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 30

소신과 풍자, 최순실로 인해 연예계도 꿈틀댄다

연예인은 '공인(公人)'이 아니다. 전원책 변호사는 에서 사회적 자산이라는 의미에서 연예인을 공인이라 불러야 한다지만, 그들은 단지 '유명인(celebrity)'일 뿐이다. 사회적으로 특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들에게 왜 아무말도 하지 않느냐고 따져물을 수 없다. '결혼기념일' 사진을 SNS에 올리리고, '엄마와 여행'하는 사진을 SNS에 올린다고 해서 '이 중대한 시국에 뭐하는 거냐'고 다그치진 말자. 공인이 아닌 그들에겐 그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지금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같이 나라를 뿌리채 뒤흔드는 치욕스러운 사건에 대해서 그들에게 어떤 '대답'이나 '제스처'를 요구할 순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그들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말이다. 그것이..

TV + 연예 2016.10.31

짜고 치는 압수수색, 누가 <더 케이투>를 비현실적이라 했던가

tvN 금토 드라마 를 챙겨보시는 엄마가 언젠가 슬그머니 다가와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나는 그 드라마를 보면서, 실제로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정치판의 추악한 이면을 상당히 적나라하게 포착하고 있는 '더 케이투'가 아닌가. 그런데 어떤 장면을 보고 엄마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 잠깐 그 장면을 감상해보자. 유력한 대선 후보인 장세준(조성하)은 '청춘 콘서트' 도중에 '괴한'들로부터 계란 세례를 받는다. 놀랄 필요는 없다. 이미 계획되어 있던 '쇼'였으니까 말이다. 그는 앞에 모여있던 청중과 기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저는 지금 이분들이 제가 비호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제 금융 그룹 등 요즘 의혹을 사고 있는 일부 금융권에 대한 수사에 즉시 착수해 주실 것을 검찰에 엄중히 요구..

TV + 연예 2016.10.29

손석희와 달랐던 김주하, 그가 만든 '나쁜 최순실과 불쌍한 박근혜'

"만약 최순실 태블릿PC를 YTN 기자가 구해왔다면 보도할 수 있었겠나?" 뉴스 채널 YTN 경제부의 한 기자는 자사(自社)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언론사마다 자성의 목소리가 드높다. YTN뿐만 아니다. 지상파 방송인 KBS, MBC, SBS 소속 기자들의 반성도 이어지고 있다. 기시감이 든다. 지난 2014년 대한민국을 충격 속으로 몰고 갔던 그때가 떠오른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직후, 언론들은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기레기'라 칭하는 '위악(僞惡)'을 떨며, 이대로는 안 된다고 소리치지 않았던가. 한낱 기자 '나부랭이'들의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반성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SBS 기자협회의 권영인 협회장은 JTB..

<닥터 스트레인지>, '믿고 보는 마블'을 증명하다

의 기세가 무섭다. 이틀 동안 78만 2,192명의 관객이 마블의 새로운 히어로를 만났다. 100만 돌파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는 '믿고 보는 마블'이라는 신뢰감을 또 한번 상기시켰다. 이젠 확신을 갖고 이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 '마블은 영화를 잘 만든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블은 DC에 비해 훨씬 더 영화를 잘 만든다' 최근작인 에서 '할리퀸' 하나만 남기는 처참한 실패를 거둔 DC와 만드는 족족 '대박'을 치는 마블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그건 '자기성찰'의 유무(有無)라는 생각이 든다. 마블은 자신들의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들의 성향과 바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경쾌한 시나리오를 얹고, 화려한 비주얼로 부드럽게 감싼다. 엄..

버락킴의 극장 2016.10.28

힘 빠진 <인페르노>, 인구 과잉에 대한 느슨한 충격

"80년 전보다 인구가 3배나 증가했다는 걸 알아냈다" (댄 브라운) 천재 생물학자 '조브리스트(벤 포스터)'는 세계 인구의 절반을 줄이자고 주장한다. '인구 과잉'의 문제를 제기한다.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다. 에서 리치몬드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도 지구 온난화가 우려된다며 이른바 '인구 경감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브라이언 싱어의 도 탐욕스러운 인간을 바라보며 개탄하더니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인구를 '솎아내야' 한다고 경고를 하지 않았던가. 신선하진 않다는 건 그만큼 '반복'됐다는 뜻이고, 그건 인류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사안이라는 신호(늘 그런 건 아니지만)이다. 실제로 17세기 중반까지 5억 명에 불과했던 세계 인구는 19세기에 10억 명을 넘어섰고, 2016년 현재 75억 명을 ..

