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 아빠가 지난 10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았다. 영상 속의 금쪽이는 앙상하게 야윈 모습이었는데, 병원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절규했다.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금쪽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구토 증세를 보였는데, 응급실을 가도 진정되지 않았다. 증상은 6세부터 시작됐고, 무려 9년 동안 반복되고 있었다.
건강 문제로 중학교를 휴학 중인 금쪽이는 또래보다 늦게 하루를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금쪽이는 약부터 복용했다. 위장 보호자, 역류성 식도염약, 식용 촉진제, 영양제, 유산균 등 그 종류도 많았다. 엄마는 너무 마른 금쪽이가 걱정돼 식사를 권했지만, 금쪽이는 토할까 봐 먹기를 거부했다. 잠시 후, 금쪽이는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다며 힘겨워했다.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날 오후, 엄마와 함께 졸업한 초등학교에 들른 금쪽이는 다시 초등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는 바람을 꺼냈다. 왜 초등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걸까. 엄마는 중학교 조기 복학을 제안했고, 금쪽이는 중학교는 싫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엄마는 금쪽이가 이대로 학업을 멈출까 불안한 듯했고, 금쪽이는 꾀병이 아니라며 까칠하게 대응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는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엄마가 이토록 학교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은영 박사의 질문에 엄마는 생활 환경을 바꿔주면 좋을 것 같다는 전문의의 소견에 6학년 2학기 때 시골의 작은 학교로 전학을 보냈던 일을 얘기했다. 그럼에도 구토 증상은 멈추지 않았다. 엄마는 학교 결석이 습관이 될 것 같아 금쪽이가 토를 해도 학교에 보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금쪽이를 위해서였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금쪽이의 건강은 정확히 어떤 상태일까. 의사는 '바렛 식도(지속적인 위산의 역류로 식도와 위 경계 부위에서 식도 조직이 위 조직처럼 변화는 현상)'라고 진단하며, 심해지면 2차적인 문제(암)로 진행될 수 있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금쪽이는 신장 156cm, 체중 37kg으로 중학교 1학년 남학생 평균(160.3cm, 54.4kg)에 비해 심각한 저체중이기도 했다.
증상 기간은 4세(34개월)부터 14세까지 총 11년에 달했다. 언급된 병명은 장염, 원인 불명의 구토, ADHD, 주기성 구토증, 역류성 식도염, 자폐 스펙트럼, 바렛 식도 총 7가지였다. 금쪽이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금쪽이가 느끼고 있는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첫 구토를 시작한 상황부터 언어 지연 등 다양한 증상들을 꼼꼼하게 짚어나갔다.
한편, 금쪽이는 엄마와 버스 여행을 나섰다. 유독 버스를 좋아하는 금쪽이를 위한 외출이었다. 출발점에서 종점까지 가는 루틴이었다. 종점에 도착한 후에는 텅 빈 버스에서 기념 사진까지 찍었다. 놀이공원에 온 듯 혼자 신난 모습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금쪽이에게 아빠는 글씨 연습을 제안했다. 소근육이 발달되지 않아 연필 잡는 것도 힘들어 했기 때문에 꾸준한 연습이 필요했다.
하지만 금쪽이는 이를 거부했고, 한숨을 쉬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겨우 책상에 앉는가 싶더니 갑자기 호흡이 거칠어졌다. 답답했던 아빠는 잔소리를 시작했고, 엄마까지 달라붙었다. 금쪽이는 나름대로 애썼지만, 계속되는 지적에 한계를 느끼는 듯했다. 금쪽이는 고통을 호소했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엄마 아빠가 옆에서 아무리 마사지를 해도 금쪽이의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꾀병'이라는 단어가 계속 등장하고 있어요. 괴병은 증상을 표현함으로써 이득이 생겨요. 그런데 금쪽이는 꾀병은 아니에요." (오은영)
공부가 하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는 것일까. 오은영은 꾀병이 아니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다만, 신체적 기능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자폐 스펙트럼'으로 이어졌다. 금쪽이는 버스와 노선 등 특정 사물 집착했고, 대화 시 눈맞춤을 어려워했다. 오은영은 의학적 기준의 자폐 스펙트럼이라 보기 어렵지만, 사회적 발달의 저하가 관찰된다고 진단했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어떨까. 관찰을 위해 금쪽이에게 또래보다 나이가 많은 형을 소개해주고 대화를 지켜봤다. 오은영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사회적 대화의 핵심은 '쌍방향 소통'인데, 금쪽이는 그 부분을 어려워했다. 오은영은 사회적 이해력 부족이 학업과 또래 관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그 스트레스가 구토로 이어졌을 거라 추론했다. 금쪽이에게 학교는 마치 미로와 같았을 것이다.
