 까닭, 서로 물고 싸우는 까닭은 오로지 아내 보호자를 향한 애정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다견 가정에서 개들 간의 서열을 허용하는 양육 방식을 채택했을 때 발생하는 상황이다. 채택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방치했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이때 개들은 서열을 유지하기 위해서 매일 싸워야만 한다. 아내 보호자를 좋아하는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강형욱은 다견을 키울 때는 모질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부터 아내 보호자가 해야 할 일은 개들과이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다. '나는 부모가 아니라 리더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문제는 서열이라는 시스템이 없어지는 과정에서 탈락하는 개들(뚱과 산)이 생긴다는 것이다. 반면, 높은 서열을 차지했던 원과 씽은 낮은 서열의 개들에게 화풀이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화풀이가 집중될 수 있는 가장 약한 뚱은 이 훈련에서 열외시켜야 했다. 이제부터 뚱은 안방에서 남편 보호자와 함께 지내기로 했다. 남편 보호자가 그나마 뚱에게 애정을 보였기 때문이다. 훈련이 시작되자 높은 서열을 차지했던 씽과 원이 행동이 뚜렷하게 부각됐다. 씽은 아내 보호자에게 안기기 위해 계속해서 다가왔다. 강형욱은 보디블로킹을 지시했다. 단호한 태도가 필요했다.

씽과 달리 원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아내 보호자에 대한 애정이 컸던 씽과 달리 원은 단지 서열 유지를 위해 아내 보호자를 차지하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뚱과 산은 애정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 양상을 지켜보던 강형욱은 "네 마리가 아니었어요."라고 분석했다. 그제야 아내 보호자는 개들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됐다. 개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무지를 깨달았다.

"어떻게 보면 아내 보호자가 남편 보호자와의 친화를 막고 있었던 거예요." (강형욱)



아내 보호자가 엄격한 태도를 취하자 개들이 남편 보호자에게 다가갔다. 강형욱은 아내 보호자가 개들과 남편 보호자와 친해지는 걸 막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관점이었다. 이어서 남편 보호자를 향한 짖음을 원이 주도하고 있었다는 것도 밝혀냈다. 원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막는 아내 보호자를 향해 화를 냈다. 끊임없는 반복 훈련을 통해 이를 통제했다.


드디어 집 안이 조용해졌다. 강형욱은 이것이 바로 정상적인 반려견들이 사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서로 보호자의 무릎을 독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느긋하게 각자의 생활을 즐기는 것 말이다. 이쯤되니 오히려 가장 불안한 건 (애정 많은) 아내 보호자였다. 24시간 내내 개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던 그에게 이런 상황은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개들을 위해 적응해야 했다.

이제 마지막 과제가 남았다. 틈만 나면 발생하는 개들 간의 전쟁 말이다. 강형욱은 간식을 바닥에 내려 놓고 반응을 살폈다. 씽은 곧바로 간식을 노렸다. 하지만 강형욱은 뺏길 생각이 없었다.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그때 뒤에서 산이 다가왔지만, 씽은 신경 쓰지 않고 간식만 보고 있었다. 간식을 가진 보호자가 강하게 통제하고 있으니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었던 것이다.

평상시 실세로 군림했던 씽과 원은 뒤로 물러섰고, 약체였던 뚱과 산이 강형욱에게 다가왔다. 씽과 원의 대화 방식은 화내고 짖으면서 이득을 취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강형욱은 보호자가 통제하면 반려견들이 서로 싸울 입장이 아니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만약 보호자가 단호하지 못하면 개들은 화내고 짜증내며 다투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보호자는 '부모'가 아니라 '리더'가 되어야 한다.

훈련을 거듭하면서 '개알못' 남편 보호자도 조금씩 변했다. 그는 개들과 함께 어울리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아내 보호자 마음에 들 수 있는 남편이 되겠다고 말했다. 아내 보호자도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더 이상 남편 보호자를 보고 짖은 개는 없어졌다. 이번 편을 통해 '리더'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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