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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불안 앓는 공격성 높은 도베르만, 강형욱의 해법은 의외였다.

너의길을가라 2021. 7. 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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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도베르만은 그 이미지가 굉장히 흉포한데,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물론 외모가 사납게(?) 생긴 탓도 있다. 짖을 때의 소리도 상당히 맹렬하다. 그래서 길에서 가끔 마주치면 움찔하게 된다. 또, 도베르만은 날씬하면서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힘도 굉장히 센 편이다. 또, 보호자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이 매우 강하다.

도베르만은 세금 징수관이자 동물사육가였던 카를 프리드리히 루이스 도베르만이 저먼 핀셔, 맨체스터 테리어, 로트 와일러, 보스턴 테리어 등을 교배해 탄생킨 견종이다. 현재 세계적인 견종이 돼 군용견, 경비견으로 활동 중이다. 특징이 있다면 미용 목적으로 단이 수술을 한다. 어릴 때 굉장히 장난스러운 성격인데 경계심이 심한 편이다. 카네코르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지난 5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등장한 고민견은 도베르만 비앙카(암컷, 2살)였다. 보호자는 해외에서 살다가 정읍에 정착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초보 농부였다. 비앙카의 첫 번째 문제는 '분리불안'이었다. 보호자와 잠시도 떨어져 있지 못했다. 보호자가 집 근처 감자밭에 가 있는 동안 비앙카는 쉼없이 짖어댔다. 조용한 마을에 비앙카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처한 보호자는 결국 쇠막대기를 밭에 꽂은 후 비앙카를 데려와 묶었다. 유일한 해결책은 함께 있는 것뿐이었다. 보호자는 이미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다고 털어놓았다. 냄새를 입힌 마네킹도 세워봤고, 초음파 기계도 설치해봤고, 펫캠으로 달래도 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주민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집도 마을 끝으로 옮긴 상황이었다.

산책은 어떨까. 보호자는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두 번씩 산책을 나섰다. 비앙카는 동네 개들과도 잘 어울렸다. 평화롭기만 한 산책인가 싶었지만, 조깅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비앙카는 갑자기 공격성을 보였다. 보호자는 예측이 되지 않는다며 우려했다. 기습 공격인지라 보호자는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에게도 공격성을 보였고, 심지어 보호자에게도 입질을 했다.

 

"가끔은 그런 얘기를 해요. '야, 굳이 저런데 키워야 돼?' 제가 비앙카를 처음 봤을 때 파양을 몇 번 했던 아이니까 마음이 더 가는 거 같아요. 아픈 손가락처럼." (보호자)


비앙카는 어릴 때 입질 때문에 3~4차례 파양된 경험이 있었다. 보호자는 입양 당시 비앙카와 10년을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훈련소로 보냈었다고 했다. 그런데 지나가다 우연히 훈련소에 들렀더니 비앙카의 목에 전기 충격기가 달려 있어 깜짝 놀랐었다는 것이다. 상상도 못했던 훈련 방식이었다. 훈련소 측은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보호자를 설득하려 했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보호자는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돼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분리불안도, 공격성도 그때의 나쁜 기억 때문이라 여겼다. 이후 방문 훈련을 두 차례 했고, 5개월간 위탁 훈련도 했으나 그때마다 훈련사들은 비앙카가 워낙 힘이 좋아서 단기간으로는 힘들다며 포기했다고 했다. 보호자의 많은 노력에도 고쳐지지 않은 비앙카의 문제점을 과연 강형욱 훈련사는 해결할 수 있을까.

강형욱은 낙관적이었다. 도베르만은 30~36개월은 돼야 성견인데, 비앙카는 20개월로 아직 청소년이라 개선의 여지가 충분했다. 또, 3~4차례 파양 경험이 있어 정착 경험이 없었는데, 지금에야 정착을 한 것이라 보호자와의 관계가 좋아질수록 주변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강형욱은 이제부터의 교육이 중요하다며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번 훈련의 핵심 포인트는 '비앙카와 친해질 수 있을까'였다. 먼저 이경규와 장도연이 투입돼 반응을 살피기로 했다. 보호자가 잠시 빠지자 비앙카는 게거품을 물며 짖어댔다. 간식도, 좋아한다는 공도 소용 없었다. 경계심은 최고치를 찍었다. 집 안이라 경계가 더 심할 수 있기에 밖으로 나가봤으나 그대로였다. 비앙카는 유독 이경규에게 심하게 짖었고, 시선도 고정돼 있었다.

