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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과 다른 전원생활, 강형욱이 '만나고 싶지 않은 이웃'이라 한 까닭

너의길을가라 2021. 12. 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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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베르만(정식 명칭은 도베르만 핀셔)는 윤기 나는 근육질 몸매가 특징이다. 뾰족한 귀나 짧은 꼬리를 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미용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자른 것이다. 최근에는 의료 목적이 아닌 단이(斷耳)·단미(斷尾) 수술은 동물 학대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귀를 세우는 과정은 개의 입장에서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지양해야 할 일이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고민견으로 등장한 도찌(수컷, 16개월)는 전원 주택에서 보호자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부부 보호자는 파양을 당해 애견 호텔에서 임시보호 중인 도찌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다. 어차피 마당도 넓어 키우기에 수월할 것 같아 데려오기로 결정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전원 생활에 대한 로망과 직접 맞닥드린 현실은 달랐다.

카메라에 포착된 도찌는 갑자기 마당을 가로질러 뛰쳐 나갔다. 날카로운 짖음이 시작됐다. 담장 아래 쪽에 도찌를 흥분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바로 아랫집 강아지 웰시 코기였다. 둘은 양보 없이 서로를 향해 짖었다.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잠시 후, 윗집 개까지 덩달아 짖는 게 아닌가. 온동네가 시끄러워졌다. 강형욱 훈련사는 '저러면 미친다'며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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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소음이죠. 작은 소리만 나도 울타리를 왔다 갔다 하면서 하루 종일 짖어요." (보호자)


무엇보다 큰 문제는 도찌가 짖는 방향이 아랫집의 주방이라 이웃간에 마찰이 일어날까 우려된다는 점이었다. 꾹 참던 아랫집 이웃도 얼마 전 민원을 제기했고, 분쟁을 막기 위해 가림판까지 설치한 상태였다. (물론 가림판은 좀 어설펐다.) 남편 보호자는 옆집 이웃도 편안한 전원 생활을 꿈꾸며 이곳에 왔을 텐데 바로 옆에서 도찌가 계속 짖으니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사연을 보낸 부부 보호자는 개를 키우는 것도 초보였고, 전원생활도 초보인 상태였다. 강형욱은 "개를 밖에서 키우는 걸 상상하고 전원 주택에 오신 분들이 많"은데, 이에 대해 '옳지 않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개는 집 안에서 키우고 마당은 공유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도찌를 집 안에 들이는 것 같기는 한데 왜 밖에 두는지 의문스러워했다.

전원 주택에서 개를 키울 때 장단점은 무엇일까. 먼저 장점부터 살펴보면, 마당 자체가 놀이터가 된다는 점은 큰 이점이다. 또, 자연스러운 실외 배변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반면, 단점은 마당만 믿고 산책을 하지 않게 된다는 걸 들 수 있다. 개의 스트레스는 새로운 자극을 받아야 해소가 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또, 공원이 멀다는 점도 아쉽다.

"도베르만이라는 종을 좀 아셔야 돼요. 이 느낌이라면 보호자님은 조심해야 되겠다라고 생각하셔야 해요. 이 친구들은 한 달 한 달 다릅니다. 곧 사나워질 겁니다. 위협적으로." (강형욱)


강형욱은 또 다른 문제점으로 개를 잘 키우는 이웃을 찾기 힘들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그런 이웃이 주변에 있는 것만큼 도움되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도찌를 직접 만나 본 강형욱은 "어렸을 때는 몰라요. 하지만 (도찌의) 창문이 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곧 공격성 문제를 드러낼 거라고 경고했다. 도찌가 겁이 많다고 여겼던 보호자들은 강형욱의 말에 깜짝 놀랐다.

도찌는 밖에 나가면 다른 개들에게 시비를 걸었고, 말리는 보호자에게 화풀이를 했다. 단순히 겁이 많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강형욱은 도베르만은 대표적인 워킹도그인데, 재능은 탁월하나 문제가 있다며 얘기를 꺼냈다. 그는 최근 훈련 중 물렸다며 다친 손가락을 보여줬다. 워킹도그 훈련사들끼리는 '우린 손가락이 없어.'라는 농담을 한다며 그만큼 키우기 까다로운 견종이라 설명했다.

