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말과 행동을 하는 금쪽이는 '아스퍼거 증후군'이었다. 정확한 진단명과 '과민성'이라는 원인을 파악하고 나니 금쪽이가 더욱 분명하게 보였다. 엄마의 스킨십은 애정에 근거한 것이었지만, 금쪽이에게는 예측할 수 없는 '자극'이었다. 금쪽이의 공격적 반응은 자기 보호적 태도였다.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게 세상을 받아들이는 금쪽이를 위한 맞춤 솔루션이 필요했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106회에서 오은영 박사는 1:1 코칭에 나섰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진행됐지만, "집에 가야지"라는 말이 금쪽이의 신경을 거슬렀다. 기분이 나빠진 금쪽이는 대뜸 오은영의 손을 물어버렸다. 엄마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금쪽이는 거기서 더 나아가 오은영을 향해 침을 뱉었다. 엄마는 이번에도 가만히 있었고, "왜 침을 뱉었어?"라고 물을 뿐이었다.
"'왜 침을 뱉었어?'가 아니라 '침을 뱉으면 안 돼!'라고 말해주셔야 돼요." (오은영)
오은영은 이유를 불문하고 안 되는 일에는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엄마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카메라 앞이라 긴장했을 수 있고, 올바른 대처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가 가만히 있으면 무엇이 잘못된 행동인지 배울 수 없다. 한번 습득되면 수정이 어려운 금쪽이는 변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올바르게 습득시켜야 한다.
화가 잔뜩 난 금쪽이는 오은영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오은영은 단호하게 제압하며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훈육을 받아들이지 못한 금쪽이는 괴성을 지르고 험한 말을 내뱉었다. 금쪽이가 보이는 행동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금쪽이가 화내는 게 두려워 비위를 맞춰줬던 엄마와 달리 오은영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오해는 금물이다. 금쪽이는 선천적인 특성상 사람이 주는 자극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사람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어려운 것이다. 침을 뱉은 행동도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주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단지 공격적 행동의 일환이었다. 사람이 주는 자극을 감당하지 못할 때 튀어나오는 공격적 반응이다.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기에 시급한 치료가 필요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약물 처방과 금쪽처방을 병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
지난 2주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다시 스튜디오에 출연한 아빠는 금쪽이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무엇보다 금쪽이가 '감정'을 이해하게 된 점은 고무적이었다. 이 변화에는 담임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와 같은 반 친구와 학부모등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신애라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인용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우선, 금쪽이를 위한 학교 적응 훈련이 시작됐다. 학교 측으로부터 책상을 빌려서 집을 학교처럼 꾸몄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경우 낯선 공간에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반복 학습이 필요하다. 가방 걸기부터 사소한 책상 정리, 수업 시간, 우유 급식 반납 등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을 리허설했다. 엄마 아빠는 매일같이 적응 훈련을 직접 도왔다.
드디어 실전에 나설 차례였다. 금쪽이는 전과 달리 수업 시간에도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제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또, 급식실에서도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원하지 않는 음식이 나오자 "스파게티에 소스를 빼주세요."라고 예의를 갖춰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했다. 모두 집에서 연습한 결과였다. 180도 달라진 학교 생활에 지켜보는 이들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은영은 특급 칭찬을 해주고 싶다며, 금쪽이와 같은 반 친구들과 학부모, 그리고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에게 공을 돌렸다. 또, 열과 성을 다한 금쪽이 엄마 아빠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모의 사랑, 그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칭찬은 금쪽이에게 향했다. 금쪽이는 하나를 가르치면 굳건히 배웠고, 배운 대로 행했다. 변화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렇다면 금쪽이에게 자신의 진단명을 알려줘야 할까. 알려준다면 언제가 좋을까. 아빠의 질문에 오은영은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일정한 나이가 되고 본인이 정확히 알고 싶어 할 때는 알려주는 게 맞지만, 어린 나이에는 진단명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섣불리 진단명을 알려주면 잘못된 편견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어서 오은영은 지나친 외출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조언도 건넸다. 외부 자극이 많고 다양할수록 금쪽이가 쉽게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같은 장소에서 반복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말을 들은 아빠는 매주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고자 잦은 외출을 했던 것을 반성했다. 또, 오은영은 실제 대화가 어려울 때는 편지를 써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조언했다.
한편, 금쪽이는 다리에 있던 딱지가 떨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친구와 보건실로 향했지만, 극도로 예민한 상태였다. "응급 처지 하지 마세요!"라며 완강히 거부했다. 치료를 위해 설득에 나섰지만, 금쪽이는 괴성을 지르며 예전 모습을 보였다. 학교에서 금쪽이를 케어하고 있는 아빠가 이를 제지했고, 집에 가서 씻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예전보다는 발전된 모습이었다.
결국 집에서 보건소 상황을 복습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금쪽이는 구급상자를 보자마자 소리를 질러댔다. 엄마의 차분한 설명은 겁을 잔뜩 먹은 금쪽이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금쪽이는 아무 말이나 내뱉었고, 삐딱한 태도를 보였다. 말씨름 탓에 보건실 상황 재현은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엄마의 계속된 추궁에 금쪽이는 독한 말을 했고, 모든 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했다.
오은영은 다친 상황도 리허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흥분이 가라앉은 후, 연고를 아빠에게 발라보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다음에는 스스로 안 다친 부위에 연고를 발라보게 해서 조금씩 익숙해지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음을 이해해야 했다. 또, 훈육 시에는 한 가지만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번 말하면 오히려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사님 미안해요. 그동안 폭력을 해서요. 미안해요. 폭력을 쓰지 않을게요." (금쪽이)
잠시 후, 스튜디오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금쪽이였다. 밝은 미소와 함께 나타난 금쪽이는 일전에 오은영의 손을 깨문 일에 대한 사과의 편지를 전달했다. 쑥쓰러워 편지를 직접 읽지는 못했지만, 그 마음만큼은 고스란히 전달됐다. 오은영은 보너스 금쪽처방을 꺼냈다. 촉감과 청각에 특히 예민한 금쪽이의 감각 반응을 진정시키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우선, 생활 속 소리 자극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소리 자극을 경험시켜 줄 것을 권유했다. 미리 경험해두면 갑작스러운 자극을 줄일 수 있다. 아빠는 생활 속의 다양한 소리들을 녹음해 금쪽이와 퀴즈 시간을 가졌다. 또, 검은 상자를 준비해 그 안에 물건을 넣어두고 금쪽이가 손의 감각만을 이용해 무엇인지 맞춰보게 했다. 직접 만지고 익히면서 낯서 녹감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나갔다.
금쪽이는 엄마 아빠의 피나는 노력을 통해 장족의 발전을 이뤄냈다. 중간 점검을 위한 장보기 미션을 가뿐하게 성공했다. 물론 난관도 있었다. 엄마와 캐치볼을 하던 중 공에 맞아 폭력성을 보인 것이다. 속상한 마음에 거친 말을 내뱉었지만, 엄마는 단호히 훈육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금쪽이는 스스로 안정을 되찾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자신이 잘못을 처음 얘기한 것이다.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다. 금쪽이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있게 됐고, 돌발 상황들에서도 학습된 경험을 통해 무난히 대처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외로웠던 금쪽이에게도 단짝 친구가 생겼다. 또, 같은 반 학부모들은 부모의 마음으로 따뜻한 온기가 되어 주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무려 100명이 솔루션에 참여했다.)이 금쪽이를 위한 '동네'가 되어주었다. 덕분에 금쪽이는 오늘도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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