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서재

미나토 가나에, 『야행관람차』

너의길을가라 2013. 2. 2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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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고백>의 작가 미나토 가나에가 선보이는 이색적인 가족소설 『야행관람차』. 작가 특유의 매혹적인 서술을 살린 작품으로, 개인에서 나아가 '가족'과 '사회'로 예리한 관찰력을 확장시켰다. 도쿄의 고급 주택가에 마주한 두 채의 집. 한쪽에는 의사 아버지에 아름다운 어머니, 의대생 큰아들, 유명 사립학교에 다니는 딸, 어머니를 빼닮은 막내아들로 이루어진 다카하시 가족이 산다. 다른 집에는 무능한 아버지, 묵묵히 참기만 하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딸로 이루어진, 언제나 싸움 소리가 끊이지 않는 엔도 가족이 산다. 그리고 무더운 어느 여름밤, 엔도 가족이 아닌 다카하시 가족의 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는『N을 위하여』라는 작품을 통해 이미 한번 소개를 해드렸었죠? 『야행관람차』는 미나토 가나에의 일련의 작품들, 그 흐름 속에서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고백』, 『속죄』 등 그의 작품은 '악(惡)'을 뛰어넘어 '극악(極惡)'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라고나 할까요? 


기존의 그의 작품 들에서는 '악'은 처단되고 응징되어야 하는 대상에 불과합니다. 나이와 관계 없이 말이죠. 하지만 『야행관람차』에서부터는 그 흐름이 조금 바뀝니다. 위에서 인용했듯이, '개인'에서 '가족'과 '사회'로의 확장.. 그리고 '용서'라는 관점에서 '사건'들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작가의 의도된 집필 과정일까요, 아니면 작가의 성장일까요? 


사실 이러한 흐름은 미나토 가나에의 것만은 아니죠. 일본의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와 같은 과정을 겪는 것 같습니다. 개인으로부터 사회로 확장, 응징과 단죄에서 용서와 화해로의 이행.. 어쩌면 작가들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은 '성장 과정'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는데요. 살아가다 보면.. 나의 문제, 나의 아픔, 나의 고통.. 오로지 '나 자신'만 보던 인간이 어느덧 시선을 타인에게 맞추기 시작하는 단계가 오죠? 너의 문제, 너의 아픔, 너의 고통을 인지하기 시작하고.. 그것이 단지 너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사회의 구성원 모두의 것일 수 있겠다.. 그런 거죠. ^^*


주제적인 측면은 그러하고.. 서술적인 측면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등장하고, 그 사건이 다양한 화자들의 관점에서 기술되고.. 그 관점들이 모이면서 하나의 사건의 실마리가 풀려가는 미나토 가나에의 특유의 서술기법은 『야행관람차』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아, 드라마로도 제작됐네요. 올해 초부터 방영이 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1.


이렇게 타인을 비방하는 사이에도 다음에는 자기가 가해자나 그 친척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어째서 생각하지 않는 걸까?




2. 


진상은 단 하나. 애도한 상대도, 책망할 상대도, 위로할 상대도 전부 가족이라는 사실. 그 뿐이다.


3.


"언덕길 병."

아야카가 불쑥 중얼거렸다.

"평범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 이상한 곳에서 무리해서 살면 점점 발밑이 기울어지는 것처럼 느끼가 돼. 힘껏 버티지 않으면 굴러 떨어지고 말아. 하지만 의식하면 할수록 언덕의 경사는 점점 가팔라져……. 준코 아주머니는 이미 한계였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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