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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무기력증'에 빠진 금쪽이, 원인은 부부 싸움에 있었다

너의길을가라 2022. 7. 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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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8세, 6세 두 딸을 키우는 부부가 출연했다. 10살 차이의 부부(남편이 연상)는 어떤 고민이 있어 오은영에게 도움을 요청한 걸까. 신애라와 장영란은 '부부 관계'에 포커스를 맞춰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 이유는 나중에 밝혀졌다. 아빠는 둘째가 태어나면서 집안일을 손에서 놓았다. 또, 부부는 소소한 일상에서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금쪽이(8세)는 왁자지껄한 교실 속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수업 도중에 자리를 이탈했고, 문밖을 수시로 확인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은영 박사는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1학년의 입학 적응 기간을 한 달로 보는데, 그 이후에도 어려움이 있다면 이유를 꼭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쪽이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까.

금쪽이의 일상을 아침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유치원 준비를 혼자 마친 동생과 달리 금쪽이는 밍기적거렸다. 엄마가 옷을 준비해줬지만 '싫다'고 거부했다. 등교 준비는 점점 지체됐다. 금쪽이는 모든 움직임이 느렸다. 엄마가 빨리 걷자고 제안해도 금쪽이는 여유만만이었다. 일주일에 4~5번 지각할 정도로 늦는 게 일상이었다. 엄마는 매번 금쪽이를 끌고가다시피 해야 했다.

금쪽이는 수업시간에도 집중은커녕 계속 딴짓만 했다. 수업 도중에 일어나 느닷없이 사물함 정리를 하고, 기침을 하는 친구에게 다가가 코로나에 걸렸냐며 대화를 나눴다. 예상할 수 없는 돌발행동들이 이어졌다. 점심 시간에는 좀 다르지 않을까. 이상하게도 금쪽이는 여느 아이들처럼 즐거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혼자 남아 식사를 마쳤다. 문제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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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은 금쪽이가 '소아 무기력증'이 의심된다며 몇 가지 특징들을 언급했다. 금쪽이는 온종일 웃지 않았고, 외로워 보이고 시무룩했다. 또, 전반적으로 축 늘어져 있고 혼자 동떨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무기력증이란 신체적·정신적 작업에 대한 에너지 및 동기 부여 부족과 관련된 피로 상태를 뜻하는데, 쉽게 말해 에너지가 없고 흥미가 없는 상태이다. 금쪽이의 무기력함은 심각한 문제였다.

아이들이 무기력증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은영은 크게 3가지 예를 들었다. 첫째, 부모가 아이에게 완벽한 성과를 요구할 때 아이들은 버거워하게 된다. 둘째, 아이의 실패가 안쓰럽다는 이유로 부모가 모든 걸 대신 해줄 때이다. 셋째는 부부 사이가 안 좋을 때이다. 집안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밝은 에너지를 내기 어렵고,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 눈치를 보느라 무기력해진다.

엄마와 두 딸의 외식을 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엄마가 잠깐 자리를 비우자 금쪽이는 고새를 못 참고 휴대전화를 만졌다. 엄마가 이를 제지하자 심한 말까지 하며 자리를 이탈했다. 잠시 후, 엄마가 나타나 휴대전화를 빼앗자 금쪽이는 대성통곡했다. 각은 시각, 둘째는 옆 테이블의 아기들에게 다가가서 거침없이 만졌다. 머리를 쿡쿡 찔기까지 했다. 아기 부모의 따가운 눈총에도 아랑공하지 않았다.


다른 테이블로 옮긴 둘째는 이유없이 발길질을 하고, 아기를 보여달라고 졸랐다. 의자 위에 올라가거나 바닥을 기어다니는 등 보란 듯 위험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둘째는 "우리 엄마는 계쏙 날 괴롭히고, 우리 언니도 그래."라며 신세 한탄을 했다. 초면에 별말을 다 했다. 그러더니 다시 아기를 찾았다. 자리에 좀처럼 앉아 있지 않았다. 금쪽이 동생은 왜 이러는 걸까.

오은영은 금쪽이 자매에게 세 가지가 없다면서 질서와 학습, 조절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붙임성이 좋아보이지만 눈치가 없어서 상대가 싫어하는 걸 알 만한 나이에 본인이 원하는 행동만 고집했다. '애정 결핍'이 있어 보였다. 금쪽이와 동생 모두 정서적 구멍이 있었다. 오은영은 동생이 과한 친화력이나 첫째의 무기력함은 애정결핍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쪽이 자매의 정서적 허기는 무엇 때문일까. 그 원인은 키즈카페 나들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빠는 문을 열고 들어가기도 전에 피곤하다며 김을 뺐다. 아빠는 동생과 엄마는 금쪽이와 따로 시간을 보냈다. 얼핏 보면 다른 가족처럼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금쪽이가 안전벨트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아빠가 도와주려 하자 엄마는 스스로 하라며 짜증을 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랭해졌다.


결국 아이들 앞에서 부부 싸움이 시작됐다. 금쪽이와 둘째는 싸우지 말라며 엄마 아빠를 말렸다. 상황을 중재하려고 앞좌석까지 몸을 내민 둘째를 발견한 엄마는 성질을 내며 아이를 뒤로 밀었다. 위험하다는 이유 때문이었지만 다소 거친 행동이었다. 둘째는 울음을 터뜨렸고, 아빠는 그런 엄마가 불만스러웠다.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참다못한 금쪽이는 싸우지 말라며 절규했다.

