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214

<라라랜드>가 로맨틱하기만 했던 당신에게

▲ 라라랜드(La La Land) 1.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도시 LA의 별명2. 꿈의 나라, 비현실적인 세계를 의미 우연한 만남이 세 번이나 연속된다면 인연이라 해도 괜찮지 않을까? 미아(에마 스톤)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LA의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처음 마주친다. 정체된 도로가 풀리기 시작했는데, 오디션 대본에 읽느라 집중하고 있던 미아는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뒤에 있던 세바스찬은 짜증이 치밀어 오르고, 날카로운 경적 소리를 울려 대곤 미아를 잔뜩 노려보고 질주한다. 물론 대찬 성격의 미아도 거기에 뒤지지 않는 반응과 제스처로 화답한다. 와우, 첫 번째 우연은 '악연'이었다. 두 사람은 이내 또 마주치게 된다. 길을 걷고 있던 미아는 피아노 선율에 이끌려 어느 재즈바로 발길을 옮긴..

버락킴의 극장 2016.12.22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변요한과 김윤석.. 묘하게 닮은 두 남자의 타임슬립

'(과거를 향한) 타입슬립'은 '후회'와 동의어에 가깝다. 그 태도는 소극적인 '관조'라기보다는 적극적인 '욕망'에 가깝다. '과거를 바꾸고 싶다, 그래서 현재도 변화시키고 싶다'는 바람의 적극적 투영이다. 어쩌면 그 사고방식은 어린아이의 '떼쓰기'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가지지 못한 것(사람)을 기어코 내 손안에 넣고야 말겠다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욕심이 만들어낸 판타지가 결국 '타입슬립'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현실'의 모든 것을 놓쳐도 상관없다는 무책임함의 발로이기도 하다. 이쯤되면 간단히 소극적이라 치부했던 '관조'는 오히려 성숙함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딱 한번만 보고 싶다, 그거면 됐다는 '연민'은 자신을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을 때 나오는 '힘'이다. 그런데 시간 여행을 떠난 우리들은 과연 ..

버락킴의 극장 2016.12.15

김기덕 감독이<판도라>를 '필요한 영화'라고 한 까닭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 오래다. 영화 로 제37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은 "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은 현실이 을 이겨버린 상황"이라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현실이 영화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어버린 상황, 사람들은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작년 이맘때, 정경언 유착을 밀도 있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던 을 지금에서 본다면 우리는 '시나리오가 좀 약하지 않아?'라고 말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12월 7일 개봉한 영화 는 매우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개봉한 셈이다. 는 지진 발생에 이은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재난 영화'다. 예고 없이(사실 예고와 징후는 숱하게 있었다. 단지 외면하고 회피하고 은폐했..

버락킴의 극장 2016.12.08

엄지원과 공효진이 만난 <미씽: 사라진 여자>가 특별한 이유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의 시나리오에서 '엄마' 역할을 제외시켰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없어진 자식을 찾는 엄마는 너무나도 강하다. 약점이 없는 주인공이 나오면 영화가 성립이 안 된다." 모성(母性)의 위대함은 '인간'에서 출발했지만, '인간'을 간단히 뛰어넘어버린다. 그래서 그 힘은 초인적이고, 심지어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섣불리 끝을 잴 수 없고, 애시당초 깊이를 알 수 없다. 한계가 없다. 그걸 간파했던 봉 감독은 를 통해 '모성'을 따로 다루는데, 김혜자가 구현한 '마더'는 '엄마'라기보다는 '어미'에 가깝다. 그밖에 '모성'을 이야기한 영화로 김윤진이 주연을 맡았던 를 빼놓을 수 없다.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한 엄마의 사투가 강렬히 표현됐는데, 과감함 ..

버락킴의 극장 2016.12.04

<스플릿>의 속시원해지는 스트라이크,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유지태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답답한 때 시원한 스트라이크가 될 수 있는 영화" 정말 그렇다. '역사는 진보한다'는 굳은 확신을 의심케 할 만한 일들이 나라 안팎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돌이키는 건 불가능하다 여겼던 최소한의 '근대성(近代性)'조차 무너지고 있는 시절이 아닌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허약함이 또 한번의 발작(發作)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이를 목도하는 우리들의 시선은 어느새 '불안'으로 그득하다. 퍽퍽한 현실, 어느 때보다 '스트라이크' 같은 시원함이 필요한 시국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링'을 소재로 한 겜블(도박) 영화인 은 이런 현실에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거침없이 굴러간 공이 세워진 핀을 몽땅 날려버리는, 시원히 꽂히는 스트라이크를 보고 있노라면..

