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금쪽같은 내새끼' 톺아보기

엄마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중1, 오은영이 찾은 원인은?

너의길을가라 2022. 6. 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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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11세 두 딸의 부모가 17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았다. 사연을 신청한 건 금쪽이였다. 다른 금쪽이들이 변하는 걸 보고 자신도 변하고 싶다는 생각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누구보다 간절한 금쪽이의 부탁에 엄마 아빠도 출연을 결정했다. 영상 속의 금쪽이(14세)는 불안한 듯 허둥대더니 엄마를 찾았다. 중1 금쪽이가 엄마만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 가기 30분 전, 엄마는 금쪽이의 등교 준비를 체크했다. 출근으로 바쁜 와중에도 교복 위치까지 알려주고 집을 나섰다. 금쪽이는 등교 시간이 임박했는데도 여유를 부렸다. 느릿느릿 양치를 하며 20분을 낭비했다. 잠시 후 방으로 돌아와 어슬렁대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불 보듯 뻔하게도 엄마였다. 금쪽이는 엄마가 이미 알려준 교복 위치를 다시 물었다.

중1인 금쪽이는 혼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엄마가 없으면 허둥대고 불안해 했다. 하교 후 금쪽이는 어김없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배달 음식을 시켜두었으니 도착하면 결제를 하라고 시켰다. 그러자 금쪽이는 '내가 어떻게 하냐'며 안절부절못했다. 지레 겁부터 내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금쪽이는 엄마와 통화를 하며 겨우 결제를 끝낼 수 있었다. 온몸을 파르르 떨면서 말이다.

친구들과 카페에 간 금쪽이는 웬일인지 주문한 빙수를 먹지 않았다. 숟가락을 든 채 요지부동이었다. 친하지 않은 친구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자리를 비우자 그제서야 빙수를 맛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친구가 돌아오자 다시 얼음이 됐다. 생일을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숫자을 표현했다. 나쁜 의도는 없어도 충분히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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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돈은 '선택적 함구증'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여러 차례 다뤘다시피, 선택적 함구증은 말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편안한 것에서는 말을 하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가족이 증상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금쪽이도 집에서는 말을 곧잘했다. 사촌 언니들이 방문하자 춤을 추며 놀았고, 숨 쉴 틈 없이 수다를 떨었다.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가 타인의 시선에 예민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 시선을 싫어하지만은 않는다고 분석했다. 친구들과 만났을 때도 빙수는 먹지 못해도 비시시 웃고 있었고, 춤을 출 때도 주목받는 걸 즐기는 듯했다. 금쪽이의 반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금쪽이는 선택적 함구증이 맞지만, 일상 생활을 못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뭔가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금쪽이는 학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 길에 엄마가 동행했다. 가방과 책상 정리를 못한다고 한바탕 잔소리를 한 후였다. 그런데 금쪽이는 혼자 버스를 타지 못했다. 어린아이마냥 허둥지둥했다. 결국 엄마가 함께 버스에 탑승해야 했다. 하지만 눈앞의 벨도 누르지 못해 결국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치고 말았다. 금쪽이는 왜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는 걸까. 부모의 말처럼 집중 부족일까.


- 시지각 발달 체크 리스트
1. 글씨체가 바르지 못하며, 글씨 쓰는 것에 어려움을 겪거나 글씨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2. 칠판 글씨를 받아 적는 데 어려움을 보인다.
3. 비슷한 단어, 숫자를 혼동한다.
4. 주의 집중해서 읽는 시간이 짧거나 집중이 어렵다.
5. 시각적으로 제시된 단어나 글자, 숫자, 모양의 순서를 기억해서 쓰는 것이 어렵다.
6. 책을 읽은 후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다.
7. 읽기, 쓰기 및 수학의 도형과 같은 기하와 관련된 개념을 배우기 힘들다.
8. 이전보다 높은 단계의 수학 개념을 어려워한다.

