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는 무관하게 '절[寺]'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까닭은 그곳에 '역사(歷史)'가 있기 때문이다. 수백 년 전부터 이 공간이 존재했다는 생각을 하면 괜시리 마음이 풍성해진다. 아, 까마득한 어느 시절에도 이 곳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들은 무언가를 위해 진력(盡力)을 다해 '기도'를 드렸겠구나. 그들은 무엇을 빌었을까. 지금의 우리들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게다. (역사가 있는) 절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까닭은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유려한 자태를 뽐내는 산세, 그 어딘가 고즈넉히 자리잡은 절, 무수히 많은 발자국이 찍혀 있을 길, 주위를 빼곡히 메운 고목(古木), 오래된 건축물에서 흘러나오는 냄새. 설렘으로 들뜬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아우려져 형성된 '공기'는 참 달콤하다. 계속해서 들이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