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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이 다견 가정의 보호자에게 '독재자'가 돼라고 말한 까닭

너의길을가라 2022. 3. 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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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견 가정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일까. 문제의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결국 핵심은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보호자의) 리더십'이다. 28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는 다견 가정을 꾸린 부부 보호자의 고민을 다뤘다. 이날 방송에는 일본의 토착견 시바견, 대한민국 토착견 진돗개, 시베리아 동북부의 썰매견 시베리안 허스키까지 세 마리의 반려견이 등장했다.

시바견 룽지(1살, 암컷)
진돗개 율무(9개월, 암컷)
시베리안 허스키 단풍(4개월, 암컷)

세 견종은 보호자에게 충성심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한적한 시골에서 부부 보호자가 세 마리의 중형견을 키우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아내 보호자는 이사를 오면서 남편 보호자가 경비견으로 키우고 싶다는 뜻을 밝혀 입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편 보호자의 의사가 많이 반영됐다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남편 보호자는 강아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을까.

속사포 아내와 거북이 남편으로 표현할 수 있는 두 사람의 관계는 극과 극이었다. 성격도 달랐고, 의견 차이도 뚜렷했다. 이번에도 오은영 박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내 보호자는 발 닦기, 목욕하기, 발톱 깎기, 배변 패드 치우기, 청소 등 사실상 (강아지) 독박 육아를 하고 있었다. 남편 보호자는 기본적인 케어조차 하지 않았다. 매번 참다 못한 아내 보호자가 나서는 식이었다.

남편 보호자도 할 말이 있을까. 그는 "한다고 한 것 같은데 더 하라고 하"는 아내 보호자 탓을 하며 "계속 잔소리를 하니까 더 안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항변했다. 만약 직장 상사가 남편 보호자가 제출한 보고서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을 때도 똑같이 대답할 수 있을까. 물론 남편 보호자가 느긋한 성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와 같은 태도가 잘못됐다는 건 너무도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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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평화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부부 보호자도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율무가 예고도 없이 단풍이에게 달려드는 게 아닌가. 율무의 공격성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아내 보호자는 단풍이를 데려오고 며칠 후 율무의 공격성이 발현됐다고 설명했다. 단풍이가 움직일 때마다 으르렁대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목을 물고 흔들기까지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젠 율무의 덩치가 커지면서 아내 보호자가 말리기도 버거워졌다. 훈육을 담당해야 할 남편 보호자는 단호하지 못했다. 방으로 데려가 혼내는가 싶더니 이내 쓰담쓰담했다. 아내 보호자는 그런 남편 보호자가 불만이었다. 피가 났는지 안 났는지로 판단하는 남편의 훈육의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며 입질하는 것부터 혼을 내야 한다고 다그쳤다. 두 사람은 서로가 꽉 막혔다며 답답해 했다.

"이 집의 문제가 뭡니까?" (이경규)
"견종의 특징을 파악을 못하고... 아내 보호자는 '잘 키우고 싶은 엄마' 같고, 아빠 보호자는 '그냥, 그런대로 대충 키우자'라는 거 같은데.." (강형욱)


강형욱은 율무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아기였기 때문에 룽지를 공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을 거라고 짐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집도 차이가 나기 시작하니 점점 리드하는 역할을 맡게 됐으리라. 율무는 반려견 관계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했고, 규칙을 정하는 입장이 됐다. 99회 허스키 루나와 배를 까고 누웠던 맬러뮤트 써니처럼 일방적인 복종 관계가 될 우려가 있었다.


율무는 짖음이 굉장히 심했다. 그동안 보호자들은 통제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방치하고 있었다. 강형욱은 목줄을 짧게 잛고 짖을 때마다 당겨 통제하도록 지시했다. 충분히 통제가 가능한 수준의 짖음이었다. 율무는 금세 조용해졌다. 하지만 강형욱이 집 안으로 들어서자 율무는 곧바로 경계모드에 들어갔다. 강형욱은 율무의 긴장을 풀기 위해 한 바퀴만 돌게 했다.