버락킴의 극장 2016.10.25

농민 백남기를 떠올리며 노무현을 그리워해선 안 된다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아이와 어울리고, 놓고 온 휴대전화를 찾아 '직접' 헐레벌떡 뛰어가는 버락 오바마를 보면서 '우리에게도 저런 대통령이 있었다'고 추억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에겐, 각자가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인간 노무현'을 그리워 할 자유가 있다. 물론 리더십이 실종되고, 그저 눈앞의 이익만 좇는 모리배(謀利輩)에 가까운 정치인들을 바라보며 '정치인 노무현'을 떠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대통령 노무현'이 그리울 수 있다. 하지만 '농민 백남기'를 떠올리며 '노무현'을 그리워한다는 건 불편하고 잔인한 일이다. 농민 백남기와 대통령 노무현이 그리웠던 밤 지난 2005년 11월 15일 농민대회(시위)에 참가했던 농민 전용철 · 홍덕표 씨가 사망했다. 당시 국가인권위는 두 사람의..

산으로 가는 <THE K2>, <용팔이>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우리는 '영화 감독'의 이름을 기억하고, '드라마 작가'의 이름을 기억한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면,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을 해보라. 영화에서 '시나리오를 누가 썼지?'는 그리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작가의 이름'이 훨씬 더 중요한 이슈가 된다. 우리는 이름값 있는 유명한 드라마 작가들의 이름을 그리 어렵지 않게 나열할 수 있다. 친애하는 노희경이라든지, 김은희, 김은숙, 송재정, 혹은 김수현이라든지, 어쩌면 임성한까지.. 그만큼 드라마에서 작가의 영향력은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완성된 시나리오'를 두고 충분한 연구 끝에 작업에 돌입하는 영화와는 달리 드라마는 훨씬 더 즉흥적으로 진행된다. 대부분(사전제작을 제외하면) 다 쓰이지도 않은 대본을 가지..

TV + 연예 2016.10.23

시대를 제대로 읽은 <한끼줍쇼>, 붕괴된 도시의 저녁을 담아내다

"이 프로그램은 정글과도 같은 예능 생태계에서 국민MC라 불렸던 두 남자가 저녁 한 끼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 의 관전 포인트 두 가지 1. 23년 만에 결성된 규동(이경규+강호동)이 보여주는 극과 극의 케미스트리2. '도시의 저녁'과 '한 끼 식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식(食)큐멘터리 이경규와 강호동이 만났다. '처음'이란다. 이경규가 강호동을 데뷔(1993년)시킨 깊은 인연을 고려하면, 그조차도 신기한 일이다. 두 사람 모두 '최고'의 자리에서 한두 단계 내려왔다. '전(前) 국민MC'라는 호칭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늙은' 아저씨와 '힘센' 아저씨의 만남. 그들이 숟가락 하나만 달랑 들고, 저녁 한 끼를 얻어먹기 위해 도심을 헤맨다. 제법 신선한 설정이다. 첫 회 시청..

TV + 연예 2016.10.20

<다음 침공은 어디?>, 마이클 무어의 침공에 동참하고 싶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6년 만에 돌아온 마이클 무어는 단호히 말한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차라리 군인들에게 휴식을 주고, 나에게 맡기라고 큰소리를 친다. 허걱, 농담이 아니다. 그는 정말 '성조기'를 들고 '침공(侵攻)'에 나선다. 는 그렇게 시작된다. 짐작했겠지만, 마이클 무어가 말하는 '침공'은 땅을 빼앗고 사람을 죽이는 고전적 의미의 것이 아니다. 각 나라에서 가져오고 싶은 사회 제도를 훔쳐 오는 게, 바로 그가 말하는 '침공'이다. 빼앗기는 자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것을 내어준다. 마음껏 가져가라고, 당신들도 그렇게 하라고 말이다. 이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 침공인가? 첫 번째 타깃은 '이탈리아'다. 마..

버락킴의 극장 2016.10.20

<걷기왕>이 건네는 위로, "조금 늦어도 괜찮아. 헤매도 괜찮아"

만복(심은경)은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친구와 함께 먹는 떡볶이가 가장 맛있고, 그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 '아직' 이렇다할 꿈도 없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만복은 매사에 느긋하고 천진난만하다. 그 어수룩한 모습들이 '어른'들을 마뜩지 않다. '빨리 꿈을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 오히려 조급해지는 건 어른이고, 그래서 소의 고삐를 끌듯이 어디로든 데려가고 싶어진다. 세심한 담임선생님(김새벽)은 만복에게 '선천적 멀미증후군'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어떤 교통수단도 이용할 수 없는 만복이 매일 왕복 4시간 거리의 학교를 걸어서 등교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그에게 '경보(..