버락킴의 극장 2016.11.10

<닥터 스트레인지>, '믿고 보는 마블'을 증명하다

의 기세가 무섭다. 이틀 동안 78만 2,192명의 관객이 마블의 새로운 히어로를 만났다. 100만 돌파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는 '믿고 보는 마블'이라는 신뢰감을 또 한번 상기시켰다. 이젠 확신을 갖고 이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 '마블은 영화를 잘 만든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블은 DC에 비해 훨씬 더 영화를 잘 만든다' 최근작인 에서 '할리퀸' 하나만 남기는 처참한 실패를 거둔 DC와 만드는 족족 '대박'을 치는 마블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그건 '자기성찰'의 유무(有無)라는 생각이 든다. 마블은 자신들의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들의 성향과 바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경쾌한 시나리오를 얹고, 화려한 비주얼로 부드럽게 감싼다. 엄..

버락킴의 극장 2016.10.28

힘 빠진 <인페르노>, 인구 과잉에 대한 느슨한 충격

"80년 전보다 인구가 3배나 증가했다는 걸 알아냈다" (댄 브라운) 천재 생물학자 '조브리스트(벤 포스터)'는 세계 인구의 절반을 줄이자고 주장한다. '인구 과잉'의 문제를 제기한다.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다. 에서 리치몬드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도 지구 온난화가 우려된다며 이른바 '인구 경감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브라이언 싱어의 도 탐욕스러운 인간을 바라보며 개탄하더니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인구를 '솎아내야' 한다고 경고를 하지 않았던가. 신선하진 않다는 건 그만큼 '반복'됐다는 뜻이고, 그건 인류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사안이라는 신호(늘 그런 건 아니지만)이다. 실제로 17세기 중반까지 5억 명에 불과했던 세계 인구는 19세기에 10억 명을 넘어섰고, 2016년 현재 75억 명을 ..

버락킴의 극장 2016.10.25

<다음 침공은 어디?>, 마이클 무어의 침공에 동참하고 싶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6년 만에 돌아온 마이클 무어는 단호히 말한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차라리 군인들에게 휴식을 주고, 나에게 맡기라고 큰소리를 친다. 허걱, 농담이 아니다. 그는 정말 '성조기'를 들고 '침공(侵攻)'에 나선다. 는 그렇게 시작된다. 짐작했겠지만, 마이클 무어가 말하는 '침공'은 땅을 빼앗고 사람을 죽이는 고전적 의미의 것이 아니다. 각 나라에서 가져오고 싶은 사회 제도를 훔쳐 오는 게, 바로 그가 말하는 '침공'이다. 빼앗기는 자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것을 내어준다. 마음껏 가져가라고, 당신들도 그렇게 하라고 말이다. 이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 침공인가? 첫 번째 타깃은 '이탈리아'다. 마..

버락킴의 극장 2016.10.20

<걷기왕>이 건네는 위로, "조금 늦어도 괜찮아. 헤매도 괜찮아"

만복(심은경)은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친구와 함께 먹는 떡볶이가 가장 맛있고, 그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 '아직' 이렇다할 꿈도 없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만복은 매사에 느긋하고 천진난만하다. 그 어수룩한 모습들이 '어른'들을 마뜩지 않다. '빨리 꿈을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 오히려 조급해지는 건 어른이고, 그래서 소의 고삐를 끌듯이 어디로든 데려가고 싶어진다. 세심한 담임선생님(김새벽)은 만복에게 '선천적 멀미증후군'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어떤 교통수단도 이용할 수 없는 만복이 매일 왕복 4시간 거리의 학교를 걸어서 등교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그에게 '경보(..

버락킴의 극장 2016.10.20

유해진의 <럭키>, '이런 배우는 없다'던 차승원이 옳았다

"이 사람은 어느 영화에도 국한되지 않아. 그러니까 이런 배우는 없어. 이런 배우는 없다고." tvN 에서 차승원은 연기를 하는 후배들에게 '유해진'이라는 배우에 대해 말한다. 그의 말에서 동료이자 벗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함께 배우로서 또 한 명의 배우를 바라보는 '리스펙트(respect)'가 느껴진다. 차승원의 말이라서가 아니라, 동의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실제로 배우 유해진은 그 어떤 틀에도 묶여있지 않은 배우이다. 그는 희극과 비극을 아무런 이질감 없이 넘나들 수 있는 배우이고, 그 미묘한 경계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단지 연기의 '다양성'이나 '유연성'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깊이'의 차원이며, 그가 쌓아온 연기에 대한 '진정성'에 대한 문제이다. 단단한 뿌리가 굵은 줄..