다음 날, 오후 9시부터 시작된 구토가 새벽까지 계속됐다. 원인을 알고 싶은 엄마는 제작진에게 촬영을 요청했다. 구토는 12시간째 이어졌다. 금쪽이의 몸에는 온통 생채기가 생겼다. 괴로웠던 금쪽이가 몸에 상처를 낸 것이다. 금쪽이는 고통을 견디려 온몸을 쥐어뜯었다. 몸부림은 점점 더 심해졌다.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웠다.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이런 얘기 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요. 스트레스에 따라 증상이 심해지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근데 이 아이가 사회적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걸 꼭 기억하셔야 할 것 같아요." (오은영)
금쪽이는 대화 속 미묘한 의미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금쪽이에게 세상은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이였으리라. 당연히 불안 상태, 그것도 매우 심각한 불안 상태였다. 금쪽이의 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은 바로 '공부'였다. 엄마 아빠가 공부를 중요하게 여기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금쪽이가 공부를 잘해야 안심하는 아이였다.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초등학교에 가서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까닭도 그 때문이었다. 부모가 과하게 공부를 시키지 않아도 금쪽이는 과하게 받아들였다. 오은영의 금쪽 처방(생존 솔루션)은 '당분간은 공부 멈춤 선언을 하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몸과 마음의 건강이기 때문이다. 오은영은 강력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선언을 하라고 조언했다.
두 번째 금쪽 처방은 사회적 이해도와 경험이 낮은 금쪽이를 위한 '사회적 생존 솔루션'이었다. 오은영은 신체와 건강의 생존도 있지만, 사회적 상황의 생존과 성장 또한 중요하다며 새로운 경험을 쌓아나가도록 도와주라고 조언했다. 잠시 후, 오은영은 자신이 태어나지 않았으면 엄마 아빠가 더 행복했을 거라고 자책하는 금쪽이에게 부모는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하는 거라는 얘기를 들려줬다.
다음 날, 엄마 아빠는 파란 박사를 가지고 와 책장 속의 문제집을 담기 시작했다. 공부 멈춤 선언을 위한 과정이었다. 금쪽이는 문제집을 찢어버리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었고, 엄마는 금쪽이와 함께 문제집을 찢으며 그 마음에 공감했다. 학교 공부와 거리를 둔 대신, 균형 잡힌 일상을 위한 규칙을 만들어 나갔다. 집안일에 참여하며 소근육 발달은 물론 삶의 지혜를 배워나갔다.
또, 아파서 놓쳐왔던 소소한 일상들을 찾아나갔고, 다양한 경험으로 확실한 성취를 찾아나갔다. 스트레스가 줄어들자 금쪽이의 구토도 멈췄다. 일주일 째 구토가 멈추자 솔루션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어릴 때부터 병원 생활을 하느라 타인과 교류할 기회가 적었던 금쪽이에게 또래와의 사회적 경험을 늘리는 시간을 제공했다. 타인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대화 연습도 시작했다.
금쪽이는 점차 식욕을 회복했고, 뭄무게도 2kg이나 늘었다. 금쪽이는 확연히 밝아져 있었다. 건강을 회복한 금쪽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토록 바라던 일상을 찾은 것이다. 엄마는 금쪽이의 마음속에 행복이 들어온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원인불명으로 9년째 구토하는 금쪽이의 증상을 해결한 오은영을 통해 '원인'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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