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금쪽같은 내새끼' 톺아보기

'황혼 육아' 모녀의 갈등, 오은영은 최초로 금쪽이를 바꿨다

너의길을가라 2022. 8. 13. 18:21
반응형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황혼 육아'의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자녀를 다 키우고 느긋하게 삶을 즐겨야 할 세대가 자식들을 위해 이번에는 손주들을 돌보는 육아 전쟁에 투입됐다. 이른바 '할마', '할빠'가 등장한 것이다. 지난 12일 방송된 채널 A <금쪽같은 내새끼>도 같은 케이스였다. 스튜디오에는 7세, 6세, 5세 삼남매 엄마와 황혼 육아 중인 70세 할머니가 등장했다,

할머니는 프리랜서 쇼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딸의 요청에 2년짜리 육아 계약을 맺고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황혼 육아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모녀의 가장 큰 고민은 '금쪽이(막내)의 떼쓰기'였다. 과연 어느 정도이기에 오은영에게 도움을 요청한 걸까. 이른 아침, 엄마의 출근 소식을 들은 금쪽이는 폭풍 오열했다. 출근하는 엄마를 븉잡고 대성 통곡했다.

엄마 입장에서 마음이 아픈 일이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맞벌이 엄마들의 출근은 이처럼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얼룩져 있다. 금쪽이의 울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할머니가 갖은 수를 써도 소용 없었다. 아파트 놀이터로 데려나가 진정시키려 했으나 금쪽이는 그네를 타면서도 엄마를 찾았다. 이런 식으로 한번 울기 시작하면 1시간 동안 지속됐다.

이제 좀 진정됐나 싶었는데, 금쪽이가 갑자기 낯선 아저씨(유모차를 끌고 나온 동네 주민)에게 다가가는 게 아닌가. 말을 걸고, 과자를 건네고, 놀아달라고 보챘다. 할머니가 불러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저씨 뒤만 쫓아갔다. 네 살 금쪽이에게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할머니는 금쪽이를 찾아 번쩍 안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좀더 놀고 싶었던 금쪽이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반응형



"금쪽이는 정말 미운 네 살 떼쟁이일까요?" (오은영)



오은영 박사가 이렇게 질문할 때는 다른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금쪽이는 32개월, 만 3세도 안 된 아이이다. 엄마가 밖을 나가면 울기 마련이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반응은 아이들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금쪽이가 '정서적인 아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기분이 좋을 때도 행복이 최대치, 속상할 때의 울음도 최대치였다.

할머니 육아에는 사랑이 가득하지만, '감정 수용'이 빠져 있었다. 집에서 그 누구도 감정 반응을 해주지 않으니 금쪽이의 속상함이 폭발한 것이다. 금쪽이가 낯선 아저씨를 쫓아간 이유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효율적인 일 처리를 위해 네 살 금쪽이의 시선에 맞춰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놀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사전 규칙 설명이 필요하다.

한편, 오은영은 모녀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문제를 발견했다. 둘째가 할머니와 옷 실랑이를 벌였다. 엄마는 아이가 입고 싶은 걸 입히라고 훈수를 뒀다. 할머니는 엄마 탓에 아이들의 투정이 늘었다며 한마디했다. 엄마는 어렸을 때 옷조차 할머니 취향을 강요받았던 기억 때문에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해명했다. 육아관이 다른 엄마와 할머니의 갈등 장면이었다.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번 개인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엄마는 할머니에게 계속 전화를 하며 이것저것 물었고, 급기야 빨리 들어오라는 신호까지 보냈다. 할머니는 하루도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육아 휴일은 없었다. 오은영은 엄마가 할머니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편이라고 지적했다. 육아를 거의 전담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건 타박뿐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알아줄 것을 당부했다.

육아 휴일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곧바로 식사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아이들의 식습관을 두고 또 다시 논쟁이 벌어졌다. 딸과 할아버지가 합세해서 할머니에게 핀잔을 줬다. 결국 참다못한 할머니는 "그럼 네가 키워!"라며 소리쳤다. 서운함이 폭발한 것이다. 황혼 육아보다 견디기 힘든 건 딸의 무관심이었으리라. "내가 너희 집 식모냐?" 뒤돌아선 할머니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금쪽이를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오은영)

그냥 넘기기 어려운 모녀 갈등을 목격한 오은영은 결단을 내렸다. 31개월 떼쟁이 막내에서 39세 엄마로 금쪽이를 변견한 것이다. 관찰 결과, 아이들은 큰 문제가 없었다. 첫째와 둘째는 순한 편이었고, 막내의 떼는 만 3세 아이의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건 모녀의 관계 회복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줄 게 뻔했다.  

