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는 TED 강연에서 "아이들이 거짓말을 시작하는 순간은 스토리텔링의 시작"이라며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해 얘기하는" 놀랍고도 경이로운 일이라 말했지만, 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거짓말을 접했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 난무하고, 온갖 우려들이 마음을 어지럽혀 잠을 이루기 힘들다. 김영하처럼 '대범'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3일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은 부모의 고민도 '자녀의 거짓말'이었다. 12살 금쪽이는 검도, 특공 무술, 합기도 등 각종 무술은 물론 피아노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그런데 화만 나면 자신의 사진을 훼손했다. 아빠는 행여나 나쁜 짓이라도 할까봐 유려했다. 엄마는 금쪽이가 "숨 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이라며 시도 때도 없이 속여서 무덤덤해질 만큼 일상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금쪽이는 잠을 깨우는 엄마에게 학교에 가기 싫다며 짜증을 부렸다. 엄마가 화를 내기도 하고, 설득해 보기도 했으나 소용 없었다. 아빠가 나서도 요지부동이었다. 갑자기 왜 학교를 안 간다는 걸까. 엄마가 인형으로 금쪽이를 때리며 혼내자 금쪽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금쪽이는 친구들이 쪽지로 못생겼다고 놀리고, 화장실에도 괴롭히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고 속상해했다.
도대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오은영 박사의 질문에 엄마는 선생님들이 금쪽이의 집중력 부족을 일관되게 지적해 병원을 찾았더니 ADHD 진단을 받았었다고 얘기했다. 그 이후부터 금쪽이는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금쪽이를 위해 대안 학교를 보내기도 하고, 외숙모집 근처의 다른 학교로 전학도 보냈지만, 금쪽이가 여전히 힘들어 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엄마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선생님과 쪽지 문제를 논의했다. 한참동안 대화가 이어졌고, 엄마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사실은 모든 게 금쪽이의 '자작극'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금쪽이가 가져온 쪽지를 본 선생님은 아이들의 필적을 일일이 대조하고, 한 명씩 따로 불러 조사를 한 끝에 금쪽이의 자작극이라는 걸 밝혀냈다. 거짓말이었다니.. 스튜디오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밖에도 금쪽이가 평상시 하는 거짓말은 어떤 게 있을까. 양치질을 하지도 않고 했다고 하는 건 귀여운 축에 속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소변을 보고 모른 척하다 CCTV로 확인했다고 하자 그제야 실토하는 일도 있었다. 동생과 싸우면 매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해 집에 가정용 CCTV까지 설치한 상황이었다. 금쪽이의 반복되는 거짓말에 완전히 신뢰를 잃어버린 듯했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할 때는 부모는 진짜 마음이 무너지거든요. 근데 무너지는 마음을 잘 추스려서 이유를 찾아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오은영)
오은영은 거짓말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며 거짓말하는 아이들의 유형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는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심한 케이스, 둘째는 애정이 결핍된 케이스였다. 후자의 경우 거짓말이 들통나거나 호되게 혼이 날 때도 관심이라 생각한다. 오은영은 쪽지 문제로 대화를 나누던 금쪽이가 '걱정돼서 그렇다'는 엄마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고 언급했다.
한편, 친구들과 만난 금쪽이는 다리를 꼰 채 돈다발을 흔들고 있었다. 문방구를 들른 금쪽이는 친구들에게 물건을 사주며 환심을 샀다. 오은영은 우려섞인 눈으로 그 장면을 지켜봤다. 집으로 돌아온 금쪽이에게 엄마는 "밖에서 죄짓고 왔지?"라며 묻더니 불시에 휴대전화 검사를 했다. 또, 방 안 구석구석을 뒤지고서 "너 엄마 지갑에서 돈 가져갔어?"라고 따져 물었다.
계속되는 추궁에 금쪽이는 돈을 가져갔다는 걸 시인했다. 금방 들킬 거짓말을 왜 자꾸 하는 걸까. 홧김에 엄마의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엄마는 걱정과 답답함에 눈물을 터뜨렸고, 금쪽이도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금쪽이의 도둑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 장난감을 훔친 것으로 시작해 동생 친구네 집들이 날 휴대전화를 훔쳐오기도 했다.
