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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형 ADHD' 아들 향한 아빠의 눈물, 오은영도 뭉클했다

너의길을가라 2022. 7. 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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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판정 끝에 생긴 금쪽이는 너무도 귀한 아들이었다. 사실상 임신을 포기한 시점에서 잉태된 터라 더욱 소중했다. 게다가 할아버지의 죽음 후 태어났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금쪽이는 심장이 약해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었는데, 금쪽이와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었던 아빠는 왼쪽 가슴에 아이의 태명을 새겼다. 귀하디 귀한 금쪽이(9세)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선생님은 금쪽이가 수업 시간에 제멋대로 뛰쳐나가고, 화장실의 비누로 학교에 온통 비누칠을 해놔서 위험천만했다는 상황을 전했다. 아빠는 죄송하다며 사과하기 바빴다. 하루 이틀이 아닌 듯했다. 아빠는 실제로 학교와 학원에서 거의 매일마다 전화가 걸려온다고 털어놓았다. 도대체 금쪽이는 왜 그러는 걸까.

엄마와 술래잡기를 하자고 제안한 금쪽이는 혼자 밖으로 나가버렸다. 쓰레기 더미를 발견하고서 갑자기 짓밟기 시작했다. 장난치고는 과격해 보였다. 또, 화단의 꽃을 뽑고 패대기쳤다. 잠시 후, 아빠가 나타나자 긴장한 듯 뒷걸음질쳤다. 꺾으면 안 된다는 걸 깜빡했다며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아빠는 '함무라비식 훈육법'을 통해 체벌을 하며 따끔하게 훈육했다. 금쪽이는 잔뜩 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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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금쪽이는 아빠의 눈치를 많이 봤다. 아빠는 금쪽이와 함께 김밥을 만드는 등 다정해 보였지만,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흘렀다. 금쪽이는 아빠가 웃지 않으면 화가 난 것 같다며 불안해 했다. 평소에 많이 혼내는 걸까. 오은영 박사의 질문에 아빠는 혼낼 때는 따끔하게 가르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엄마는 아빠가 일관성이 없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라고 꼬집었다.

오은영은 '눈치(Social Reference)'의 이론적 개념은 '사회적 참고 기준치'라고 설명하며, 성장 발달 과정에서 눈치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만 3세(36개월)는 부모가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시기인데, 이때 부모에게 충분히 배운 아이는 모르는 행동을 할 때 부모 눈치를 살피게 된다. 눈치를 보며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것이다. 따라서 적당한 눈치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무엇이든 너무 적거나 많으면 문제가 된다. 눈치 보는 아이의 원인은 1. 일관성 없는 부모, 2. 훈육 상황에서 부서운 부모이다. 오은영은 아이가 공격적 행동을 했을 때 훈육을 위해 부모도 공격적으로 대하면 오히려 아이의 공격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체벌 수위가 세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잘못을 몸으로 때웠다고 생각하고, 억울하다고 여기게 된다. 체벌은 훈육에 효과적이지 않다.


교대 근무 후 퇴근한 아빠는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합기도 학원 원장, 돌봄 교실 선생님은 금쪽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 얘기했다. 잦은 지각이 우려되고, 나쁜 말을 하는 등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담임 선생님은 금쪽이가 수업 도중 화장실에 가서 비누를 변기에 투척하기도 했다며 전문적 치료를 권하기도 했다. 갖은 노력으로 키웠지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한편, 집에 돌아온 금쪽이는 갑자기 텀블링을 하기 시작했는데,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엄마는 무한 텀블링을 하는 금쪽이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 장면을 지켜보던 오은영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답을 찾는 듯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ADHD라고 진단하면서 부주의형, 과잉 행동형, 충동성형 세 가지 유형을 보이는 ADHD 복합형이라고 설명했다.