잠시 후, 1년 동안 쌓여왔던 모녀의 감정이 폭발했다. 할머니의 실수로 첫째가 현관문에 손을 찧자 예민해진 엄마는 할머니를 타박했다. 또, 할머니는 외출에서 돌아온 후에는 목욕부터 시킨다는 철칙을 지키려 했고, 엄마는 밥을 먹이고 씻기면 된다고 맞섰다. 두 사람의 말에는 가시가 돋아 있어 서로 계속해서 상처를 주고 받았다. 오은영이 말마따나 '칼의 대화'였다.

엄마는 유난히 감정 수용이 중요한 사람이라 감정이 거부된 상황에서 항상 폭발하는 패턴을 보였다. 반면, 할머니는 딸의 서운한 말들에 지적을 받는다고 여기고 발끈했다. 생떼 이면의 아이들 감정을 살펴보길 바라는 엄마와 책임감이 건들여져 불쾌한 할머니의 갈등은 좀처럼 해소되지 못했다. 합의점이 없이 평행선을 달릴 뿐이었다. 결국 할머니는 '황혼 육아 종료'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오은영은 전후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 장면을 보면 사람들이 엄마 욕을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였다. 오은영은 엄마에게 친정 엄마에 대한 뿌리 깊은 서운함이 있는 것 같다고 짐작했다. 함께 지내며 섭섭한 마음이 더욱 커지고, 자식을 통해 어렸던 자신을 마주하며 그 감정들이 폭발한 것이다.

뾰족한 태도에 가려져 있던 엄마의 진짜 마음은 무엇일까. 엄마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다양한 감정을 주고받고 싶었지만, 그런 교감이 적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밥을 먹을 때도 6살 위 오빠 위주였던 차별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상대적으로 예민한 오빠를 신경썼던 할머니에 대한 서운함이었다. 오은영은 엄마가 '의존적 욕구 결핍' 상태라고 진단했다.

오은영은 부모로부터 의족적 욕구 결핍이 생기면 죽을 때까지 채우려고 하는데, 성인이 돼도 부모에게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오은영은 자신은 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에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감사한 것을 당연하게 느끼지는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운한 건 서운한 것이고,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다.


할머니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그는 차별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해명했다. 또, 딸이 성공하는 것 외에 다른 건 바라는 게 없다는 진심을 꺼내놓았다. 할머니는 용기를 내 딸의 손을 잡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의도와 달리 상처를 입은 딸의 마음을 헤아린 것이다. 엄마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토록 바랐던 감정 수용에 마음속의 흉터가 씻겨내려갔다. 진심어린 대화의 효과였다.

오은영은 모녀 관계 회복을 위한 금쪽처방을 제시했다. 우선, 갈등이 있을 때마다 잠시 떨어져 생각할 시간을 가지도록 했다(5분 휴전 모래시계). 잠시 시간을 가진 엄마는 할머니에게 먼저 다가가 고운 말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짜증 대신 부탁을 했다. 할머니는 딸의 입장을 수용했지만 여전히 표정이 어두웠는데,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마음을 다독였다.

할머니는 억양이 센 사투리 대신 표준어로 상냥한 말투를 구사해 보기로 결심하고 연습에 돌입했다. 오은영은 할머니를 위한 육아 팁도 제시했다. 한껏 놀다가 집에 갈 시간이 됐을 때, 아이가 떼를 쓰면 무작정 데려가려고 하지 말고 마음을 공감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런 후 아이들 스스로 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약속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타이머를 설정해 주라고 설명했다.  

할머니와 엄마는 둘만이 여행을 떠나 서로의 마음을 헤아렸다. 엄마는 자신의 속마음을 녹음해 들려주면서 그동안 주지 못했던 용돈도 챙겼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를 하고도 딸을 위해 황혼 육아에 뛰어든 할머니도 딸의 진심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애써도 다 갚지 못한 부모의 그 사랑이 주는 감동이 방송이 끝난 후에도 오래 남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