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계속되는 승부조작, 도박을 조장하는 정부가 반성해야 바뀐다

너의길을가라 2014. 3. 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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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신성한 스포츠'라는 말을 한다. 스포츠가 왜 '신성(神聖)'한지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정의롭고 순수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물론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좀 오래된 표현이지만, 그만큼 정겹다)의 이야기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스포츠는 '오염' 됐다. 오염의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돈'이 개입되는 순간 '정의'와 '순수'를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승부 조작이라는 말이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이미 승부 조작은 국가와 종목을 초월해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월드컵 지역 예선과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승부 조작이 벌어졌다고 하지 않았나? 이 정도면 '검은 손'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단언컨대, 스포츠는 '오염' 됐다.

 

머나먼 유럽의 승부 조작을 걱정하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사정을 좀 돌아보자. 승부 조작의 발단은 e스포츠의 스타크래프트였다. (물론 2008년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된 K3리그(축구)에서 승부 조작 파문이 일었지만 유야무야 됐던 적이 있었다.) 브로커들은 전현직 프로게이머를 매수(건당 200~650만 원)했고, 선수들은 고의 패배 등의 방식으로 화답했다. 그 뒤에는 역시 불법 도박 사이트가 있었다.

 

 

2011년에는 프로축구에서도 승부 조작이 적발됐다. 프로축구연맹은 10명의 선수를 영구 제명됐다. 사건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브로커들이 '스포츠토토'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기 위해 선수들을 매수한 것이다. 프로배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2012년 초 남자 프로배구와 여자 프로배구 모두 승부 조작이 확인됐다. 프로야구에서는 '첫 포볼' 드의 방식으로 승부 조작이 이뤄졌다. 프로농구에서는 레전드였던 강동희 감독이 승부 조작에 연루돼 징역이 선고됐다. 4대 스포츠가 모두 승부 조작의 오명을 뒤집어 쓴 것이다.

 

올해 초에는 씨름에서도 '승부 조작'이 드러났다. 이른바 '양보 씨름'이 그것인데, 재계약 문제 등 열악한 씨름계의 상황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스포츠로서의 가치를 바닥에 떨어드린 행위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이쯤되면 스포츠 내의 '청정구역'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스포츠 선수들이 피땀 흘려 가며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도 언제든지 '돈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만큼 스포츠계의 환경과 저변은 취약하고, 인간은 약한 존재다. 단순히 돈의 유혹뿐만 아니라 학연이나 지연 등의 인맥에 의한 승부 조작 가담이 많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시스템으로 막는 것밖에 방도가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불법이든 합법이든 간에) '스포츠토토'의 존재는 의아하기만 하다. 얼마 전 연예인들이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도박을 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불려나갔고, 이후에 재판을 받기도 했다. 정부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근절할 수 있을까? 노력은 하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논리적으로 볼 때, 국가적으로 '스포츠토토'를 통해 '도박'을 장려하면서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사람을 처벌한다는 것도 형용모순에 가깝다.

 

인터넷으로 스포츠 중계를 보고 있노라면, 응원 글이 달려야 할 공간에 온통 '도박'에 관련한 이야기밖에 없다. 선수들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기보다 자신이 베팅한 결과가 우선이다. 당연하다. 돈을 걸었으니까. 그리고 베팅한 결과와 엇나간 결과가 나오면 '광분'한다. 온갖 욕이 난무한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전 프로게이머, 승부조작 폭로 글 남기고 투신 <연합뉴스>

 

오늘(13일) 오전, 전 프로게이머 천씨가 승부 조작을 자백하는 글을 남기고 투신했다. 다행히도 그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천씨가 적은 글에는 '자신이 소속됐던 게임팀이 처음부터 승부 조작을 위해 기획되고 만들어졌으며 감독이 불법 스포츠토토로 돈을 벌기 위해 가난한 집안 선수들만 영입'했다고 적혀있다. 지난 2010년 승부 조작 파문 이후 한국e스포츠협회는 대책을 세웠지만, 결국 또 다시 승부 조작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인간은 유혹에 약한 존재이고, 협회 차원의 자구책으로는 이를 막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e스포츠만의 일일까?

 

스포츠토토가 새 사업자를 구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기업들이 '황금알을 낳는' 스포츠토토 판매를 맡기 위해 혈안이 됐다. 그럴 만도 하다. 2012년 기준으로 (주)스포츠토토는 2조 843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도박이라는 것이 대개 그렇듯 아주 극 소수만 제외하면 '돈을 잃도록' 설계되어 있는 법이다. 물론 그렇게 잃은 돈은 대한민국 스포츠를 위해 쓰이긴 하니, 스포츠를 사랑하는(?) 토토인들은 '내가 대한민국 스포츠를 먹여 살려'라며 위로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지난 2월에는 제2금융권에서 총 1억 1000만 원을 대출받아 스포츠 토토에 '몰빵'한 20대 남성이 결국 자살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포츠는 신성하지 않다. 스포츠는 도박이 됐다. 더 이상 사람들은 순수한 눈으로 스포츠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있다. 스포츠는 국가의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근절하겠다고? 그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이 '도박'이기 때문에? 아니면 그 돈을 정부가 운영하는 '스포츠토토'로 끌어오기 위해서? 불법 도박은 나쁘고 합법 도박은 괜찮다?

 

스포츠 경기의 내용과 결과에 대해 돈을 거는 것이 언제부터 당연해진 것일까? 정부가 정말 의지가 있다면 스포츠토토를 없애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물론 2조 8435억의 매출을 올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일 가능성은? 당연히 없어 보인다. 지금처럼 간간히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만 적발하면서 은근슬쩍 넘어가지 않을까? 아, 스포츠는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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