강형욱은 룽지와 단풍의 상태를 파악했다. 룽지는 눈치가 있어서 위험에 대처하고 있었다. 단풍이에 비해 덜 물렸던 건 그 때문이었다. 반면, 단풍이는 아직 너무 어렸다. 강형욱은 율무가 약한 개들만 건드리는 성향이라 분석했다. 율무는 갑자기 자는 척을 했다. 현관에서 외부인이 머무르는 일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혼란이 피곤함을 유발했고, 대처 방법이 없어 자는 척으로 회피하는 것이다.

잠시 후, 강형욱이 조금 움직이자 율무는 날선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풍에게 이동해 냄새를 맡았다. 높은 위치에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다. 마치 '어설픈 보스' 처럼 행동했다. 강형욱과 율무는 팽팽한 대치 상태를 유지했다. 율무는 소파 위로 올라가서 짖기 시작했다. 더 많은 곳을 보고 빠르게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율무의 민낯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다견 가정에 율무 성향의 반려견이 있으면 난감해진다. 보호자들은 평화를 원하지만 율무는 억울하다. 공평한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율무를 통제하면 할수록 룽지와 단풍이는 편안한 상태가 됐다. 강형욱은 룽지가 율무를 존중한 적이 없는데, 나중에는 룽지가 율무를 건제하고 공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룽지는 우위에 선 강형욱에게 다가가 애교를 부렸다.

"재미있는 게 하나 있어요. 율무가 없었으면 이 친구들의 싸움 때문에 고민이었을 거예요. 괴롭히는 주동자가 없어지면 평화가 찾아 올까요? 이 친구가 없어지면 평화가 찾아오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율무가 만들어질 거예요. 이건 시스템의 문제에요." (강형욱)



그때 갑자기 룽지와 단풍이가 싸우기 시작했다. 강형욱은 율무가 없었으면 룽지와 단풍이의 싸움 때문에 고민했을 거라 지적했다. 그 이유는 반려견 간의 서열이 있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서열을 원치 않으면 서열을 만들어야 한다'며, 보호자가 '독재자'가 되라고 조언했다. 보호자와 반려견이라는 위치, 두 서열만 존재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려견 간의 서열이 있으면 안 된다.

원인을 파악했으니 해결은 오히려 수월했다. 첫 단계는 '율무 통제하기'였다. 강형욱은 목줄을 건네받고 율무를 통제했다. 율무는 금방 조용해졌다. 보호자와 있을 때 율무가 으르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럴 때마다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혼을 내는 듯한 관심, 그만하라고 주는 간식, 지적하는 듯한 만짐. 보호자의 왜곡된 의사 표현이 율무에게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다.

또, 강형욱은 실내 배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진돗개나 시바견은 일반적으로 실내 배변을 하지 않는데, 키울 수 없는 환경에서 억지로 키우기 때문에 실내 배변을 하게 된 것이라 지적했다. 강형욱은 가능하면 실외 배변을 하도록 아침에 모두 풀어서 마음껏 배변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마당에 견사를 만들고 인조 잔디를 깔아주라고 당부했다.


다음 단계는 '보호자 리더십' 훈련이었다. 율무가 짖을 때마다 보디 블로킹으로 통제했다. 아내 보호자는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임했다. 이어서 율무를 켄넬에 들어가게 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처음에 율무는 들어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해 버텼지만, 반복해서 진행하자 조금씩 켄넬에 익숙해졌다. 강형욱은 반려견 훈련은 반복이 핵심이라며 응원했다. 남편 보호자도 동참했다.

내친김에 '간식 보상 훈련'까지 이어갔다. 보호자와 교감을 하는 룽지와 단풍이와 달리 율무는 뻣뻣했다. 율무에게는 자기의 이익이 훨씬 중요했다. 처음 알게 된 율무의 태도에 보호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형욱은 몇 가지 당부를 전했다. 일단, 켄넬의 위치를 옮겨 각자의 공간을 보장할 필요가 있었다. 또, 장난감을 없애 괴롬힘이 발생할 상황을 사전에 차단해야 했다.

강형욱의 솔루션을 잘 이행한다면 율무의 문제는 점차 나아질 것이다. 반려견 간의 서열을 없애고, 보호자가 '독재자'가 된다면 평화가 안착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가 남았다. 부부 보호자의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 것이다. 강형욱은 남편 보호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했다. 그리고 다짐을 받아냈다. 남편 보호자가 약속을 지켜주길, 그래서 행복한 다견 가정이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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