게다가 도찌는 이미 덩치가 커지고 그만큼 힘이 세지고 있었다. 최근 5개월 동안 10kg 가량 몸집이 불었다. 강형욱은 아직 멀었다며 도찌가 거뜬히 38kg을 넘을 거라고 설명했다. 또, 그리 되면 성인 남성도 제어하기 힘들 거라고 경고했다. 남편 보호자는 실제로 지금 자신의 힘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었다.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모든 반려인에게 말하고 싶은 겁니다. 솔직히 말할게요. 제가 만나고 싶지 않은 이웃이에요." (강형욱)


이어서 강형욱은 전원주태의 잘못된 로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당에 사는 개들이 많다보니 조금이 기척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개를 마당에서 키우는 전원주택이 굉장히 불편하다며, 개를 홀로 마당에 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 산책을 나가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운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형견의 경우 매일 10kg씩 뛰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편 보호자는 좁고 갑갑한 아파트를 벗어나 넓은 마당이 주어졌으니 당연히 행복할 거라 여겼고, 하루에 한 시간씩 산책을 했으니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했다며 안일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그동안 도찌는 거실에 한번도 들어온 적이 없었다. 경계선 앞 방석에서 대기했다. 아내 보호자는 사람의 음식을 먹을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라 해명했지만, 식사를 할 때는 켄넬에 들어가게 하면 될 일이다.

강형욱은 도찌가 실내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선해야 할 일은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도찌가 이 집을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었다. 강형욱은 목줄을 해서라도 거실을 걸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도찌는 버티다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방석을 조금씩 거실 쪽으로 옮겨주었다. 어렵게 거실을 한바퀴 도는 데 성공했다. 한껏 움직임이 경쾌해졌다.

이번에는 마당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도찌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마당으로 나오자 흥분한 것이다. 도찌는 갑자기 목줄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강형욱은 이를 제지하지 않고, 터그 놀이를 제안했다. 신나게 놀아주는 첫 번째 이유는 보호자에게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 이유는 보호자를 믿고 의지하게 돼 다른 개의 짖는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충분히 놀아준 후 '앉아'를 시켰다. 도찌와 규칙을 만드는 과정이다. 하지만 도찌는 앉을 생각이 없었다. 터그로 보상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도찌의 엉덩이를 눌러 앉을 수 있게 도와줬다. 도베르만의 경우 나중에 귀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말로 명령하지 않는 것이라 설명했다. 신나게 놀아주되 멈출 때는 확실히 규칙을 만들어 나갔다.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하는 도찌를 보며 보호자들은 그동안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해 했다. 터그 놀이가 끝난 뒤에도 도찌는 다시 목줄을 물어 뜯으려 했다. 강형욱은 통제에 나섰다. 좀전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그는 만약 터그 놀이를 하지 않았다면 목줄을 무는 걸 못 하게 할 자격이 없지만, 터그 놀이를 했다면 물 수 있는 게 있고 그렇지 않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책 훈련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내용은 간단했다. 텐션이 되면 줄을 당겨 멈추게 하는 것이다. 대신 스스로 멈추면 칭찬했다. 어느덧 도찌는 강형욱에게 집중하며 걷기 시작했다. 보호자들은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격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잦은 짖음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강형욱은 1m 정도 높이의 가림막을 설치하라고 조언했다. 시야에서 가려지면 훨씬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잠깐의 훈련만으로도 도찌는 한결 나아졌다. 습득력이 매우 좋았다. 강형욱은 앞으로 보호자와 믿음을 쌓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전원주택에서의 반려 생활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결국 성숙한 반려 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이웃과 함께 모두 배려하며 노력해야 한다. 강형욱의 말마따나 '만나고 싶지 않은 이웃'이 되지 않으려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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