버락킴의 극장 2016.10.20

잘하는 걸 하는 나영석의 우직함, <삼시세끼 어촌편3>도 대박!

대한민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까지 평정한 세인트루이스의 오승환 선수는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와 승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대부분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지는데, 그 비율이 각각 60%, 30%에 달한다. 구종이 제한적이다보니 볼배합은 뻔하다. 무엇을 던질지 충분히 예상이 된다. 그런데도 타자들은 헛스윙을 하기 급급하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물론 독특한 퀵모션, 디셉션(숨김 동작)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가 자신있는 구질(포심 패스트볼), '돌직구'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 지금의 오승환을 만든 게 아닐까? '구질이 다양해야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이제는 변화가 필요해' 오승환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충고'를 했지만, 오승환은 흔들림 없이 자신의 장점을 가다듬는 데 집..

TV + 연예 2016.10.19

"그동안 타협했다" 자성의 사법부, 양심적 병역 거부를 허(許)하자!

"성장 과정 등을 볼 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종교 · 개인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추세이고, 우리 사회도 대체복무제 필요성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600명 정도로 추산되는 병역 거부자를 현역에서 제외한다고 병역 손실이 발생하고 기피자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항소심에서 첫 무죄 판결이 나왔다. 18일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김영식)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심적 병역 거부자 A씨에 대해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1년 동안 1심에서 무죄 판결이 여럿(9건) 나오긴 했지만,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김영식 ..

<소사이어티 게임>, 체제가 아닌 리더와 사람에 대한 담대한 실험

'모의 사회 게임쇼'인 tvN 예능 프로그램 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400평 규모의 거대한 세트장인 원형 마을은 두 개의 사회(社會, society)로 나뉘어 있다. 매일마다 '투표'로 리더가 선출되는 사회인 '높동'과 소수 권력(반란의 열쇠를 가진 자)에 의한 쿠데타로만 리더가 교체되는 '마동'이 바로 그것이다. 개그맨 양상국, 아나운서 윤태진, 로드FC 챔피언 권아솔, 이종격투기 선수 엠제이 킴, 모델 올리버 장을 비롯해 파티 플래너, 래퍼, 의사, 명문대 대학생 등 총 22명의 참가자(남성 14명, 여성 8명)는 사전 능력 테스트 결과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사회를 선택하게 된다. 첫 번째 질문이 던져진 셈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 담대한 실험이었다. 의 연출진과 , , 등..

『정혜신의 사람 공부』, 거리의 의사가 들려주는 치유의 본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러니까 정신과 의사 정혜신을 처음 만난 건, 2001년 출간된 『남자 VS 남자』라는 책을 읽으면서부터였다. 대한민국의 소위 '유명한' 남성 21명을 소환해놓고, 각각의 키워드로 2명씩 묶어 링 위에 올리는 방식은 매우 신선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자기 인식(내맘대로 왕자. 니맘대로 독재자)'이라는 키워드로 엮은 대목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가수 조영남을 '열등감(완벽하지 못한 황제. 망가지지 않는 광대)'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 본 건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책에는 '심리분석'과 '인물평전'이 적절히 섞여 있는데, 여기에서 그가 갖고 있는 전문가로서의 능력과 소양(素養)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각각의 인물에 대한 끈기 있는 조사(調査)와 날카..

버락킴의 서재 2016.10.17

류중일 시대의 마감, 삼성 라이온즈의 납득할 수 없는 감독 교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김한수'라는 이름이 보이기에 아차 싶었다. '올 것이 왔구나!' 불길한 예감은 늘 비껴가지 않는다. , [오피셜] 삼성, 제14대 사령탑에 김한수 타격코치 선임 프로의 세계에서 감독 교체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종목을 불문하고, 한 시즌이 끝나면 구단은 감독들의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다. 성적이 나쁘면 총괄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감독이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이미 두 명의 감독이 '칼바람'의 희생양이 됐다. SK는 김용희 감독과 결별하고 후임자를 물색 중이다. KT도 조범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두산에서 사령탑을 맡았던 김진욱 감독을 데려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인적 쇄신이 일어나거나 혹은 강제적인 물갈이가 시도된다. 그 판단..

