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214

<아이 캔 스피크>, 배우 나문희라서 가능했던 외침

"i can speak." 나옥분(나문희)는 거듭해서 "나는 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록 대사로서 "i can speak"는 딱 한번 등장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통해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아니, 말하고 있었다. 처음에 그것은 구청을 대상으로 한 '민원'이었다. 8,000건에 달하는 민원 제기 덕분에 '도깨비 할매'라는 별명을 얻었고, 구청 직원들에겐 기피 대상이 됐다. 간단히 말해 '블랙리스트'였다. 동네 사람들을 '대신해서' 말을 했지만, 돌아오는 건 원망과 불평이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비아냥이었다. 다음에는 '영어'였다. 어렸을 때 입양을 가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친동생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나옥분은 영어를 배워야 했다. 절실히 필요했다. 여기에서 명진구청에 발령받은 ..

버락킴의 극장 2017.10.06

<킹스맨: 골든 서클>, 커진 몸집에 비해 허약해진 스토리가 아쉽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섹시한 대사와 "온종일 그렇게 서 있을꺼야? 아님 싸울꺼야?"로 대변되는 유쾌한 액션. 무려 6,129,681명의 관객을 매료시켰던 이 2편인 로 돌아왔다.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영화 속에 녹여냈던 매튜 본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고, 에그시 역의 태런 에저튼은 더욱 성숙해졌다.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에게 죽음을 당했던 해리(콜린 퍼스)도 (억지스러웠지만) 살아 돌아왔다. 이쯤되면 구색은 모두 갖춘 셈이다. 그런데 141분이라는 긴 런닝타임을 '견뎌내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냉정히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만족보다는 실망이 훨씬 크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이른바 '젠틀한 액션'으로 스파이 액션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혔던 이었건만, 2편에서는 '껍데기'만 남은 그저그런 액..

버락킴의 극장 2017.10.06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 그리고 김혜옥.. <더 테이블>을 빛낸 이름들

하나의 공간에 무수히 많은 시간이 흐른다. 시간은 공간 하나를 유심히 살핀다. 그곳이 어느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카페'의 창가 쪽 테이블이라면 어떨까. 먼지는 청소를 하는 주인의 손길에 매일마다 지워질 테지만, '이야기'는 시간만큼 차곡차곡 쌓여 나갈 것이다. 그 이야기를 타이핑 해서 얇은 A4용지에 옮겨 적어 둔다 하더라도 카페의 지붕을 뚫고 나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 어쩌면 이미 달나라에 가 닿았을지 모를 일이다. 흐르는 건 시간뿐이라 그것만 변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시간이 스치고, 머물고, 할퀴고, 엉키고 지나가면 공간도 변한다. 아주 완연히, 그리고 현격히 변한다. 가끔 카페에 가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과 함께 있으므로 대화가 거의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럴..

버락킴의 극장 2017.09.05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질문에 유발 하라리는 어떻게 대답할까?

"이 영화는 로드무비, 전쟁영화, 웨스턴 영화, 대서사적 어드벤처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는 우리가 사랑하는 리더 시저의 정서에 대한 탐색이 자리한다" (제작자 딜런 클라크) 20년 전, 과학자 윌 로드만(제임스 프랭코)은 유전자 치료제 ALZ-112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존 리스고)를 위한 치료약이었다. 결과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했던 월은 임상 시험에서 유인원을 이용했고, 그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지닌 시저(앤디 서키스)가 탄생하게 된다. 인간에게 길러진 시저는 인간에 대한 유대를 바탕으로 신뢰를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인간과는 다른 존재(종)라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유인원들을 데리고 숲으로 들어가 그들만의 사회를 구성한다. 그로부..

버락킴의 극장 2017.08.17

'악녀'일 수 없었던 <악녀> 속 숙희의 슬픈 액션

민망한 일이지만, 최근 영화관에서 깜빡 '조는' 일이 부쩍 늘었다. 순간적으로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일정한 리듬에 고개를 자연스레(?) 맡기는 것이다. 그래도 '코를 고는' 최악의 매너로 영화관을 경악으로 몰고가진 않았으니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혹시 잔잔한 영화 위주로 선택해 감상을 했냐고? 더욱 민망하게도, 실은 그렇지 않다. 놀라지 마시라. 무려 우리의 톰 아저씨(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를 보면서도 졸음을 이기지 못했으니.. 나름대로 영화를 제법 많이 보는 편인데, 이 불가항력의 힘에 무릎을 꿇었던 경험은 극히 적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장르'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아무리 시끌벅적한 사운드와 액션이 쏟아져도 이야기 자체가 단조롭거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 않는 영화에는..

