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남재준 국정원장은 경질될 수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14. 3. 12.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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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다시 뭉치는 '박근혜 사단' … 외곽그룹 확대 (2010년 12월 31일) -



남재준 국정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다. 이미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전부터 안부 분야에 관한 자문을 해왔다. 2012년 10월 16일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로부터 '국방안보특보' 임명장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새 정부의 첫 국가정보원장으로 발탁된다. 승승장구한 셈이다. 



- <뉴시스>에서 발췌 - 


군 출신 국정원장에 새누리마저 “군사정권 부활” <한겨레>

남재준은 지독한 보수주의자 <주간경향>


당시, 야권을 비롯한 언론(조중동을 제외)에서는 안보라인을 육사 출신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남재준 국정원장(육사 25기), 김장수 국가안보실장(27기),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28기, 낙마), 박흥렬 경호실장(28기)의 육사 라인에 대한 우려였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주요 안보라인이 모두 육사를 나온 육군 출신으로 채워지면 안보와 관련한 정부 내 다양한 논의 구조가 보장되기 어렵고, 육사 권력독점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또, 대북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유연함을 가진 인사가 국정원장을 맡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수 문화를 중요시여기는(목숨처럼 여기는) 육사의 관점에서 볼 때, 남재준 국정원장은 그야말로 갑(甲)이다. 현재 국방부 장관인 김관진 국방장관도 28기로 남 원장에 비해 후배다. 여권 내에는 사실상 그의 힘을 제어할 만한 사람도 조직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6월 24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한 것과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 결과적으로 NLL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발언 등 독단적이고 왜곡된 행동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육군 참모총장 시절 이발할 때 경호원도 없이 직접 차를 몰고 나가기도 했다. 공사구분에 있어서는 결벽증 수준이다. (후배 육군 장성)


간부들을 처음 관사로 초대한 자리에 빈손으로 가기 뭐해서 양주를 가져갔다가 다시 가져온 사람이 있다. 그런 것도 안 받는 거다. (국정원 한 간부)


- <오마이뉴스> '북한 전복전' 하겠다? 남재준이 위험한 이유 에서 발췌 -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독한 보수주의자'로 통한다고 한다. 규정과 규율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에 대해 주변에서는 "남 원장은 규정과 규율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상대가 누구든지 그대로 돌직구를 날려버린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원칙주의적인 모습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런 개인적 성향에 대해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의 '역사 인식'에는 다소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 <뉴시스>에서 발췌 - 


남재준 "5·16 쿠데타…국민 열망 모아 풍요 이뤘다" <연합뉴스>

남재준 국정원장 “제주 4·3은 무장폭동” 매도 <한겨레>


남재준 국정원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5·16 쿠데타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그 시대를 살았던 한 개인으로서 답을 한다면 5·16은 쿠데타이다. 그러나 잘 살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을 결집해 산업화를 달성해서 풍요를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좋은 쿠데타'라는 대답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함익병 씨의 발언과도 같은 맥락이다. 그들이 그토록 숭상하는 박정희가 만든 풍요가 무엇인지 필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는 유신의 경제 실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신체제 직후인 1980년 물가상승률은 43%,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6%에 이르렀고, 뒤이어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조차 "1979~1980년 우리 경제가 완전히 부도가 나게 돼 있었다


제주 4·3 항쟁에 대한 남재준 원장의 생각은 무엇일까? 남 원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군인과 ROTC를 상대로 한 강연에서 제주 4·3 항쟁을 '북의 지령으로 일으킨 무장폭동 내지는 반란'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 땅에 좌파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그 토양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이들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비뚤어져도 한참 비뚤어진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국정원장이 되어 국가의 모든 정보를 틀어쥐고 있으니 무슨 짓을 벌일지는 뻔한 일이다. 


이번 증거 위조 파문도 국정원 지휘부의 간첩 색출 신념에 자극받은 수사팀이 적법(適法) 절차의 철칙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유씨가 실제 간첩이라면 남 국정원장과 국정원이 놓아준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간첩이 아니라면 무고한 사람에게 엄청난 누명을 씌운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남 국정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순리(順理)다.


 [사설] 남재준 국정원장이 책임져야 한다 <조선일보>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으니, 바로 국정원이 저지른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이다. 간첩을 조작해내기 위해 중국의 공문서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고, 국정원 오랜 협력자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남긴 유서 등으로 인해 국정원은 궁지에 몰렸다. 흥미로운 것은 <조선일보>의 반응인데, 위에 인용해 놓은 것처럼 '남재준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국정원은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다"며 야권이 주장하고 있는 즉각적인 사퇴 요구에 대해선 선을 그었지만, 남재준 원장의 문책 가능성에 대해선 우회적으로 언급을 한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증거조작 사건 수사팀(팀장 윤갑근)이 국정원을 압수 수색한 것도 청와대의 의중이 실렸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 띄어쓰기를 너무 대충 하신다.. -


여당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증거 위조 논란에 대해서는 국정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면서 남 원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김용태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국정원장이 스스로 잘 판단해서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정몽준 의원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증거조작) 사실 확인이 되는 대로 책임있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이는 새누리당 내의 비주류의 목소리다. 역시 주류인 친박계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선거를 앞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살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 선거에서 잘못하면 이거 한방으로, 속된 말로 정말 '훅 가겠구나'라는 생각까지 든다" (김용태 의원)


하지만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해임과 특검을 요구하는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끝까지 '남재준 지키기'로 일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고의 끗발을 자랑했던, 무소불위의 독불장군 남재준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일까? 군인의 기개를 간직한 채 물러나는 것일까? 아니면 '자를 테면 잘라봐'라며 똥고집으로 버티는 것일까? 과연 남재준은 경질될 수 있을까? (사실 진짜 문제는 남재준이 아니라, 국정원 그 자체이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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