이렇듯 싸움은 시도때도 없었다. 야식을 시켜먹다가도 생활비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졌다. 금쪽이는 필사적으로 두 사람을 말렸지만, 엄마는 그런 금쪽이에게 호통을 쳤다. 엄마는 봇물처럼 아빠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생황비가 부독하다는 얘기였다. 아빠는 엄마의 낭비가 심하다고 생각했다. 싸움은 점점 과열됐고, 아이들은 안절부절 못했다. 말리는 딸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아빠는 "내가 죽고 없다고 생각을 해"보라고 말했다. 엄마는 "그 상황이 되면 애들을 누구한테 맡기겠지"라고 대답하자 아빠는 "고아원에 맡기든가."라고 맞받았다. 전혀 어른스럽지 못한 대화였다. 서슴없이 이혼 이야기가 오갔고, 아이들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고스란히 듣고 있었다. 금쪽이는 "나쁜 말로 하면 마음이 아프단 말이야."라며 눈물을 흘렸다.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부부 싸움 후 엄마는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갔고, 아이들은 엄마가 아예 집을 나간 줄 오해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아빠에게 찾아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라고 사정했다. 불안함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엄마한테 전화를 하면 자신이 평생 집에 들어오지 않을 거라며 아이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금쪽이 자매는 애달프게 애원했지만 아빠는 끝내 요지부동이었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했던 그날, 얼음처럼 차갑게 얼어붙은 집에서 아이들은 어떤 밤을 보냈을까. 금쪽이는 동생 곁에 누워 자신보다 더 불안해하는 동생을 안심시켰다. 엄마가 돌아오고 있다며 밤늦게까지 동생을 다독였다. 자신도 두렵고 무서웠을 텐데, 언니로서 동생을 지켜주려 애쓴 그 마음이 안쓰럽기만 했다. 어른보다 더 어른다운 어린 금쪽이를 보며 스튜디오는 울음바다가 됐다.

"이 아이가 집을 떠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학교를 마음 편히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혹시 집에 갔는데 엄마가 없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오은영)

오은영은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에너지가 소진되므로 정작 필요할 때 기진맥진해진다면서 금쪽이가 학교에서 무기력하게 지내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불안한 마음에 학교를 마음 편히 갈 수 없었을 거라고 덧붙였다.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였고, 불안함에 매사 흥분되고 들떠있었다. 금쪽이 자매가 보이는 문제는 모두 가정 불화로 인한 문제였다.


부부 싸움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부부싸움은 자녀의 소뇌 발달을 저해하고(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 스트레스 호르몬이 상승하면 과식, 폭식으로 비만 가능성이 높아진다(미국 로체스터 대학교). 또, 부부 싸움이 잦은 집의 자녀는 얼굴이 변하기도 한다. 공격성이 높아지고 테스토스테론이 더 분비되면서 얼굴 형태가 우락부락해진다는 것이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

오은영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만약 금쪽이만의 문제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아이들은 기능 발달이 계속 성장 중이기 때문에 원인을 찾아서 노력하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지만, 문제의 근원이 부모에게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은영은 부모가 아주 뼈저리게 깨닫지 않으면 악순환이 고착될 수 있고, 그 결과가 자녀의 성장에 끊임없이 영향을 준다며 우려를 표했다.

"사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은데.. 지금은 가난한 딸 같아요." (금쪽이)

오은영은 결혼 생활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을 물었다. 엄마는 둘이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은영이 도움이 절실했다고 대답했다. 아빠는 생각이 바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아빠와 엄마가 '평범한 가정'을 꿈꾸며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인다는 점이었다. 여전히 감정의 골이 깊지만, 금쪽이 자매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은영의 금쪽 처방은 '부부 회복 프로젝트'였다. 아이들에게 무서운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집을 따스하고 포근한 공간으로 바꿔주기 위한 선결 조건은 엄마 아빠의 관계 회복이었다. 두 사람은 '임종 체험'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가상의 죽음을 체험하며 지난 삶을 반성하고, 어그러진 부부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엄마 아빠는 관계 회복을 위해 '매일매일 스킨십' 솔루션을 이행했다. 금쪽이의 도움을 받아 게임을 하며 다정한 교감을 나눴다. 이전과 다른 엄마 아빠의 웃는 모습에 금쪽이의 가난했던 마음도 점차 풍요로워졌다. '스킨십 운동'을 통해 부부는 한층 더 가까워졌다. 이를 지켜보는 자매도 행복해했다. 부부 관계가 어느 정도 개선된 후에는 금쪽이 자매를 위한 솔루션도 진행됐다.

무질서, 무학습, 무조절의 3무를 바꿔나가야 했다. 규칙을 만들어 지키는 연습을 했고, 게임을 통해 재미있게 익혀나갔다. 작은 규칙부터 시작해 생활 속 다양한 질서를 배웠다. 또, 남은 시간을 볼 수 있는 타이머를 설정해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을 익혀나갔다('지킴이 시계'). 훈련의 성과는 금세 나타났다. 금쪽이는 이제 수업에 늦지 않고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매번 미폐로 귀결됐던 외식의 경험을 바꾸기 위해 금쪽이네는 집에서 미리 연습을 했다. 세 가지 규칙(다른 테이블에 함부로 가지 않기, 허락 없이 아기 만지지 않기, 가족 모두 식사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을 세웠고, 연습의 결과 이전과 달리 평온하고 행복한 외식을 할 수 있었다. 결국 부부의 행복한 모습이 최고의 자녀 교육이라는 명제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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