버락킴의 극장 2016.10.09

<립반윙클의 신부>, 이와이 슌지가 직시한 현대 사회

"비유하자면 지금 일본은 큰 상처를 입은 말과 같다. 지난 4년 동안 일어서려고 애써왔지만 억지로 절뚝거리며 걸을 수 있을 뿐이었다." , '이와이 월드' 채우는 비판의식.."절뚝거리는 말, 그게 일본" 2015년 12월 11일 '이와이 슌지 기획전 - 당신이 생각하는 첫 설렘'을 위해 대한민국을 방문했던 이와이 슌지(岩井俊二) 감독은 당시 일본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언급하며 우려를 드러냈다. "영화인으로서 작가로서 할 일이 많다고 느낀다. 알려야 할 일들이 아주 많다"던 그의 진지한 문제의식과 통렬한 책임감은 12년 만의 신작인 실사영화(實寫映畵) 를 통해 절묘히 표현됐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일본 전역(全域)을 충격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던 2011년 3 · 11 대지진의 여파..

버락킴의 극장 2016.10.07

팀 버튼의<미스 페레그린>, 독특한 것은 이상한 게 아냐

1. 스크린 수 : 1,248 VS 8102. 상영횟수 : 6,199 VS 2,9153. 예매율 : 24.8% VS 30.7%4. 좌석 점유율 : 35.4% VS 62% (10월 2일 기준) 그 이름만으로 '취향 저격'인 '팀 버튼'이 4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온 의 상승세가 놀랍다. 같은 날 개봉한 의 존재감에 밀려 움츠리고 있다가 '입소문'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하자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飛翔)하는 모양새다.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에서 절대적인 차이가 있는 터라, 누적 관객 수 180만 3,294명 VS 74만, 2,568명의 격차는 여전하지만, 2일 일일 관객 수는 43만 2,292명 VS 28만 1,83명으로 차이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에서 를 뛰어..

버락킴의 극장 2016.10.03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우리에겐 없는 사회에 대한 자부심

2009년 1월 15일, 승무원을 포함해 155명이 탑승한 US에어웨이 1549편 여객기가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이륙했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갑자기 날아든 세떼가 양쪽 엔진에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가 발생한다. 불과 850m 상공에서 벌어진 일이다. 관제탑에선 회항을 권유하지만, 설리 설렌버거 기장(톰 행크스)은 직감적으로 회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허드슨 강에 비상착수를 시도한다. 탑승자 전원이 사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러나 결과는 전원 생존이었다. 전례가 없던 일,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9 · 11 테러의 트라우마가 고스란히 남아 있던 뉴욕, 2008년에 터진 금융 위기가 시민들을 옥죄고 있던 상황에서 '허드슨 강의 기적'은 뉴욕 ..

버락킴의 극장 2016.10.01

<아수라>, 진(津)하고, '징'하고, 그리하여 진(盡)하다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배우에 대한 개인적 선호도가 있을망정 기본적인 능력치만 놓고 봤을 때, 이 정도 캐스팅이면 웬만큼 만들어도 망작(亡作)이 나오기 힘들다. 김성수 감독은 그야말로 아수라(阿修羅) 판을 만들어 놓고, 배우들을 그 안에 풀어놓는다. 그리고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그 뚝심이 놀랍다. 배우들은 신(scene) 속에서 격렬히 맞부딪치는데,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는 한편, 서로를 위한 시너지를 이끌어낸다. 그 상승 작용이 영화의 몰입도를 극한까지 이끈다. 아수라(阿修羅) 1.[불교] 육도(六道) 팔부중(八部衆)의 하나로 싸움을 일삼는 나쁜 귀신2.얼굴이 셋이고 팔이 여섯인 귀신이다 - 다음 한국어사전 - 진(津)하다. 그리고 '징'하다. 그러다보니 진(盡)하다. 방금 영화를 감상하고 ..

버락킴의 극장 2016.09.28

<아이 엠 어 히어로>, 일본의 불순한 욕망이 엿보인다

● 3년 연속 일본 만화대상을 수상한 동명의 원작● 제48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오피셜 판타스틱-특수효과상● 제34회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황금까마귀상● 제36회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오리엔트익스프레스-특별상 전 세계에 무려 600만 부가 판매된 하나자와 켄고(花沢健吾)의 인기 만화 『아이 앰 어 히어로』가 영화로 제작됐다. 등을 연출한 사토 신스케(佐藤信介)가 감독을 맡았고,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를 모두 석권했다. 특히 제23회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는 연상호의 애니메이션 과 경쟁을 벌였는데, 결국 최우수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까마귀상을 가 차지했다. 그만큼 저력이 있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비록 네이버 평점(6.55)과 다음 평점(5.6)은 처참한 수준이지만. 정체불명의 ..

