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함익병의 뜬금 없는 커밍 아웃, 논란의 발언들을 정리해보자

너의길을가라 2014. 3. 1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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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백년손님', 함익병 같은 사위 실제로 있을까 <엔터미디어>


'국민 사위'라는 애칭을 얻었던 함익병 씨의 몰락(?)은 <월간조선>과 함께 찾아왔다. 함익병 씨는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부부쇼 자기야'에 피부과 전문의로 출연해 특유의 입심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백년 손님 - 자기야(이름과 포맷이 바뀜)'에서 격이 없는 '장모 사랑'을 실천하면서 '국민 사위'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때로는 톰과 제리와 같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부터 생일 등의 기념일을 챙기는 등 살갑고 따뜻한 모습 등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여세를 몰아, 인지도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에도 함익병 씨는 '그와 같은 사위가 실제로 있을까'라는 사위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 '월간조선'이 뽑은 제목으로 봐선, 의료민영화 문제 외의 발언들은 곁가지인 것 같기도 하다 -


한없이 커지기만 하는 풍선은 없다. 부풀어 오르기만 하는 풍선의 결말은 너무도 뻔하다. 함익병 씨도 그 코스를 밟은 것일까? '월간조선' 3월호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면서 엄청난 논란에 휩싸였다. '악질적'이기로 유명한 '월간조선'과의 인터뷰라 안타까운 측면이 없진 않으나, 현재까지 알려진 그의 발언들은 상당히 위험하다. 그의 발언들은 간단히 정리해보도록 하자.


1. 독재 찬양?


"독재가 왜 잘못된 거냐. 플라톤도 독재를 주장했다. 이름이 좋아 '철인 정치'지, 제대로 배운 철학자가 혼자 지배하는 것, 바로 1인 독재. 더 잘 살 수 있으면 왕정도 상관없다고 본다. 만약 대한민국이 1960년대부터 민주화했다면,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저는 박정희의 독재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독재를 선의로 했는지, 악의로 했는지, 혹은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


물론 함익병 씨는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플라톤을 인용할 순 있다. 하지만 플라톤이 어떤 주장을 했는지에 대해선 보다 면밀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플라톤은 '철학자가 왕이 되거나, 왕이 철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트 정치'를 주장한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그가 신분사회를 옹호하고 귀족정을 주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귀족정의 '왕'은 도덕적 의무를 지켜야 했고, 왕의 사유재산은 반드시 공익에만 쓰여야 했다. '엘리트 정치'를 단순히 '독재 정치'로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아스트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지 '플라톤'의 말이니까 문자 그대로 옮겨놓기만 하면 이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더 잘 살 수 있으면 왕정도 상관없다'는 그의 (미안하지만) 천박한 인식 수준이다. 그러면서 그는 '독재'의 '효율성'을 따진다. 가령, 앞으로 북한의 경제가 '더 잘 살게 되는' 수준에 이른다면, 함익병 씨는 김정은 독재도 옹호할 생각일까? 여기에서 한 가지 고려해봐야 할 것은 함익병 씨에겐 '윤리 의식'이라는 것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과연 그는 '독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독재'를 단순히 한 사람이 권력을 틀어쥐고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정도의 '낭만적'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일까? 


박정희 정권(굳이 박정희 정권이 아니어도 좋다. 독재 정권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으니까)은 권력 유지를 위해 사회를 철저히 통제했고, 사람들을 억압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문을 당하고 목숨을 잃었던가? 게다가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의 허구성은 이미 드러나지 않았던가? 이 글에서 다시 1970년대 후반의 경제 상황이 얼마나 암울했는지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함익병 씨가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독재는 필연적으로 권력자 개인의 부정축재를 낳을 뿐 아니라, 국민을 착취하는 국가 운영 시스템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물론 그가 독재를 '찬양'한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박정희 옹호론'에 가깝다고 할까? 오히려 '돈이 최고'라는 '천민 자본주의'에 경도된 사고방식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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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녀 차별적 발언 


여자는 국방의 의무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한다. 의무 없이 권리만 누리려 한다면 도둑놈 심보다. 병역 의무가 있는 한국 대만 이스라엘 가운데 여자를 빼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자식을 2명 낳은 여자는 예외로 할 수 있다. 자본주의적 논리가 아니라 계산을 철저히 하자는 것이다.


이 또한 엄청난 논란거리다. 우선, 일베는 환호하고 나설 것이다. 또, 억눌린(렸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말일지도 모르겠다. 국방의 의무라는 것은 언제나 가장 뜨거운 이슈였고, 지금도 누군가를 한방에 보내기에 가장 살벌한 '도구'이기도 하다. 군대 문제로 '골'로 간 남자 연예인들의 무수한 사례들을 상기해보라. '병역의 의무'에 대한 남성들의 불만은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왔고,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는 '여자도 군대 가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함익병 씨의 발언은 '국방의 의무'와 '병역의 의무'를 동일시하고, 구분하지 못하는 인식 오류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군대에 가는 것(=병역의 의무)은 '국방의 의무'의 일부에 속한다. 만약 전쟁이 터지면 여성들도 군인으로 복무하거나 전시에 협조할 의무를 진다. 임진왜란의 행주대첩에서 여성들이 치마에 돌을 날랐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전쟁이 터지면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 싸운다. 도망가는 것이 누구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물론 병역의 의무가 남성들의 짐이 된다는 것은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그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지 여성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몰고 가선 곤란하다.