버락킴의 극장 2017.06.24

<대립군>을 위한 변명, 진짜 노무현이 나타났다!

영화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에 '흥행'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 1차(원)적인 지표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아니, '상업 영화'로서 얼마나 많은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 모았는지는 가장 결정적인 성적표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은 '완전히' 실패했다. 현재(6월 7일)까지 누적 관객 수 74만 6,787명.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총 제작비가 110억 원을 넘는 대규모 영화가 얻은 성적이라기엔 너무 처참하다. 이대로라면 순익분기점인 '330만'까지는 까마득해도 너무 까마득하다. 혹시 '역주행'이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산 넘어 산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같은 날(5월 31일) 개봉했던 이 158만 7,731명을 동원하며 2배 이상 앞서 가고 있고, 한..

버락킴의 극장 2017.06.08

돌아온 <원더우먼>, 여성 히어로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 돌아왔다. 그 '귀환'을 기다려 온 기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누군가는 원더우먼(윌리엄 몰튼 마스턴이 탄생시킨 캐릭터)이 DC코믹스의 만화책에 처음 등장했던 1941년을 떠올릴 테고, 누군가는 의 이반 라이트만 감독이 원더우먼을 영화화하겠다고 발표했던 1996년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또 어떤 이들은 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원더우먼(갤 가돗)을 만났던 짜릿함을 상기하며 2016년을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은 누군가에겐 평생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흔하디 흔한 '슈퍼 히어로물'이 하나 추가된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마침내(76년 만에) 이 '시작'됐고, 그리하여 우리는 앞으로 계속해서 을 만나게 될 것이며..

버락킴의 극장 2017.06.02

초심으로 돌아간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의 여름 공략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立夏)가 지나고 '여름 기분'이 돌기 시작한다는 소만(小滿)도 지났다. 바야흐로 여름이 돌아왔고, 그에 맞춰 도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6년 만의 귀환이다. 잭 스패로우 선장(조니 뎁)과의 재회가 반갑기만 하다. 무려 2003년부터 시작된 인연이 아니던가. '여름'이야말로 그를 만나 찬란한 모험담을 전해 듣기에 적절한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전설이 깃든 바다를 배경으로 해적들의 삶과 죽음, 어드벤처를 담고 있는 은 철저히 여름 시즌을 공략해왔다. 1편인 '블랙펄의 저주'만 9월에 개봉을 했을 뿐, 2편 '망자의 함'은 더위가 한창인 7월에 개봉했고, 3편 '세상의 끝에서'와 4편 '낯선 조류'은 5월에 관객들을 찾았다. 5편인 '죽은 자는 말이 없다'도 3, 4편과 마찬가지로 ..

버락킴의 극장 2017.05.25

<킹 아서>에서 '문재인'이 보이는 건 왜 일까?

아서(찰리 헌냄)가 성검(聖劍) 엑스칼리버(Excalibur)를 뽑는 건 '운명'이었다. 보티건 왕(주드 로)의 보호를 받고 있던 바이킹과 마찰을 빚으면서 쫓기는 처지가 된 아서는 체포를 당할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를 타고 도주하려 한다. 하지만 운명의 굴레는 쉽사리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엑스칼리버를 뽑는 시도를 했(다가 실패했)다는 표식이 없는 아서는 검 앞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운명을 마주한다. 검을 뽑아야 하는, 그래서 왕이 되어야 하는 운명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아서가 엑스칼리버를 뽑는 건 '운명'이었다. 바위가 된 우서 왕(에릭 바나)의 등에 꽂힌 검을 그의 아들인 아서가 뽑는 건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우서 왕과 그의 '혈통'만이 그 검을 사용할 자격이 있었으..

버락킴의 극장 2017.05.17

#오지랖 #남성성 #아재 <보안관>이 불편한 이유

부산 기장을 무대로 한 로컬 수사극 이 예상을 뛰어 넘는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20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개봉 11일 만의 기록이었다. 14일에도 16만 4,55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5월 9일 개봉한 (18만 9,848명)의 뒤를 이어 박스 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다. 같은 날(5월 3일) 개봉했던 (16만 758명), (12만 254명)와의 경쟁에서도 근소하지만 앞서 있는 모습이다. 은 누적 관객 220만 6,013명으로 손익분기점인 220만 명을 넘어섰다. 상대작들이 워낙 막강했다는 점에서 의 이와 같은 선전은 놀랍다. 연휴 기간에는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코미디 영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점을 적극 공략했던 선택이 먹혀들었다. 영화적 완성도나 시나리오의 아쉬움..