버락킴의 극장 2016.09.26

<미 비포 유>,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작가로 전향한 유시민의 책 제목이다. '정치인'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인'으로 돌아온 그는 '삶'을 이야기하면서 되려 '죽음'을 말한다. "사실 내 안에서의 출발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였다"던 그의 말은 삶과 죽음이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그러니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과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물음은 기실 같은 것이고, 그리하여 삶과 죽음은 똑 닮아 있는 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에는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 윌(샘 클라플린)은 전신마비 환자다. 그는 촉망받는 젊은 사업가였고,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게다가 무려 성(城)을 소유하고 있을 만큼 부유하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매력적인 남성이었다. 이런 설정들은 2년 전 오토바이 교통사..

버락킴의 극장 2016.09.22

이병헌만 있는 게 아냐! <매그니피센트7>가 특별한 이유

1879년, 농부들이 모여 살고 있는 평화로운 마을 '로즈 크릭'에 자본가의 탈을 쓴 악당 '보그(피터 사스가드)'가 나타난다. 악랄하기로 유명한 보그는 '민주주의=자본주의'라고 윽박지르며, 선량한 사람들의 땅을 강제로 빼앗는 등 약탈을 일삼는다. 심지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거슬리면 총을 꺼내 쏴버리는 식이다. '보그가 곧 법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가(공권력)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강한' 보그 앞에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보그에게 남편을 잃은 엠마(헤일리 베넷)는 영장 집행관인 샘 치좀(덴젤 워싱턴)에게 보그를 없애고 마을을 지켜줄 것을 요청한다. 샘 치좀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자신과 함께 싸울 멤버를 모으기 시작한다. 도박꾼 조슈아 패러데이(크리스 프랫)를 시작으로..

버락킴의 극장 2016.09.15

<고산자 : 대동여지도>는 왜 망할 수밖에 없었을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 편의 영화가 망(亡)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그 제작비가 100억 원(120억 원이라는 보도도 있다)에 달한다면, 그 아픔은 평소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야기다. 손익분기점은 270만 명. 12일까지 33만 2,066명. 같은 날 개봉한 은 237만 931명으로 쭉쭉 치고 나갔다. 이 대결의 승패를 가리는 게 무색할 만큼 완패다. 지난 주말 동안 (다른 대작이 없는 터라) 제법 관객을 불러 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 있지만, 누적 관객 수가 늘어나는 속도가 현저히 더디다. 당장 의 개봉(이미 오늘부터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이 예고돼 있어, 이대로라면 성적이 더욱 처질 것은 뻔하다. 가족 영화'라는 특성을 내세워 추석 시즌에 관객 몰이를 하고, 가..

버락킴의 극장 2016.09.13

<밀정>, 극단적 시대에서 회색의 삶을 살았던 이정출에게서 나를 본다

독립운동가와 친일파. 일제강점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정확히 '이분법'으로 나뉜다. 마치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 외에 다른 길은 없었다는 듯 말이다. 그 협소한 틀 안에 갇혀버린 까닭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때로는 그 갇혀 있음이 역사와 시대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최동훈 감독이 을 통해 '밀정'의 존재를 소개했다면, 김지운 감독의 은 본격적으로 '회색 지대'에 서 있던 '밀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로 '회색 인간' 이정출(송강호)을 통해서 말이다. 경부국 경부 이정출은 과거 상해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인물이지만, 변절과 동시에 자신이 갖고 있던 정보를 팔아 히가시 부장(츠루미 신고)의 신임을 얻었다. 이후에는 여러 루트로 밀정들과 연락하며 독..

버락킴의 극장 2016.09.08

<메카닉: 리크루트>, 무거운 영화에 지친 관객을 위한 탄산 음료 같은 영화

킬링타임(killing time) : 시간 죽이기, '불합리적인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이르는 관용구 (위키백과) 재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이 24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내달리고 있는 가운데 존재감이 별로 없던 가 깜짝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공포 영화인 이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걸 보면, 한 가지 '흐름'을 짚어낼 수 있을 것 같다. (9월 2일 하루동안 은 15,006명, 는 59,788명, 은 50,484명을 동원했다.) '관객들은 지쳐있다' , 7월 20일 , 7월 27일, 8월 3일, 8월 10일 지난 7월과 8월은 장르별로 다양한 영화들이 연이어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본격 좀비물이었던 은 영화 내적(內的)으로 '찬사'와 '실망' 사이를 오갔다...

버락킴의 극장 2016.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