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청년들에게 쓴소리 하는(비아냥 거리는) 당신에게

너의길을가라 2014. 3. 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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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젊은이들에게 쓴소리 좀 하겠습니다



아고라에 위와 같은 글이 올라왔다. <헤럴드경제>의 20대 男 "나에게 맞는 일자리가 없다"..구직단념 ↑ 라는 기사를 읽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글이다. 요점을 한 문장으로 줄이자면, '청년들이여, (까불지 말고) 눈높이를 낮춰라'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최악의 청년고용률 "경기여건, 높은 눈높이 때문" <파이낸셜뉴스>


마치 올해 초 정부가 최악의 청년 고용률의 원인을 '높은 눈높이'와 '대기업 일자리 선호' 등 청년들에게 미뤘던 것과 같은 논지라고 볼 수 있다. 부정하고 싶진 않다.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 책임을 모두 청년에게 떠넘기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청년들의 높은 눈높이가 문제라면, 청년들의 눈높이가 왜 높아졌는지에 대해선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청년들이 대기업 일자리를 선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0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기성세대'들은 무슨 대답을 늘어놓을까?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대한민국의 대학진학률은 2012년 기준 71.3%에 달한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선 '대학은 당연히 가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고급 인력이 된다.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 단지 청년들 탓일까? 그 부모들의 잘못은 없는 것일까? '너는 커서 반드시 중소기업에 취직해'라고 말하는 부모가 있나? '엄마아빠는 네가 3D업종에서 일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부모가 있나? 


평생을 걸쳐서 '성공'을 주입시켜놓고, 이제 와서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는 기성세대의 뻔뻔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대기업에 취직하면 '인간' 대접을 하고, 중소기업에 취직한 사람에겐 '안쓰러운 눈빛'을 보낸 것이 기성세대들 아닌가? 이러한 이중적인 잣대에 청년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단 말인가?


지금의 '미친 집값'을 만들어 놓은 것은 누구인가? 20대를 '스펙 쌓기'의 지옥으로 몰아넣은 것은 누구인가? 기성세대에겐 막중한 책임이 있다. 바로 '좋은 세상'을 물려줄 책임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할 말이 있을까? 아고라의 글쓴이는 '거기에 이런 '청년 백수 대란'에 대해 오직 나라 탓만 하고, 정부 탓만 하고, 정치인들만 탓 하면서 투표율은 늘 꼴찌이거나 바닥을 헤맨다? 투표라도 잘 하면서 그러면 또 모를까 투표 하는 날은 놀러가는 날이라며 애인과 손 잡고 놀러가기 바쁘면서 남 탓만 하는 꼴이라니..' 라며 청년들을 비아냥거린다. 



20대의 투표율이 다른 연령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투표의 '질'만큼은 그 어떤 세대보다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20대의 65.8%는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은 어떠했는가? 압도적인 표를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에게 밀어주지 않았던가? 20대와 30대는 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 요구를 가볍게 묵살한 것이 5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아니던가?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청년들에게 '이대로가 좋아'라고 막아선 것이 기성세대가 아닌가?



- <헤럴드경제>에서 발췌 -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구직단념자는 23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5000명이 증가했다. 구직단념자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 <헤럴드경제>, 20대 男 "나에게 맞는 일자리가 없다"..구직단념 ↑ -


글쓴이가 인용한 기사에서 나와있는 것처럼, 구직단념자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다시 말해서 구직단념자가 계속해서 증가세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최근에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만큼 좋은 일자리가 많이 사라진 경제적 여건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청년들도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하지만 기사와 글쓴이는 이런 측면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청년의 탓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이렇게까지 말한다. 


'끈기도 없고, 참을성도 없고, 힘든 일은 죽어도 하기 싫어라 하고.. 현실에 대한 참여율도 떨 어지고,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고.. 그래도 폼은 잡고 살아야겠고..' 


글쓴이의 쓴소리는 어느덧 비아냥에 되어 청년들의 가슴을 난도질하고 있다. 물론 청년들 중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청년들이 그렇다고 말할 순 없다. 너무도 쉽게 빠지곤 하는 일반화의 오류다. 


"올해 창원에서만 5명 자살.. 청년실업 문제 심각" <오마이뉴스>


실제로 청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공부하고, 그 어느 때보다 살벌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희망이 있나? 미래가 보이나? 아니,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성은 배우자 순위가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평생을 죽도록 일해도 내 집을 가질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들은 '쓴소리'랍시고 '비아냥'댄다. 양의 탈을 쓴 늑대의 힐링도 밉지만, '킬링'을 서슴지 않는 당신들은 더욱 가증스럽다. 


경남청년유니온 조용한 위원장의 인터뷰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맺기로 한다.


-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경남청년유니온 조용한(33) 위원장 :  실업이라는 문제의 원인은 결국 일자리의 수와 구직자의 수가 일치하지 않는 점과 조건과 의지가 맞지 않는 문제에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전과 다르게 경제위기 이후 청년실업 문제가 확대된 이유는 대기업들의 일자리 축소와 비정규직 양상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대해서 사내하청으로 대체하고 압박하면서 중소기업의 사정이 불안해 졌다. 이런 현상은 경제위기의 상황이 극복되고 있음에도 여전하다. 게다가 정부와 사회에서 청년구직자들에 대한 지원이나 미래에 대한 비전과 복지 등의 대책이 없어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그렇다 보니 청년구직자들이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지원이 몰릴 수밖에 없고, 구직과 실업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무작정 청년들의 눈높이를 탓할 수는 없다


P.S. 일부러 조금 과격한 어조로 글을 썼다. 누구를 탓하는 것, 누군가의 잘못으로 미루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순 없다. 그것은 비겁한 태도에 불과하다. 모두 머리를 맞대고, 조금씩 양보하며 답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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