오은영은 그 이유를 알겠다며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관찰 결과 금쪽이는 '시지각' 발달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지각이란 '시각을 통해 정확히 보는 능력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 인식, 변별, 해석하는 두뇌 활동'을 뜻한다. 금쪽이는 시지각 테스트 8개 항목 중 7개가 해당됐다. 시지각에 문제가 있으면 일상 생활이 어렵고, 학습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금쪽이는 샤워를 할 때도 동생이 욕실 문 앞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 씻으면서 계속 동생이 있는지 확인했다. 겁 많은 언니를 위해 동생은 계속해서 희생하며 지내고 있었다. 또, 무서워 하는 언니를 위해 한 침대에서 잠을 잤다. 금쪽이는 동생 옆에 밀착했고, 잠든 동생의 손까지 잡아챘다. 잠조차 편히 잘 수 없는 고충에 동생은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지칠 만도 했다.

"그 상황에서 해결해나가는 방식을 이 아이가 마음의 어려움을 겪지 않는 방식을 택하신 것 같아요. 당장은 결과가 좋아요. 그러나 부모의 역할은 성인이 돼서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그 과정을 돕는 거거든요. 내면을 힘을 키우는 과정을 안 거치면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힘이 없게 되죠. 그러면 힘들고 행복하지 않아요."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에게 '내가'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금쪽이는 의견도 취향도 없었다. 주체성이 결여된 소통을 했다. 쇼핑을 할 때도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기보다 엄마의 의견을 따랐다. 자기주도성과 자율성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고, 자기 확신도 부족했다. 삶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사춘기 시기가 됐지만, 자기 확신이 없으니 세상 모든 게 그저 두렵기만 한 것이다.

금쪽이와 비슷한 성향의 엄마는 금쪽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고, 딸의 두려움과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해 모든 일에 개입했다. 불안을 아예 원천 차단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눈앞의 문제를 처리해버리니 당장은 불안이 해소된 것처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금쪽이는 내면의 힘을 기르지 못했고, 더 힘든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엄마 아빠한테 서운한 적 있어?"
"엄마가 나한테 이해하라고 하고,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건가? '의심할 때도 있어서 가출하고 싶어질 때도 있어. 나도 보호받고 싶어." (둘째)



한편, 예상하지 못했던 둘째의 속마음은 엄마 아빠를 울리고 말았다. 항상 언니를 이해해야 했고, 언니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던 둘째는 아직 10세밖에 되지 않은 아이였다. 지루하고 귀찮은 시간을 언니를 위해 묵묵히 견뎌냈던 둘째의 마음 속에 쌓인 서러움을 씻어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금쪽이를 위해, 둘째를 위해, 가족들을 위해 금쪽이의 변화와 성장이 절실했다.

오은영의 금쪽 처방은 '스포트라이트 솔루션'이었다. 시지각 발달을 위한 첫 단계로 '행동 관찰'을 주문했다. 사람들의 행동을 모니터링함으로써 혼자 하지 못했던 일(버스 타기, 주문하기 등)의 순서를 관찰하고 생각해보라는 뜻이었다. 오은영은 지나친 부모의 개입은 자녀를 무능력하게 만든다고 조언했다. 금쪽이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

두 번째 단계는 '글자 조합'으로, 흩어져 있는 낱글자를 찾으며 시야를 넓히는 훈련을 진행했다. 이어서 양말 짝 맞추기, 사랑의 쪽지 찾기 등을 통해 시지각 발달을 도왔다. 또, 물건들을 용도에 맞는 물건끼리 세분화해 정리하도록 했다. 내침김에 옷장 정리까지 끝내버렸다. 시각적으로 물건을 정리하니 준비물 챙기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금쪽이 스스로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동생과 침대를 함께 쓰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오은영은 엄마 아빠에게 '굿나잇 오디오'를 직접 녹음하도록 요청했다. 금쪽이는 무서울 때마다 엄마 아빠의 음성을 들으며 잠을 청했다. 샤워를 할 때도 오디오를 틀어 놓아 두려움을 떨쳤다. 성공의 경험이 쌓이자 금쪽이는 자신감을 찾았다. 혼자 장보기도 성공했고, 셀프 칭찬으로 자기 확신감도 충만하게 했다.

금쪽이와 가족들의 노력이 더해져 금쪽이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성장했다. 이젠 혼자서도 버스를 탈 수 있게 됐다.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금쪽이의 변화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이 됐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처럼, 아이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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