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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은 어째서 카네코르소 보호자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건넸을까

너의길을가라 2021. 6. 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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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는 딱 하나예요. '여기 내 거야'라고 저는 표현하는 방법밖에 없고요. 이 친구는 저한테 '너 저리 가'라고 표현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강형욱)


일주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강형욱 훈련사와 역대급 맹견 카네코르소 달의 만남, 강한 자와 강한 개의 대결, 그 싸움의 결과가 알고 싶었다. 사실 승자를 예상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그 과정이 궁금했다. 지난 28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는 새로운 고민견 프렌치불독 정키의 이야기와 함께, 지난 주에 이어 카네코르소 달의 훈련 내용으로 꾸며졌다.

강형욱은 혹시 달이 점프해서 달려들면 팔꿈치로 쳐서 제지하겠다고 설명했지만, 그럴 일까지는 없어 보였다. 계속 공격해도 강형욱이 도망가지 않으니 달의 공격성 자체가 점차 낮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체력이 회복되면 다시 공격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는 있었다. 잠시 뒤, 달은 몸을 낮추고 엎드렸다. 대치 상황에서 엎드린다는 건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신호를 캐치한 강형욱은 뒤로 한참 물러섰다. 서로의 의사표현을 (잠시) 받아들인 것이다. 강형욱은 보호자의 거주지가 밀집 구역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언급했다. 보호자와 반려견에게 별다른 문제가 없어도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경비견의 특성상 놀라는 사람에게 집착하기 마련이라 더욱 고민스러웠다. 강형욱은 그런 환경이 맹견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저희 동네가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까 '저런 개를 왜 키우냐'부터 시작해서 온갖 말을 다 들어봤어요. 욕도 들어보고, 술 좀 드신 분들은 달을 때리려고도 하고.." (보호자)


당연히 보호자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평소 달이를 더 억압해야만 했던 것이다.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는 그러다보니 달에게 점점 더 미안해졌다고 털어놓았다. 강형욱도 달이가 어렸을 때부터 환영받는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면 지금보다 경계심이 훨씬 덜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거라고 설명했다. 도시가 충성스러운 개를 무서운 개로 만들기도 한다는 뜻이었다.

결국 훈련밖에 없었다. 강형욱은 경계심 완화 훈련을 진행했다. 앉아 있는 보호자와 조금씩 거리를 좁히며 경계심이 줄어들도록 반복해서 적응시키는 훈련이었다.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을 때는 잘 참았던 달이었지만, 강형욱이 커브를 그리고 좀더 다가오자 참지 못하고 달려들고 말았다. 보호자는 깜짝 놀라 달을 저지했는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저도 개들을 키우면서 이런 생각할 때가 있어요. '강형욱의 개가 어떤 개를 물었다.' 그러면 저는 일반 사람들의 개물림 사고보다 혹독한 체벌이 있을 거예요. 저희 개들이 개나 사람에게 달려들지는 않겠지만, '한다면'이라는 생각으로 사실은 살아요." (강형욱)


그 모습을 본 강형욱은 오히려 보호자의 놀란 마음을 토닥였다. 자신도 개를 키우면서 만약의 경우를 항상 염두에 두면서 조심한다며 보호자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위로했다. 또, 보호자가 충분히 자기 체벌을 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럽지만 응원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울 수 있었다면 좋았겠으나, 이렇게 됐으니 최선을 다해보자고 다독였다.

그 말을 들은 보호자는 달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울컥하고 말았다. 아마도 7년 동안 달을 키우면서 겪어야 했던 힘든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으리라. 행여나 개물림 사고가 나지 않을까 조심하고 또 조심했던 순간들이 떠올랐으리라. 항상 노심초사하며 사는 삶이란 얼마나 고단하고 애처로운 것인가. 그런데 강형욱으로부터 인정을 받자 '헛되이 키우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강형욱은 잠시 휴식을 갖기로 하고 상황실로 돌아왔다. 그는 이경규와 장도연에게 원래 보호자에게 감동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달의 보호자의 경우에는 마음이 짠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만큼 감탄했다는 뜻이었다. 무엇이 강형욱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그는 훈련에 대한 집중력, 몰입하는 눈빛, 목줄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는 손 등 보호자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칭찬했다.


마무리 훈련은 이경규가 나서보기로 했다. 강형욱과 한 것과 똑같은 훈련을 반복하면 됐다. 다양한 상황을 맞부딪쳐야 달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경규가 조금씩 다가가자 달은 경계의 눈빛으로 노려봤다. 강형욱은 카네코르소의 경우 기승전결 없이 곧바로 결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니나 다를까. 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경규에게 달려들었다.

다행히 보호자가 목줄을 꽉 잡고 있어 별 탈은 없었다. 달은 거듭해서 이경규를 향해 달려들었다. 결국 강형욱이 다시 출동했다. 기둥에 목줄을 맨 상태에서 강형욱이 보호자에게 다가가고, 달의 시선이 움직이면 보호자가 보디 블로킹을 해서 제지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강형욱은 달이 엎드리면 지나가기로 했다. 보호자에게는 한숨 혹은 큰 숨을 내쉬게 했다. 긴장감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보호자는 평소 달이 사람들에게 달려들까봐 항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달은 보호자가 놀라서 긴장한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더욱 살벌한 경비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보호자가 크게 숨을 내쉬자, 얼마 후 달은 얌전히 엎드렸다. 그렇게 여러 차례 훈련이 반복됐고, 더 이상 달의 뒷다리 근육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말은 전조 현상이 없다는 의미였다.


달의 눈빛은 오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강형욱은 하루의 훈련만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입마개와 핀치칼라를 착용하고 꾸준히 훈련하면 훨씬 더 나아질 거라 확신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보호자가 잘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경규는 카네코르소를 키울 자격이 있는 보호자라고 평가했고, 강형욱도 "이런 분들이 키워야 돼요."라고 칭찬을 건넸다.

누구보다 마음 고생을 많이 했던 보호자였기에 앞으로는 달이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훈련과 불가피한 긴장이 필요할 텐데, 강형욱도 감탄한 이 훌륭한 보호자라면 그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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