금쪽이는 충동성이 강하기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화단의 꽃을 뽑거나 학교에서 말썽을 피우는 등 악동처럼 저지르는 많은 문제 행동은 충동성 때문이었다. 금쪽이는 미끄럼틀에서 거꾸로 오르기도 했는데, 그 때문에 친구들과 시비가 벌어졌다. 오은영은 ADHD의 경우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꽂히면 꼭 해야지만 직성이 풀린다며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아빠에게 집중을 잘하는 편이냐고 질문했다. 아빠는 어릴 때부터 산만한 편이라고 대답했고, 엄마도 아빠가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등 그런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은영이 그와 같은 질문은 한 까닭은 무엇일까. 주의력 문제(ADHD)는 70~90%가 유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아빠와 금쪽이는 사실상 판박이에 가까웠다. 이제야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다.

"굉장히 열심히 하는 열혈 아빠인데요. 약간 양육에 몰두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요." (오은영)



방 안에서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던 금쪽이는 아빠가 들어오자 긴장했다. 아빠는 금쪽이가 무엇을 시청하고 있는지 체크하며 자신이 싫어하는 건 보지 말라고 호통쳤다. 또, 숙제를 해야 되지 않냐며 압박했다. 당황한 금쪽이가 코를 판 손을 입에 넣자 화를 냈다. 이때 금쪽이는 할 말이 있다며 대화하기 싫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아빠는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지만, 금쪽이는 단호했다.

오은영은 이 장면에서 무엇을 봤을까. 그는 아빠가 양육에 몰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부모님이 이렇게 해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냐고 질문했다. 아빠는 초등학교 6학년 이후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서 사랑을 모르고 자랐다고 대답했다. 오은영은 아픈 상처를 물려주기 싫은 아빠의 눈물겨운 사랑에 뭉클했다고 위로했고, 아빠는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엄마 아빠가) 조금 불편해. 아빠가 잔소리하는 게 너무 길어. 응!응! 하면 빨리 끝내줘, 아빠가. 어렸을 때 아빠가 너무 화를 많이 냈어. 무서웠어. 기절할 만큼 무서웠고." (금쪽이)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아동심리 상담사 자격증도 취득하는 등 공부하고 노력했지만, 정작 금쪽이에게 아빠는 '무서움'으로 남아 있었다. 금쪽이는 아빠의 표정을 먼저 살피고 말을 한다며 잔뜩 주눅들어 있었다. 어렸을 때 아빠가 화를 많이 냈던 기억도 꺼내놓았다. 자신이 실수를 계속 저지르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오은영의 금쪽처방은 돌아온 '생각하는 의자'였다. 생각하는 의자는 아이의 격렬한 행동을 잠시 중단시키는 타임아웃 훈육법의 일환으로, 오은영이 E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출연하던 당시 주로 사용했던 처방이었다. 활동량이 많은 금쪽이를 위해 '이동용 생각 의자'가 필요했다. 금쪽이를 만난 오은영은 충동이 느껴질 때 의자에 앉아 3초 동안 생각을 하라고 조언했다.

금쪽이네는 휴대용 의자를 필수품처럼 챙겼다. 다시 찾은 놀이터에서 금쪽이는 다시 미끄럼틀에서 역주행을 해고, 아빠는 생각 의자를 가져와 금쪽이가 눈을 감고 차분히 모든 상황을 곱씹도록 했다. 한 번만에 나아질 리 없기에 이 과정은 무한반복됐다. 또, 아빠는 금쪽이와 함께 화단 주인을 찾아가 금쪽이가 자신의 잘못을 직접 사과하도록 도왔다.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길러주기 위함이었다.


금쪽이의 주의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으로 선긋기'를 함께 했고, 댄스를 배우고 집에서 간단한 운동을 하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해 과잉 행동을 낮췄다. 또, 쌓고 부수는 놀이로 부정적 감정을 마음껏 발산하게 했다. 그밖에도 매일마다 긍정 일기를 작성하게 해 자존감 향상을 도왔다. 엄마 아빠는 금쪽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과연 금쪽이는 변화했을까.

공포의 전화벨이 울렸다. 담임 선생님이었다. 매번 문제 행동에 대한 얘기뿐이라 전화를 받은 엄마는 바짝 긴장했지만, 이번에는 금쪽이에 대한 칭찬뿐이었다. 통화를 하는 엄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직 완벽하진 않기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분명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금쪽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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