스포츠 2016.10.15

가난한 청춘 · 웃지 못하는 청춘을 더 참혹하게 만드는 사회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을 절도라고 한다. 따질 것도 없이 명백히 나쁜 짓이다. 사실판단(事實判斷)이야 그렇다치고, 가치판단(價値判斷)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 가령, 사회 고위층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대범한 절도 행각을 벌이는 대도(大盜)의 소식을 접하게 되면 묘한 생각이 든다. 비록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는 응원까지 하게 된다. 한편, '장 발장(Jean Valjean)'과 같은 생계형 절도범에겐 '어쩌다 저리 됐을까..'라며 애잔한 감정을 품기도 한다. 광주의 한 대학교의 도서관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은 어떨까? 용의자인 40대 남성은 동안(童顔)의 외모에 대학교 교재(『국토 및 지역계획론』)를 들고 마치 대학원생인양 도서관..

역사와 자연이 있는 사찰, 예산 수덕사를 다녀오다

종교와는 무관하게 '절[寺]'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까닭은 그곳에 '역사(歷史)'가 있기 때문이다. 수백 년 전부터 이 공간이 존재했다는 생각을 하면 괜시리 마음이 풍성해진다. 아, 까마득한 어느 시절에도 이 곳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들은 무언가를 위해 진력(盡力)을 다해 '기도'를 드렸겠구나. 그들은 무엇을 빌었을까. 지금의 우리들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게다. (역사가 있는) 절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까닭은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유려한 자태를 뽐내는 산세, 그 어딘가 고즈넉히 자리잡은 절, 무수히 많은 발자국이 찍혀 있을 길, 주위를 빼곡히 메운 고목(古木), 오래된 건축물에서 흘러나오는 냄새. 설렘으로 들뜬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아우려져 형성된 '공기'는 참 달콤하다. 계속해서 들이켜도..

[버락킴의 일본 여행기 ②] 7. 도쿄에도 한인 타운이 있다고?

도쿄에도 '한인촌(코리안 타운)'이 있을까? 작년에도 도쿄를 다녀왔지만, 이런 의문 자체를 가지지 않았다. 그럴 틈이 없었다고 할까? 돌아다니는 데 바빴으니까. 게다가 일본은 문화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고, 음식도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돈까스, 라멘, 스시, 우동, 튀김은 지나치게 익숙한 음식들 아닌가? 다시 말해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특별히 '한국의 음식'이 그립진 않다. 정 안되면 '맥도널드'로 가버리면 그만이니까. 여행 기간이 짧은 편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부모님 세대'에게 좀 달랐던 모양이다. '고추장'이 그립다는 엄마의 말씀에 '한인촌'을 검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염두하지 않았던 일정이 생겨버린 셈이다. 과연 도쿄에 한인촌이 있긴 할까? 있다면..

훌륭한 잔치 'tvN10 어워즈'가 저지른 나쁜 편애 두 가지

완벽한 시상식은 없다. 시상식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시상식은 애초에 방송사 측의 입장과 관계자들, 그리고 초대받은 배우들의 입맛을 모두 맞춰야 하는 '숙명'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몰아주기'도 욕을 먹고, '나눠주기'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 사실 '접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시상은 '몰아주기' 아니면, '나눠주기'가 아니던가.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말은 '누가 받아도 이상하다'는 말과 동의어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상은 준다지만, 그 판단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완벽한 '객관성'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답은 '하나'일 테지만, 의견이 분분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객관성의 허구를 알 수 있다. 기준을 정하는 방식은..

TV + 연예 2016.10.11

유해진의 <럭키>, '이런 배우는 없다'던 차승원이 옳았다

"이 사람은 어느 영화에도 국한되지 않아. 그러니까 이런 배우는 없어. 이런 배우는 없다고." tvN 에서 차승원은 연기를 하는 후배들에게 '유해진'이라는 배우에 대해 말한다. 그의 말에서 동료이자 벗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함께 배우로서 또 한 명의 배우를 바라보는 '리스펙트(respect)'가 느껴진다. 차승원의 말이라서가 아니라, 동의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실제로 배우 유해진은 그 어떤 틀에도 묶여있지 않은 배우이다. 그는 희극과 비극을 아무런 이질감 없이 넘나들 수 있는 배우이고, 그 미묘한 경계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단지 연기의 '다양성'이나 '유연성'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깊이'의 차원이며, 그가 쌓아온 연기에 대한 '진정성'에 대한 문제이다. 단단한 뿌리가 굵은 줄..

버락킴의 극장 2016.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