버락킴의 극장 2017.05.15

<특별시민>은 투표 참여를 유도하는가, 정치 혐오를 조장하는가

"아니, 그게 아니라.." '의도'와 '결과'가 일치한다면, 다시 말해서 창작자의 이야기가 그가 원했던 방향으로 수용자에게 '전달'된다면 그건 이상적인 '소통'일 것이다. 하지만 그 간단하고 단순한 산출(算出)이 '예술'이라는 영역에서는 그리 만만하지 않은 일인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일상 생활에서도 대화 간에 생각지도 않았던 오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상대방의 말 한마디 혹은 그가 사용한 단어 하나를 두고도 옥신각신하는 걸 보면, 그것이 단지 '예술'에 국한된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권력을 향한 또 한번의 선거전쟁!'이라는 홍보 문구로 설명이 가능한 영화 은 상영 전부터 크게 화제가 됐던 영화다.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요약해 보자면, 첫 번째는 최민식, 곽도원, 라미란, 문소리, 심은경 등 쟁쟁한 연기..

버락킴의 극장 2017.05.01

외계 생명체를 다룬 SF 영화<라이프>의 퇴보에 대해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0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리라 짐작했었지만, 전반부의 분위기가 썩 긍정적이지 않았다. 피가 말랐고, 입이 바짝 말랐다. 비단 나뿐이었겠는가. 온 나라가 그러했을 것이다. ‘긴장감 지수’라는 수치를 측정하는 기계가 있다면, 아마 버텨내지 못하고 고장나버리거나 폭발하지 않았을까. 그만큼 팽팽한 줄처럼 날이 선 긴장이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었다. 그의 입 모양에 주목했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들려 온 ‘결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담담한 목소리로 단호히 말했다. 이 한 마디를 위해 이토록 오래 숨죽였던가. 시원함과 허탈함이 공존했다. 어딘가에는 탄식이 혹은 분노가, 어느 곳에서는 환호..

버락킴의 극장 2017.04.10

"이 세상에 나를 가둘 감옥은 없어", <프리즌>이 던진 메시지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교도소가 범죄의 대가를 치르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범죄를 생산하는 곳이라면? 죄수가 교도관을 휘어잡고 있다면? 죄수들이 교도소 안팎을 넘나들 수 있다면?’ 모든 관습을 뒤틀어버리는 완전히 새로운 교도소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의 출발은 기존의 상식과 고정관념에 대한 과감한 재해석이었다. 밤만 되면 죄수들이 교도소 밖으로 나가 완전범죄를 저지른 후 복귀한다. 기업의 탈세 혐의를 밝힐 중요 증인을 감쪽같이 살해하고, 대규모의 마약 밀매 및 유통을 주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들이 교도소에 갇힌 죄수들의 짓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완벽한 알리바이의 존재, 그리하여 교도소는 완전범죄의 온상이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감옥 안의 제왕, 절대권력을 손 안에 거머쥔 정익..

버락킴의 극장 2017.04.07

흥미로운 심리 스릴러<해빙>, 신선하거나 낯설거나

차디 찼던 그리고 길고 길었던 겨울이 지났다.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 해빙(解氷)이다. 꿈틀꿈틀, 무언가 시작될 조짐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얼음을 딛고 서 있던 사람에게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아, 언제 바다 밑으로 빠질지 모른다.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초조하기만 하다. 한편, 얼음 아래 갇혀 있던 '비밀'에게는 스스로를 드러낼 적기(適期)다. 혹은 그 비밀이 떠오르기를 고대하고 있던 사람에게도, 해빙은 반가운 순간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강이 녹자 머리 없는 여자의 시체가 떠오른다. 얼음이 녹듯, 그리하여 무언가가 시작되듯,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승훈(조진웅)은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이 도산한 후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수정(윤세아)과 이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미제 연쇄살인 사건으로 유명했던 경기..

