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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이지 않은 진돗개? 강형욱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너의길을가라 2023. 11. 2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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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하나를 던져보자. 현 시대에 맞는 '반려견'이란 어떤 성향의 개일까. 자기 영역을 충실히 지키며 오로지 보호자만 바라보는 충성심 강한 개일까, 아니면 여러 사람들 및 동물들과 두루 어울려 지낼 수 있는 기질의 개일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아무래도 현 시대라는 전제 하에서는 후자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다면 전자의 개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진돗개 알밤이(수컷 6살)

20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는 카센터를 운영 중인 보호자 가족의 고민을 다뤘다. 이들은 한적한 카센터 뒤편 공간에 마련된 견사에서 알밤이를 키우고 있었다. 어떻게 진돗개를 키우게 된 걸까. 보호자는 경주의 어느 절에 스님이 키우던 개가 새끼를 많이 낳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입양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알밤이는 보호자를 잘 따르는 늠름한 전형적인 진돗개였다.

산책을 위해 입마개를 착용시키자 알밤이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장면을 본 강형욱 훈련사는 어릴 때부터 사이즈를 늘려가며 자주 착용시켜 적응시키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입마개를 풀어 주었더니, 알밤이는 신이 나서 배변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폭풍 마킹을 이어가던 알밤이가 갑자기 멈춰섰다. 고양이를 발견하고 흥분한 것이다.

알밤이는 평소 뱀, 쥐 등 땅에 숨어 있는 동물들을 잡고, 카센터 주변의 고양이를 공격했다. 다만, 개한테는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다. 강형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전이되는 경우들이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 알밤이는 영역에 대한 개념이 확고해서 견사 옆의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온 직원을 향해 근육을 잔뜩 부풀린 채 으르렁대더니 이내 짖기 시작했다.

이쯤되니 알밤이가 사람에 대해 입질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보호자들은 알밤이가 여러 차례 사람을 물었다며, 그 부분이 가장 큰 걱정이라 토로했다. 그밖에도 가족원마다 다른 충성심을 보이는 경향도 눈에 띠었다. 아빠 보호자와 큰형 보호자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순하게 굴었지만, 작은형 보호자는 사실상 외부인 대하듯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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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반려견이라고 느껴지는데 현대적이지는 않아요." (강형욱)


알밤이는 과거 개를 묶어 키우던 시대의 진돗개의 모습 그대로였다. 충성심 강하고, 주인에게 순종하며, 집을 지키는 용맹한 모습 말이다. 이렇듯 높은 충성심은 일부 토착견들이 특징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는 현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반려견이 공격성 없이 모두와 잘 어울리길 원하는 시대가 아닌가. 강형욱이 알밤이를 칭찬하면서도 안타까워한 건 그 때문일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알밤이가 살고 있는 환경을 확인한 후 보호자 가족과 상담을 진행했다. 엄마 보호자는 알밤이를 가둬놓고 기르는 게 마음 아프다며, 보호자가 없을 때는 직원들이 실외 배변을 시켜줬으면 좋겠는데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얘기했다. 아마도 절에서 자유롭게 지냈던 알밤이가 상대적으로 좁은 견사에서 살게 된 게 미안했던 모양이다.

"저도 반려견이 있지만, 우리 개 산책은 저만 가능해요." (강형욱)

강형욱은 예상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심지어 그는 아내에게도 산책을 맡기지 않는다며, "저는 제 개를 아무도 못 만지게 해요."라고 못박았다. 또, 가급적 피치 못할 사정을 안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반려견은 자신이 철저히 책임진다는 의미였다. 어쩌면 보호자 이외의 타인이 반려견 산책까지 거들게 하는 건 보호자들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는 강한 포식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진짜 문제는 개를 오인해서 공격하는 것과 유아에게도 공격성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형욱은 수렵 활동을 계속할수록 흥분에 중독될 거라며 그 수준에 오르지 않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흥분에 노출됐던 장소, 즉 기존의 산책로를 가지 말아야 한다. 그곳에 가면 또 다시 사냥의 기억이 떠오를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점은 알밤이는 예민한 개들, 그러니까 169회 캡틴이나, 175회 보문이와 달리 과미성과 충동성이 없었다. 수렵성이 강하지만 다른 종을 구별할 줄도 알았다. 낯선 사람을 보고도 전조 증상 없이 공격하지 않고, 꼭 으르렁하고 경고를 한 후에 짖었따. 또, 영역을 철저히 구분해 안팎의 위협 강도와 빈도가 달랐다. 강형욱은 "종합해보면 합리적인 개"라고 평가했다.

"문제를 찾자면, 보호자들의 바람이 문제인 거 같아요." (강형욱)


보호자가 나쁘지도, 환경이 나쁘지도 않다. 보호자들의 바람은 이해는 되지만 현실적이지는 않았다. 진돗개의 경우 개체 간 혹은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서열을 중요하게 여기므로 그 관계들을 재정립하는 건 섣부른 접근일 수 있다. 강형욱은 자신이라면 '내 앞에서 으르렁거리지 마.'를 가르칠 거라고 제안했다. 주 보호자가 있는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공격성을 보이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이른바 '예절 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카센터 앞에서 훈련을 진행하던 중, 알밤이는 고양이를 발견하고 시선을 빼앗겼다. 고양이를 찾느라 두리번거리자, 강형욱은 ‘앉아’와 ‘엎드려’를 시키도록 지시했다. 아직까지 그 자세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자꾸만 일어섰지만, 강형욱은 급할 것 없다며 보호자부터 진정시켰다. 다행히 알밤이는 훈련에 소질이 있는 듯 예절 교육을 잘 따라와 주었다.

여전히 고양이에 시선을 빼앗기는 알밤이를 위해 루어링 훈련도 이어졌다. 루어링 훈련이란 반려견에게 새로운 행동을 가르치는 기본 교육으로, 간식을 이용해 보호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유도해 움직이는 훈련을 뜻한다. 강형욱은 수렵성의 기질을 보일 때마다 루어링을 통해 몸을 움직이게 하면 스트레스가 낮아질 거라 조언했다. 이는 사람이 몸을 움직여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만약 30년 전이었다면 알밤이는 분명 맹견이 아니라 명견으로 불렸을 것이다. 그만큼 오리지널 진돗개의 표본이었다. 강형욱은 "과거의 질서와 현재의 질서가 다르듯이, 반려견은 가족이 되었고, 사람과 어울려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알밤이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사람이 시대에 따라 변한 걸까, 개들이 따라오지 못하고 거기에 머무는 걸까.

하지만 타고난 성향을 탈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알밤이는 충성심 강한 진돗개의 기질을 타고 태어났고, 그 기질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었다. 강형욱이 이번 솔루션을 통해 보호자 가족에게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쟤는 원래 저런 애에요."였으리라. 다행히 아빠 보호자는 알밤이의 습성을 고치려 하기보다 이해하고 맞춰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강형욱은 결국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데, 습성을 억지로 바꾸려 하다 보호자와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정답일 것이다. 설령 현 시대와 맞지 않는 성향의 개가 있다고 하더라도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 그 성향에 맞게 보호자가 좀더 노력한다면 큰 무리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아마 그런 노력이 보호자로서의 책임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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