강형욱은 이경규에게 목줄을 건네받고 버텨보라고 요청했다. 처음에 비앙카는 이경규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이내 이경규의 지시를 따랐다. 앉으라는 말에 앉았고, 엎드리라는 말에 엎드렸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채 이경규를 끝까지 외면했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무슨 까닭일까. 강형욱은 훈련소에서 받은 강한 통제의 기억 때문일 거라 추측했다.

"훈련사에 대한 의식이 있을 텐데 제압이나 압박이나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오늘은 최대한 친해지려고 노력할 거고요." (강형욱)


강형욱은 매너 있는 훈련사 버전으로 출동했다. 비앙카에게 자신이 보호자의 통제하에 움직인다는 인상을 주려 노력했다. 보호자가 뒤로 물러서라고 말하면 물러섰고, 밖으로 나가달라고 하면 나갔다. "맞아, 여긴 네 집이야."라고 안심시켰다. 보호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보호자의 감정을 복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경비견의 특징이다. 그래서 보호자와 마찰이 있는 모든 것을 경계한다.


20분 만에 강형욱은 집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는 비앙카가 엄포를 놓아도 가만히 받아주겠다며 문 앞에서 얌전히 기다렸다. 잠시 후 비앙카가 천천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모두 긴장된 상태에서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히도 비앙카는 강형욱이 다리에 머리를 비비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친절한 사람'을 경험시켜주자 비앙카가 결국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강형욱은 비앙카의 경계심은 외로움이나 불안감에서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보호자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외로웠을 거라는 말에 울컥했던 것이다. 강형욱은 "다른 곳에 갔다면 더 행복했을까."라며 자책하는 보호자를 위로했다. 사실 외로운 건 보호자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모로코에서 7년간 살다가 귀곡해 사람 없는 외진 시골에서 비앙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었다.

"비앙카한테 뭐가 필요한지 아세요? 훈련이 아니에요.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을 몇 명 더 만나면 돼요." (강형욱)


이제 비앙카는 강형욱에게 친밀하게 굴었다. 아직 조금의 의심이 남아있지만, 그건 반복을 통해 해결하면 될 일이다. 이어서 사회성 훈련을 이어갔다. 친한 사람을 더 많이 만드는 과정이었다. 강형욱과 친해진 비앙카는 이경규와도 쉽게 친밀해졌고, 장도연과도 더 수월하게 친구가 됐다. 강형욱은 이렇게 한 두명씩 친구가 늘어나면 다음부터는 친해지는 속도가 확 빨라질 거라며 보호자를 응원했다.


분리불안을 해결할 방법은 켄넬 훈련이었다. 문제는 보호자가 사용하는 켄넬이 너무 작다는 것이었다. 강형욱은 개가 섰을 때 귀가 닿지 않아야 한다며 대형견용 켄넬을 선물했다. 훈련은 간단했다. 우선, 켄넬 안으로 간식을 던져주자 비앙카는 간식만 쏙 먹고 나왔다. 긴장한 개들은 머리로 들어가 엉덩이로 나오기 마련인데, 비앙카는 전형적으로 긴장한 모습이었다.

몇 번 반복하자 익숙해졌는지 머리로 들어가 몸을 돌린 후 머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켄넬에서 나올 때 간식을 줘서 잠깐이라도 켄넬에 머물게 했고, 이후에는 켄넬 문을 잠근 상태에서 간식을 넣어줬다. 잘 참은 비앙카에게는 아낌 없는 칭찬을 줬다. 물론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엿보였다. 비앙카는 처음 만났을 때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만만치 않은 솔루션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강형욱은 전혀 힘을 들이지 않고 비앙카의 마음을 열었다. 강약을 조절하는 강형욱의 클래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앙카가 파양의 불편한 기억을 모두 잊고, 한없는 사랑을 주는 보호자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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