버락킴의 극장 2017.03.04

비밀스러운 영화 <싱글라이더>, 깊은 여운에 빠지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고은, - 앞만 보고 뛰었다. 쉼 없이 달렸다. 무엇을 위해? 아마도 성공, 일까? 소위 세상의 문법을 따랐다. 안정된 직장에서 돈을 많이 벌고, 반듯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것 말이다. 노력했다. 최선을 다했다. 양심을 접어둔 채 고객들에게 부실 채권을 팔았고, 덕분에 승진을 거듭했다. 제법 젊은 나이에 증권 회사 지점장 자리까지 올랐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고, 아내와 하나뿐인 아들을 호주로 보냈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는 필수였기 때문에, 그래야만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시차가 없는 호주는 최적지였다. 기러기 아빠로 지내야 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계획했던 '2년'은 곧 흘러갈 테니까. 솔직히 관심도 없었다. 연락은 일상적으로 이뤄졌고,..

버락킴의 극장 2017.02.26

이유 있는 1위, 깊은 울림 주는 <재심>의 두 가지 힘

지난 2000년 8월,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 기사 유 씨(42세)가 흉기에 십수 차례 찔려 살해 당했다. 마침 오토바이를 몰고 현장을 지나가고 있던 최 군(16세)가 이 끔찍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 1심에서 범행을 부인한 최 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는 범행을 시인해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0년 형기를 가득 채우고 세상을 돌아왔다. (9년 7개월 만에 특사로 출소) '군'이라는 호칭이 '씨'로 바뀔 만큼 긴 세월이었다. 그리고 2013년 4월 최 씨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再審) :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하여 중대한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소송 당사자나 기타 청구인이 그 취소와 변경을 청구하여 다시 하는 재판 ▲ "잡히고..

버락킴의 극장 2017.02.23

<조작된 도시>, 누가 그들을 썩은 나무라고 했는가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나지막하면서도 단호한 내레이션, 영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천상병 시인의 라는 시다. 사람들이 '썩은 나무'라고 했던 그 나무가 사실 무한한 생명력을 내재한 존재였고, 꿈 속에서 그 잠재성을 발견한 '나'는 다시 사람들을 모아 이렇게 외친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흘러나오는 '썩은 나무' 타령에 처음에는 '뭐? 무슨 말이야?'라는 의문이 들 법 한데,..

버락킴의 극장 2017.02.18

유해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공조>, 그것뿐이라 아쉽다

유해진에게선 '사람 냄새'가 난다. 또, 그를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한마디로 '진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식상한 표현이지만, 유해진에겐 그 '진부함'마저도 설득시키는 묘한 힘이 있다. tvN 에서 보여준 수더분하고 인간적인 모습 때문일까?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활약이 도움이 된 건 분명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인 것만 같진 않다. 이미 대중들은 알고 있었다. 그가 성실히 쌓아왔던 진정성 가득한 필모그래피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배우 유해진, 인간 유해진의 매력에 대해서 말이다. "복 받았지. 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날 밀어 주려 한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아요. 도움을 준다고 해야 하나? 고맙고 감사하죠." , 유해진 "인생은 파도타기..입방정 떨지 않을것" 6,975,295명. 그가 '첫' ..

버락킴의 극장 2017.01.23

<더 킹>에 김기춘도 있고, 우병우도 있고, 조윤선도 있더라

(이런 사태에 대해서 얘기 한마디 해 주시죠.) "엘리베이터가 왜 안 오나?" (김기춘)"영장실질심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윤선) '왕실장'과 '스타장관'의 몰락.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이 결국 구속됐다. 박영수 특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국회위증죄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21일 오전 3시45분쯤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마(法魔) 김기춘과 법비(法匪) 조윤선은 향후 최악의 법률가 표본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 평가했다. 이제 남은 건 또 한명의 '법꾸라..

버락킴의 극장 2017.01.21

쉽지만 헷갈리는 <마스터>, 지루함을 넘어 천만으로 갈 수 있을까

'빵'하고 터졌다. '주말 + 크리스마스'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 300만 명을 넘어 버렸다. 개봉 첫 날 39만 2,866명을 동원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던 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무려 182만 1,541명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며 300만 고지를 거뜬히 넘었다. 누적 관객 수는 300만 2,269명.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별다른 경쟁작이 없는 상황이라 이런 추세라면 2017년 첫 1,000만 영화의 자리를 노려봄직하다.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이라는 꿈의 캐스팅에 엄지원, 오달수, 진경까지 특급 배우들이 참여한 는 '진수성찬'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이 배우들을 데리고 못하면 내가 정말 못한 것"이라는 조의석 감독의 말처럼 '실패'를 예상하기 힘든 ..

버락킴의 극장 2016.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