"이 아이는 문제 해결 방법으로 거짓말과 도둑질을 사용하고 있어요." (오은영)
문제 해결 방법으로 거짓말과 도둑질을 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금쪽이는 휴대전화를 갖고 싶은데 가질 수 없으면 훔치고, 학교에 가기 싫으면 친구들이 놀린다고 속였다. 금쪽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남을 속이는 게 아니라 하루를 운영하는 방법이었다. 게다가 나름 자립적(?)으로 혼자 해결해 왔다. 금쪽이에게 부모는 의논 대상이 아닌 듯했다. 부모를 믿지 못하는 걸까?
오은영은 엄마가 취조를 하는 등 의심부터 하는 대화가 일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취조형 부모의 특징은 이미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 떠본다는 것인데, 취조의 끝은 언제나 비난과 질책이다. 많은 것을 잃게 하는 대화 방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금쪽이가 외숙모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된다는 것이다. 엄마 말은 안 들어도 외숙모 말은 군말없이 들었다.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대화 방식이 취조형인 엄마와 달리 외숙모의 말투는 다정했다. 다짜고짜 화를 내지도 않고, 무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다. 금쪽이는 외숙모 옆에 찰싹 붙어 있으려 했다. 잠시 후, 외숙모는 금쪽이와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거짓말하는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진심어린 걱정과 따뜻한 말을 건네는 외숙모의 호소에 금쪽이도 숙연해졌다. 엄마가 배워야 할 대화법이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를 파악했다. 금쪽이는 돈이 필요한 아이다. 왜 필요할까? 금쪽이에게 돈은 어떤 의미일까? 바로 관계 시작의 중요한 수단이다. 금쪽이는 사람과 어울리는 게 특히 중요한 아이인데, 돈으로 수월하게 시작했고 이미 학습되어 버렸다. 다만, 주의력이 부족한 탓에 상당히 충동적으로 행동했다. 그것이 매번 들통나는 뻔한 거짓말의 이유였다.
"난 자신감이 너무 없어. 난 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 (금쪽이)
사실 금쪽이 못지 않게 엄마도 충동적인 편이었다. 특히 감정적 표현에 있어 그러했다. 오은영은 부정적 감정 표현이 빠르면 원래 마음보다 더 많이 표현하기 마련이라 설명했다. 또, 감정적 교감이 중요한 금쪽이 입장에서 표현이 거친 엄마 때문에 섭섭했을 것이라 덧붙였다. 금쪽이는 자존감마저 흔들리고 있었다. 자꾸만 작아지는 마음을 감추려 엉뚱한 방법으로 인기를 얻고자 했던 것이다.
금쪽처방은 '3ㆍ2ㆍ1 피노키오 법칙'이었다. 오은영은 거짓말의 원인인 충동성을 낮추기 위해 말하기 전에 3초 동안 생각하기를 실천해 보라고 제안했다. 또, '투명 용돈함'을 만들어 시각적인 효과로 돈을 관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용돈 기입장을 작성해 합리적으로 돈을 사용하는 습관을 쌓도록 했다. 엄마는 취조형 엄마에서 대화형 엄마로 바뀌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변화는 쉽게 오지 않았다. 용돈함이 자꾸만 비어가자 엄마는 금쪽이를 불러 대화를 나눴다. 엄마는 황당한 변명을 하는 금쪽이 때문에 기가 찼지만, 이전처럼 화를 내거나 큰소리 치지 않았다. 취조를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말로 달래고 어루만졌다. 처음에는 고집을 부렸던 금쪽이도 그런 엄마에게 점차 반응했다. 엄마의 달라진 훈육과 대화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쪽이는 새벽부터 일을 시작한 아빠를 따라나섰다. 일하는 아빠를 신기한 듯 바라봤다. 아빠의 일터를 견학하고 직업을 체함한 금쪽이는 소중하게 번 돈의 가치를 익힐 것이다. 오후에 엄마와 합기도장을 찾은 금쪽이는 자존감을 찾고 엄마와 친밀감을 쌓아나갔다. 또, 더 이상 돈으로 친구들의 환심을 사지 않았다. 마음으로 다가가려 노력했다. 애정을 자양분 삼아 금쪽이가 자신감을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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