또, 계산을 철저히 하자고 말하고 있지만, 이처럼 단순무식한 계산법이 또 있을까? '국방의 의무 = 2명 출산'이라는 말인가? 이런 계산법, 공식이 성립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선 나보다 '현직 대통령'께서 더 하실 말씀이 많을 것이기에 이쯤에서 생략하고자 한다. 아, 만약 통일이 돼서 국방의 의무가 없어지게 되면 함익병 씨는 어떤 말을 할까? 그 경우에는 남성에서 또 다른 노역을 치러야 한다고 하진 않을까? '계산을 철저히 하자'는 의미에서..


3. 자녀의 투표권 박탈? 


"제 자식들은 지금까지 투표권이 없다. 나이가 안 찬 게 아니라 제가 못 하게 했다.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투표권이 없다고 얘기했다. 아들이 지난 대선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는데 세금을 내지 않았으니 투표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했다"


선거연령을 18세 이상으로 조정하자는 주장에 대해서 함익병 씨는 위와 같은 대답했다. 세금을 내지 못하는 청소년은 투표권을 주면 안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충격적인 것은 자녀가 법적으로 투표권이 있는 나이가 됐음에도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투표를 못하게 막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선 표창원 교수가 잘 지적해주었기에 이를 인용하고자 한다. 



어느 정도는 과격한 표현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함익병 씨는 왜 이토록 '국민의 4대 의무'에 천착하게 됐을까? 의무를 지켜야 '국민'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사고, 그 경직성이 다소 놀랍다. 


4. 의료 민영화


"한국 병원 중 영리병원이 아닌 곳이 어디 있나? 이미 모든 병원이 영리화·민영화했는데 새삼스레 반대하는 것이 이상하다. 의료 민영화란 개념은 일부 의식화한 집단 또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낸 '네이밍'에 불과하다"


함익병 씨는 의료 민영화 논란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뜨거운 논쟁이 계속 되고 있고, 이에 대해 함익병 씨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부분이므로 별다른 문제가 될 소지는 없어 보인다. 


5. 안철수는 거짓말쟁이?


"안철수 의원은 의사라기보단 의사 면허 소지자. 좋게 말하면 과대망상이고 나쁘게 말하면 거짓말쟁이"


역시 이 부분도 큰 문제는 없다. 정치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그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 견해, 특정인에 대한 평가가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이를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SBS 측 "함익병 논란 발언은 개인 문제.." <일간스포츠>


함익병의 '민낯'을 알게 된 대중들은 약간의 패닉 상태에 빠진 것 같다. 일종의 배신감이라 할까? SBS 측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함익병 씨의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자 SBS 홈페이지에는 비판 여론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SBS 입장에서는 난감할 것이다. 최근 '짝'과 관련해서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는 SBS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음모론'에 밝은 어떤 이는 'SBS 죽이기'라는 주장을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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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익병 병원 측 "당황스러워..어떤 해명이나 인터뷰 없다" <일간스포츠>


당사자도 이런 논란에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함익병 씨의 병원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인터뷰는 지난 1월 진행했던 인터뷰다. 이제 보도가 나와 논란이 돼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함 원장이 인터뷰 중 정확히 어떤 발언에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송이나 보도가 자막이나 편집의 힘을 많이 받는거 아니냐"며 '악마의 편집'을 의심하는 입장을 취했다. 물론 인터뷰를 마구잡이로 편집하고 왜곡하는 '월간조선'의 악명에 비춰볼 때, 내용의 진위와 인터뷰 공개의 시점 등은 충분히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을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함익병 씨의 발언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독재를 옹호하는 내용과 남녀차별을 비롯해 자녀의 투표권 문제까지, 표창원 교수의 발언을 빌리자면 "독재적 남존여비적 봉건적 인식'을 '의사'라는 직업을 내걸고 공개적으로 했"던 만큼 충격적이고,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쯤되면 '월간조선'에게 묻고 싶은 것이 생긴다. '월간조선, 원하던 거 성취했어?' 


병원 관계자는 "함 원장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입장 해명이나 인터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인터뷰 내용이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함익병 씨는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 물론 사태의 추이를 살피는 것, 섣부리 해명에 나서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정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함익병 씨에 대해 린치를 가하는 행동은 삼가야 할 것이다. 가령, 그의 정치적 성향(독재를 찬양하는 것을 정치적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과 봉건적 사고방식(실제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남성들이 이러하지 않나?)을 이유로 그의 방송 출연을 막는 다거나 그의 영업에 타격을 준다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폭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함익병 씨가 지금까지 방송에서 보여줬던 긍정적인 모습이 가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또한 그의 진심이었으리라. 다소 위험하긴 하지만, 그런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바로 '민주주의' 사회의 덕목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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